반세기 된 노후 다리…"설계기준 넘는 충격 가해졌을 가능성"
"교량 설계 당시엔 사고 선박처럼 큰 배 존재 안해"
"오염된 연료가 영향 미쳤는지도 조사 예정"
2.6㎞ 볼티모어 다리, 선박 충돌에 순식간에 주저앉은 이유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의 대형 교량이 선박 충돌 후 불과 수십초만에 무너져 내린 것은 설계 당시 적용된 구조적 충격 흡수 역량을 넘어서는 극단적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샌제이 R. 아워드 토목공학과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미 NBC뉴스에 "교량은 선박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되며, 그것이 전형적인 설계 절차"라며 "하지만, 모든 구조물과 공학시스템에서는 구조물의 설계를 넘어서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번 일이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6㎞ 길이의 아치형 트러스교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전날 새벽 짐을 가득 실은 싱가포르 선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교각을 들이받으면서 교량의 강철 구조물이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아워드 교수는 "현대에 건설되는 교량은 어떤 종류의 충격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일단 이런 설계 기준이 정해지면, 가장 극단적인 (충격)조건이 무엇일지도 이에 맞춰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와 관련, 사고 교량이 "설계 기준을 완전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2.6㎞ 볼티모어 다리, 선박 충돌에 순식간에 주저앉은 이유는
전문가들은 사고 교량이 거의 반세기 전인 1977년에 완공된 노후 교량인 점에도 주목했다.

교량 설계와 건설 기술이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공대의 사메흐 바디에 교수는 "1970년대 이래 (교량 설계와 건설에)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디에 교수는 그러면서도 "다리가 붕괴하기 전의 영상 몇 개를 봤는데, 구조적으로는 안전해 보이긴 했다"고 덧붙였다.

버지니아공대의 구조 공학자인 로베르토 레온은 교량의 설계와 건설 과정에서 공학자들이 선박 충돌 등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을 감안하긴 하지만, 볼티모어 교량이 건설될 당시에는 이번 사고를 일으킨 컨테이너선과 같은 크기의 선박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선박은 그 당시엔 실제로 (설계와 건설에)고려되지 못했다"며 "따라서 (사고 선박인)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상당히 보호받지 못했다'(fairly unprotected)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신 교량들의 경우 '돌핀'(dolphin)이라고 불리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리 밑바닥인 교반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로 치면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돌핀은 선박의 충격을 흡수하고, 선박의 속도를 줄이거나 선박이 교량에 바짝 근접하지 못하도록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해 일종의 교량 보호물로 작용한다고 한다.

구조 공학자 레온은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돌핀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지만, 다리는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량 붕괴 원인 등 사고 경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고 선박이 동력을 잃고 교량과 충돌하는 데 오염된 연료가 영향을 미쳤는지도 조사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도선사 협회'(APA)의 법률 고문 등을 맡고 있는 클레이 다이아몬드는 사고 선박의 조종사가 배의 속도를 늦추고 다리를 향해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했다고 CNN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