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하루가 지옥"…'대구체고 성폭력' 피해자들 공포
대구 체육고등학교 수영부에서 남학생 선·후배 간 성폭력 사태가 발생해 가해자 3명이 처벌받았음에도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가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기존 사건의 가해자가 아닌 추가 3명의 학생에 대해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고 교육청에 신청하기로 했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체고 수영부 성폭력' 사태 피해 학생 부모들은 2차 가해에 가담한 학생 E, F, G(모두 18세) 등 3명을 모욕,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이날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부모 중 한 명은 “이들은 자신들의 친구들(기존 사건의 가해자 4명)을 처벌받게 했다는 이유로 자녀와 학부모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위협을 하는 등 2차 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체고 수영부 성폭력 사건은 지난 1월 대구 체고 수영부 입학을 앞둔 예비 고교생들이 한달여 간 동계 합숙 훈련 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수영부 예비 1학년 9명 가운데 3명이고, 가해 학생은 재학생 4명으로 파악됐다. 대구 체고 2~3학년인 가해자 4명(A, B, C, D)이 피해 학생들에게 한달여 간 강제 성추행 및 폭행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엉덩이와 성기 등을 보여주고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보거나 피해 학생들의 엉덩이를 벌려서 항문이 보이게 눕히는 등의 행위를 한 달간 지속했다. 또, 피해 학생들에게 특정 성행위를 흉내 내게 하거나 자신들의 성기 부분에 얼굴을 갖다 대라는 둥 성폭력을 지속했다.

지난 18일 대구서부교육지원청은 조사를 통해 가해 학생 4명 중 2명에 대해 제8호 전학 조처를 내렸다. 학폭 심의위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여러 번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거나 목을 조르고 베개로 때리고 빨래와 청소를 시킨 행위는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가해 학생 2명에 대해선 각각 제6호 출석정지 10일, 제5호 전문가 특별교육 이수 25시간 조처를 내렸다.

피해자 학부모 측이 가해 학생 모두가 전학 처분 등 강력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수영부 재학생 3명이 피해 학생들에게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지난 23일 피해 학생들은 대구시 전국체전 선발전 행사에 참여했는데, 여기서 E로부터 욕설과 함께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이들이 '존X 싫다', '절구통에빠을X들', 'X박을X들'과 같은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3명의 학생은 학폭위 처벌을 받은 4명의 가해 학생과 마찬가지로 폭력 행위에 가담했지만,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는 작아 처벌을 요구하진 않았던 인물들이다. 피해자 학부모는 “아이는 운동을 그만두길 고민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애초에 발본색원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피해 학생들이)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대구강북경찰서는 지난 3월 초 가해학생 4명을 강제추행과 폭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도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오성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모욕 등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함은 물론이고, 따돌림 행위 역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정의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형사 수사 또는 재판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죄를 범한 사람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에 따라서 가중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