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채권시장 게임체인저' 인도 국채에 잇단 러브콜
글로벌 채권 투자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월가 주요 지수에 인도 국채가 연달아 편입된다. 국제 채권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된 인도가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7일 CNBC 방송에 따르면 블룸버그 산하 지수 산출기관인 블룸버그인덱스서비스는 2025년 1월 31일부터 자사 신흥시장 지역화폐 국채 지수(Emerging Market Local Currency Government Index)에 인도 국채를 포함할 예정이라고 이달 초 발표했다.

월가에서 인도에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건 JP모간체이스다. JP모간은 오는 6월 28일부터 자사 신흥시장국채지수(GBI-EM)에 인도 국채 23개를 편입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 편입 비중은 편입 초기 1% 수준에서 내년 4월 최대 10%까지 시차를 두고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루피화(인도 화폐 단위) 표시 국채가 인기를 끌면서 인도 시장에 수십억 달러가 유입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국가의 국채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해 통화가치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월가, '채권시장 게임체인저' 인도 국채에 잇단 러브콜
인도 뮤추얼 펀드 코탁 마힌드라의 디팍 아그라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6월부터 시작되는 리밸런싱 기간 이후 12~18개월 동안 250억~300억달러(약 33조6000억~40조3000억원)가량의 안정적 자금 흐름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수 편입) 발표 시점부터 매달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씩 총 400억달러(약 54조원)의 자금이 인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JP모간의 GBI-EM 편입만으로 인도 시장에서 올해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240억달러(약 32조원)의 유동성이 창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인도 정부 산하 외국인 투자촉진기구인 ‘인베스트인디아’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지수 편입 소식을 환영했다. 이 기구는 “국제 시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 기반이 확보되면 은행들이 내수 시장에서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킬 수 있게 돼 국내 인프라·고용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2030년까지 경제 규모를 5조달러(약 6725조원)로 키워 세계 3위 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인도 니프티50지수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인도 니프티50지수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1조2000억달러(약 1613조원)에 달하는 인도 국채 시장(2023년 10월 기준)의 최대 고객은 은행, 보험사, 뮤추얼펀드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었다.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케네스 애킨테웨 아시아 국채 책임자는 “인도의 각종 수입 제한 조치를 고려할 때 지수 편입만으로 대(對)인도 직접 투자가 촉진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훨씬 더 광범위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도로 눈을 돌릴 유인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지수 편입으로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승할 거란 관측까지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 무디스가 인도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각각 BBB-, BBB-, Baa3로 최하 수준이다. 다만 피치는 “단기적으로 인도 신용등급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금융 시장은 7%대 성장세에 힘입어 확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지수는 작년까지 8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고, 올해 들어서도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골드만삭스가 인도 뮤추얼펀드 협회 자료에 기반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32억달러(약 4조3000억원)로, 2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