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된 BYD 씰 (SEAL). 사진=EPA 연합뉴스
지난 2월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된 BYD 씰 (SEAL). 사진=EPA 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출혈 경쟁이 격화되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선두를 달렸던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분기별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면서다. 테슬라는 1600만원 상당의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1개월 무료 체험판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을 급선회했다.

중국 BYD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이익이 18.6% 늘어난 86억7000만위안(약 1조642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성장했지만 순이익 증가율은 줄어든 것이다. 4분기 매출은 15.1% 늘어난 1800억4000만위안(약 34조920억원)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BYD는 지난해 순이익과 매출 모두 늘었다. BYD는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80.72% 증가한 300억4000만위안(약 5조688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총판매량은 전년 대비 62% 늘어난 약 302만대로 집계됐다. BYD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주요 경제국들의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BYD는 저가 공세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5일 BYD는 중형 전기 세단 '실'의 새 모델을 이전 모델보다 5.2% 인하한 가격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BYD는 13개 모델 가격을 평균 17% 인하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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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테슬라는 FSD 판매 전략으로 수익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인하했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이번 주 내에 FSD가 지원되는 모든 미국 차량은 1개월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FSD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교통 신호를 인식하고 좌우 회전도 스스로 할 수 있다. 운전자가 FSD를 이용하려면 1만2000달러(약 1616만원)를 선불로 내거나 월 이용료로 199달러(약 26만8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머스크 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적극적으로 FSD를 시연하도록 요구했다. 테슬라 구매자에게 자동차를 인도하기 전에 직원들이 나서서 FSD 기술을 설치하고 시운전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이번 조치로 배송 과정이 느려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FSD 무료 체험 소식에 이날 테슬라는 전일 대비 2.92% 오른 177.67달러에 장을 마쳤다. 앞서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올해 들어 28.48% 폭락했다.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최악의 실적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