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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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빚 규모가 지난해 말 2780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대 초반이던 증가율이 반등하고, 연체율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높아졌다. 기업 중 4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리스크는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 빚 2780조원 넘었다

한국은행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 작년 4분기 말 기업의 빚 규모는 2780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대출이 1966조6000억원, 채권이 666조2000억원, 정부융자가 147조3000억원 등이었다.

이같은 빚 규모는 3분기 말 2734조7000억원 대비 1.7% 증가한 것이다. 2분기 1.1%까지 하락했던 전기대비 증가율이 3분기 1.2%에 이어 또다시 상승했다.

명목GDP 대비 비율은 124.3%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한 해동안 생산되는 모든 부가가치를 더해도 기업의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 2019년 3분기말 100.5%으로 100%를 넘어선 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장기추세 119.2%에 비해 5%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기업신용의 전체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내실이 약화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게 더 큰 문제다. 기업신용 연체율은 작년 4분기 1.65%로 1년 전 0.9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 기간 연체율이 1.12%에서 1.93%로 올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 취약기업 비중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44%로 나타났다. 2022년 37%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6배로 전년 5.1배에서 큰 폭으로 악화했다.

은행에서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회수가 어려운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분기 0.29%, 3분기 0.30%, 4분기 0.31% 등 증가세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작년 말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아졌다.

부동산 PF 잠재리스크 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태영건설 사태 등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는 여전히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PF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며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잠재 리스크가 다소 커졌다"고 평가했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아"…위기의 '취약 기업' 급증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PF부실이 현실화 하면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건설사의 재무제표상 반영돼있지 않은 PF채무보증이 3분기 기준 28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PF사업장 부실이 나타면 이 보증이 우발부채로 현실화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다만 현재 PF사태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고 평가했다. 도산하는 개별기업이 있더라도 금융회사가 같이 무너지는 사태는 없을 것이란 의미다. 한은은 "위험 PF사업장 부실이 다른 우량 PF사업장의 부실로 이어지는 최악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분석에서도 금융기관 업권별 평균 자본비율은 규제비율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금융기관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