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강을 굽어보는 전원적 거실."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있는 산호아파트의 1976년 8월 분양 광고다. 1977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상 12층, 554가구(전용 40·78·86·103·113㎡)로 지어졌다. 당시만 해도 도심에서 5㎞ 벗어나 여유롭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였다. 여의도 한강공원과 파크원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앞으로 들어설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입지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까지는 걸어서 20분 가까이 걸리지만 한강 변인 만큼 강변북로가 바로 앞이다. 동쪽으로는 용산정비창, 앞으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로 변신할 부지가 가깝다.
거래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투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1970년대에는 드물게 260%로 높다. 용적률이 높으면 조합원이 많고, 조합원이 많으면 일반분양에 내놓을 수 있는 가구도 적다. 이 지역은 제3종 주거지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300%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반분양 수익 없이 지으려면 재건축을 꾸려나가는 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된다. 2022년 용산산호 조합원의 추정 분담금이 동일면적 이동 때도 5억원 가까이 내야 했던 이유다. 당시 전용 113㎡ 타입을 소유한 조합원은 112㎡를 선택했을 때 7억20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3㎡를 선택했을 때는 무려 19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103㎡→99㎡ 이동 땐 6억3000만원, 86㎡ →84㎡ 이동 땐 4억8000만원을 내야 한다. 가장 작은 40㎡를 소유한 조합원이 가장 큰 161㎡를 선택했을 때는 42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한 차례 사업시행계획 인가안이 총회에서 부결되는 등 진통을 빚다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해 지난 29일 인가를 받았다. 계획안을 보면 지상 35층, 647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작년 1월 '35층 룰'을 폐지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47층 높이 상향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달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가령 산호아파트는 각종 규제(20%포인트)와 기부채납(20%포인트), 임대주택(50%포인트)까지 부담해야 법적상한용적률인 300%까지 채울 수 있다. 현재 용적률이 260%인데 임대주택만 봐도 25%포인트를 내놔야 한다. 남는 용적률이 15%인데 기부채납하고 나면 남는 건 없다시피 하다. 사실상 1대1 재건축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으로 산호아파트의 현재 용적률(260%)을 허용용적률로 인정하면 30%포인트를 각종 규제 충족 없이도 추가로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부담 없이 분양으로 고스란히 돌릴 수 있는 '30%포인트'의 용적률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밀단지이기 때문에 용적률 최대치도 360%까지 올라갈 수 있다. 360%까지 용적률을 채우려면 기부채납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20%포인트 가정)와 임대주택 공급 인센티브(80%)를 채우면 된다.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절반(40%포인트)을 빼도 분양에 배정할 수 있는 용적률 증가분은 60%포인트에 달한다.
20가구(전용 59㎡)에 불과했던 일반분양 가구 수도 5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조합원의 용적률(260%)을 빼도 일반분양에 배정할 수 있는 용적률이 최대 60%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반분양 가구 수는 면적별 가구 수 배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가구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를 살 때 유의할 점은 소유한 집의 층수×3이 재건축 후에 받게 될 층수라는 것이다. 가령 1층을 사면 3층을 받게 되고, 12층을 사면 35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층수별 시세 차이가 크다.
단지 북쪽에 인접한 마포 도화우성(1222가구)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가운데 이번에 서울시가 언급한 '과밀단지'에 꼽혔다. 용적률 228%로 사업성 개선이 예상된다. 단지 동쪽으로 원효로4가71 일대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고, 인근의 풍전아파트는 소규모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설립인가까지 진행된 상태다. 현대차 본관도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조합 비대위가 1대1 재건축 때문에 분담금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매수가 뚝 끊어졌다"며 "서울시 발표를 계기로 문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있는 산호아파트의 1976년 8월 분양 광고다. 1977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상 12층, 554가구(전용 40·78·86·103·113㎡)로 지어졌다. 당시만 해도 도심에서 5㎞ 벗어나 여유롭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였다. 여의도 한강공원과 파크원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앞으로 들어설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입지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까지는 걸어서 20분 가까이 걸리지만 한강 변인 만큼 강변북로가 바로 앞이다. 동쪽으로는 용산정비창, 앞으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로 변신할 부지가 가깝다.
입지는 좋은데 … 재건축 분담금 '5억'
입지는 좋지만, 거래는 뚝 끊어진 지 오래다. 작년 5월 전용 103㎡ 타입(3층)이 17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른 평수는 2021년 이후 거래된 적이 없다. 이유는 서부이촌동이 그렇듯 주변 인프라가 고가인 집값에 비해 좋다고 말하긴 어려워서다. 동쪽으로 노후 주택가가 뻗어 있다. 남쪽으로 용산정비창 부지가 있어 용산역과 단절돼 있다. 성심여중·여고가 근처에 있지만 남학생이 다닐 만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주변 1㎞ 거리에 전무하다.거래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투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1970년대에는 드물게 260%로 높다. 용적률이 높으면 조합원이 많고, 조합원이 많으면 일반분양에 내놓을 수 있는 가구도 적다. 이 지역은 제3종 주거지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300%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반분양 수익 없이 지으려면 재건축을 꾸려나가는 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된다. 2022년 용산산호 조합원의 추정 분담금이 동일면적 이동 때도 5억원 가까이 내야 했던 이유다. 당시 전용 113㎡ 타입을 소유한 조합원은 112㎡를 선택했을 때 7억20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3㎡를 선택했을 때는 무려 19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103㎡→99㎡ 이동 땐 6억3000만원, 86㎡ →84㎡ 이동 땐 4억8000만원을 내야 한다. 가장 작은 40㎡를 소유한 조합원이 가장 큰 161㎡를 선택했을 때는 42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한 차례 사업시행계획 인가안이 총회에서 부결되는 등 진통을 빚다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해 지난 29일 인가를 받았다. 계획안을 보면 지상 35층, 647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작년 1월 '35층 룰'을 폐지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면서 47층 높이 상향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달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시 사업성 개선방안, 대표 수혜지로 부각
지난 27일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의 수혜 단지로 산호아파트가 꼽힌다. 재건축이 어려울 정도로 높고 빽빽한 아파트에 용적률을 더 부여하고 임대주택 부담을 덜어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게 이번 방안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과밀단지'에 대해 '현재 용적률'을 허용용적률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용적률 최대치를 현재 최대치의 1.2배까지 높일 계획이다.가령 산호아파트는 각종 규제(20%포인트)와 기부채납(20%포인트), 임대주택(50%포인트)까지 부담해야 법적상한용적률인 300%까지 채울 수 있다. 현재 용적률이 260%인데 임대주택만 봐도 25%포인트를 내놔야 한다. 남는 용적률이 15%인데 기부채납하고 나면 남는 건 없다시피 하다. 사실상 1대1 재건축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으로 산호아파트의 현재 용적률(260%)을 허용용적률로 인정하면 30%포인트를 각종 규제 충족 없이도 추가로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부담 없이 분양으로 고스란히 돌릴 수 있는 '30%포인트'의 용적률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밀단지이기 때문에 용적률 최대치도 360%까지 올라갈 수 있다. 360%까지 용적률을 채우려면 기부채납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20%포인트 가정)와 임대주택 공급 인센티브(80%)를 채우면 된다.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절반(40%포인트)을 빼도 분양에 배정할 수 있는 용적률 증가분은 60%포인트에 달한다.
20가구(전용 59㎡)에 불과했던 일반분양 가구 수도 5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조합원의 용적률(260%)을 빼도 일반분양에 배정할 수 있는 용적률이 최대 60%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반분양 가구 수는 면적별 가구 수 배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가구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를 살 때 유의할 점은 소유한 집의 층수×3이 재건축 후에 받게 될 층수라는 것이다. 가령 1층을 사면 3층을 받게 되고, 12층을 사면 35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층수별 시세 차이가 크다.
단지 북쪽에 인접한 마포 도화우성(1222가구)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가운데 이번에 서울시가 언급한 '과밀단지'에 꼽혔다. 용적률 228%로 사업성 개선이 예상된다. 단지 동쪽으로 원효로4가71 일대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고, 인근의 풍전아파트는 소규모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설립인가까지 진행된 상태다. 현대차 본관도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조합 비대위가 1대1 재건축 때문에 분담금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매수가 뚝 끊어졌다"며 "서울시 발표를 계기로 문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