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선임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29일 선임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사진) 체제를 꾸렸다. 언론·법조계 출신 인사 2인을 사내이사에 앉히고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법 리스크 관리와 성장 동력 확보에 고루 힘쓰기 위한 조직 개편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5인 등 8인 체제로 꾸렸다.

통합 AI 조직 만든다


카카오는 28일 제주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정신아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정 신임 대표는 지난 12월 대표로 내정된 뒤 카카오 쇄신TF장,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임직원 1000여명에게서 조직 개편 방안을 모았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정 신임 대표 대신 1년 7개월 간의 임기를 마친 홍은택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그간 성장과 안정 두 가지에 초점을 뒀다”며 “(정 신임 대표가) 미래지향적 혁신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7인에서 8인 체제가 됐다. 사내이사 자리엔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과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새로 선임됐다. 권 위원장은 조선일보 기자, 조 실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출신이다. 언론·법조계 출신으로 리스크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성격이 짙은 인사다. 홍 대표 외에 유일한 사내이사였던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종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지난달 사임했다. 사외이사로는 기존 3인 외에 함춘승 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와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등 2인이 선임됐다.

정 신임 대표는 ‘일상 속 AI 시대 선도’를 회사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사내 흩어져 있던 AI 부서들을 모아 통합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이 조직 수장 자리로 신설한 최고AI책임자(CAIO) 직엔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선임했다. 이 CAIO는 SK텔레콤 AI사업단장,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AI·빅데이터 전문가다. 정 신임 대표는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인사 논란엔 정면 돌파


인사 논란은 정 신임 대표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카카오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CTO로 내정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인 2021년 8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70억원대 평가차익을 거둬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외부 비판에 수그리기보다는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인사는 품고 가겠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사법 리스크도 고민거리다.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송 등 다방면에서 얽혀 있다. 공정위는 경쟁사 가맹 택시로 가는 콜을 차단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71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 웹소설 공모전 계약을 놓고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한 공정위 제재를 놓고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또 다른 불공정 거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경영 쇄신을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이날 주주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임원의 권한과 책임, 보상 등을 명확하게 규정해 공개하라”며 “임원의 주식 보유 규정도 제정해 보상과 기업의 장기 성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