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완전 '반포자이'"…10대들 유행어 뜻 봤더니 '발칵'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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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아이돌 포토카드, '반포자이'로 불려
부모님·선생님 차 브랜드 읊는 초등학생도
"뉴미디어 영향 크나 제재 쉽지 않아"
부모님·선생님 차 브랜드 읊는 초등학생도
"뉴미디어 영향 크나 제재 쉽지 않아"
"얘들아 이거 완전 반포자이 포카(포토카드)다."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포카'에 '반포자이',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 아파트 명칭이 붙고 있다. 포카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을 카드 형태로 제작한 '포토카드'의 준말이다. 원래 아이돌 그룹의 앨범을 사면 1장씩 들어있는 한정판 굿즈(기획 상품)이다. 몇몇 포카가 인기를 끌면서 월등히 높은 시세로 거래되는데, 이런 희소한 카드를 빗대어 '반포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포카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로 형성된 은어다.
반포자이 포카는 실제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 남자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중국 국적 멤버 장하오의 친필 사인 포카는 번개장터에서 190만원에 거래돼 화제 된 바 있다.
문제는 '반포자이'와 '한남더힐'과 같은 값비싼 고급 아파트의 의미를 '포카 향유층'인 10대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주지, 자동차, 의류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사회풍조는 점점 더 어려지고 세분화하는 모양새다.
대기업 인근 신도시에서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김모 씨는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각 부모님이 다니시는 회사는 물론이고 해당 회사에서 어떤 직급인지까지 이야기한다"며 "예컨대 '○○아빠는 고졸 출신 생산직이고, ○○아빠는 석사 연구원 출신이다'라는 대화도 들어봤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초등교사 A씨는 "학생들이 자동차 브랜드를 너무 잘 안다"며 "꼭 편 가르기를 하려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오 너희 아빠 벤츠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수입차를 구매하면 증정품으로 받는 우산이나 노트를 학교에 들고 와 자랑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B씨도 "학교 주차장에 있는 교사들의 차가 국산 브랜드인 것을 보고 소문내는 학생이 있었다"며 "아이들이 웹툰이나 유튜브 영상, SNS 등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제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물질을 중심으로 집단을 구분 짓는 세태가 학교 폭력 등 사회 갈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고급 아파트 명칭이나 자동차 브랜드에 해박한 10대에 대해 "미디어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내면화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에 무분별하게 정보를 접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심의 등으로 제재할 수 있었지만 이젠 정보를 흡수하는 경로가 워낙 다양해 감시 체계의 의미가 없어진 수준"이라며 "손 놓고 바라보기엔 사회 갈등 유발 등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포카'에 '반포자이',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 아파트 명칭이 붙고 있다. 포카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을 카드 형태로 제작한 '포토카드'의 준말이다. 원래 아이돌 그룹의 앨범을 사면 1장씩 들어있는 한정판 굿즈(기획 상품)이다. 몇몇 포카가 인기를 끌면서 월등히 높은 시세로 거래되는데, 이런 희소한 카드를 빗대어 '반포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포카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로 형성된 은어다.
반포자이 포카는 실제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 남자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중국 국적 멤버 장하오의 친필 사인 포카는 번개장터에서 190만원에 거래돼 화제 된 바 있다.
문제는 '반포자이'와 '한남더힐'과 같은 값비싼 고급 아파트의 의미를 '포카 향유층'인 10대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주지, 자동차, 의류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사회풍조는 점점 더 어려지고 세분화하는 모양새다.
대기업 인근 신도시에서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김모 씨는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각 부모님이 다니시는 회사는 물론이고 해당 회사에서 어떤 직급인지까지 이야기한다"며 "예컨대 '○○아빠는 고졸 출신 생산직이고, ○○아빠는 석사 연구원 출신이다'라는 대화도 들어봤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초등교사 A씨는 "학생들이 자동차 브랜드를 너무 잘 안다"며 "꼭 편 가르기를 하려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오 너희 아빠 벤츠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수입차를 구매하면 증정품으로 받는 우산이나 노트를 학교에 들고 와 자랑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B씨도 "학교 주차장에 있는 교사들의 차가 국산 브랜드인 것을 보고 소문내는 학생이 있었다"며 "아이들이 웹툰이나 유튜브 영상, SNS 등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제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물질을 중심으로 집단을 구분 짓는 세태가 학교 폭력 등 사회 갈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고급 아파트 명칭이나 자동차 브랜드에 해박한 10대에 대해 "미디어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내면화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특히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에 무분별하게 정보를 접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심의 등으로 제재할 수 있었지만 이젠 정보를 흡수하는 경로가 워낙 다양해 감시 체계의 의미가 없어진 수준"이라며 "손 놓고 바라보기엔 사회 갈등 유발 등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