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사진=뉴스1
검찰이 158억원 상당의 불법 공매도 혐의를 받는 HSBC 홍콩법인과 트레이더들을 재판에 넘겼다. 불법 공매도 규정이 시행된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기소된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검 불법공매도수사팀(팀장 금융조사1부 권찬혁 부장검사)은 28일 홍콩 소재 HSBC 법인과 A씨(45) 등 증권대차(SBL)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무차입 상태에서 차입을 완료한 것처럼 국내 지점 증권부에 통보해 9개 상장사의 주식 32만주(157억8400만원 상당)를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후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미리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거래 방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주식을 미리 빌리는 '차입' 공매도를 제외한 모든 공매도 형태를 금지한다.

검찰은 처벌 규정이 신설된 이후 이들이 공매도 주문을 위해 최소한의 주식 차입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했다고 본다. 이들이 주식 차입에 드는 이자, 보관료 등 비용을 아끼고 차입한 주식을 판매하지 못하는 재고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벌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HSBC 홍콩 법인이 국내법상 규제를 악의적으로 회피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HSBC 홍콩 법인은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국내 지점의 서버 보관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료를 해외 서버에 보관하는 등 금융당국의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증권사들의 '감시 미비'도 함께 지적됐다. 검찰 측은 "국내 증권사들은 공매도 주문 전 주식 차입 완료 여부를 객관적 자료가 아닌 말로만 확인했다"며 "IB가 독자적으로 증권사 전산망에 접속해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사실상 '도관' 역할만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HSBC 홍콩법인 외에 BNP파리바 홍콩법인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두 IB는 앞서 금융위원회로부터 관련 혐의로 과징금 265억여원을 부과받은 전적이 있다.

검찰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증권사들의 부실한 주식 차입 확인 방식과 IB의 악의적인 관리·감독 회피 등을 통보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훼손하는 금융·증권 범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