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거장 열정에 반했다"…들라크루아展, 15만 관객 '흥행 돌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관객수 압도적 1위' 미셸 들라크루아展, 31일 막 내려
독학으로 자신만의 화풍 만들어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 재구성
"관객들에게 내 노력 전달돼 행복"
동화같은 그림 보며 동심 속으로
'거장' 샤갈의 손녀도 전시장 찾아
독학으로 자신만의 화풍 만들어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 재구성
"관객들에게 내 노력 전달돼 행복"
동화같은 그림 보며 동심 속으로
'거장' 샤갈의 손녀도 전시장 찾아
15만525명.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를 27일까지 찾은 관객 수다. 개막 이후 하루 평균 1711명(휴관일 제외)의 관객을 끌어모은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전시 중에서도 압도적인 흥행 1위다.
구름처럼 몰린 관객 중에는 특별한 이들도 많았다. 최근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현대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외손녀 벨라 마이어(69)다. 미국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제주에서 열리는 샤갈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들라크루아전에 들렀다. 마이어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거장의 손녀답게 작품들의 색을 찬찬히 뜯어봤고, 호평을 남긴 뒤 웃으며 전시장을 나갔다.
그럴 만도 했다. 들라크루아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개척한 거장은 아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그 옛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들라크루아 자신도 말했다. “나는 거대한 곳(미술 역사)이 아니라 작은 정원에서 노는 평범한 화가일 뿐”이라고.
그에게 15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비결을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이 전시를 위해 노르망디에서 매일 홀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한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며 “그 노력과 열정이 관람객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관객들이 감동받은 지점도 여기다. 아흔 살이 넘은 화가가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점,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릴지에 골몰한다는 사실에서다. 한 관람객(아이디 holor****)은 인터파크에 “아흔한 살의 나이에도 힘껏 달리고 있는 미셸은 그 자체가 감동이고 교훈이고 위대함이었다”는 관람 후기를 남겼다. 다른 관람객은 “90대 노인도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나도 용기를 내서 힘껏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유의 화풍은 들라크루아가 스스로 고안한 것이다.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순수한 본능과 직관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이것도 이해하지 못하냐”며 관람객을 위압하는 듯한 현대미술 전시와 대조적인 따뜻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내 그림을 보고 관람객들이 예전에 잊은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구름처럼 몰린 관객 중에는 특별한 이들도 많았다. 최근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현대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외손녀 벨라 마이어(69)다. 미국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제주에서 열리는 샤갈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들라크루아전에 들렀다. 마이어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거장의 손녀답게 작품들의 색을 찬찬히 뜯어봤고, 호평을 남긴 뒤 웃으며 전시장을 나갔다.
○작가도 어리둥절…뜻밖의 ‘최고 흥행’
전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만큼이나 많은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림을 그린 들라크루아조차 그랬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긴 삶과 화가로서의 인생 동안 이렇게 많은 관람객은 접해본 적이 없다”며 “아흔한 살까지 살면서 인생에 이만한 영예가 없었다. 감동적인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럴 만도 했다. 들라크루아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개척한 거장은 아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그 옛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들라크루아 자신도 말했다. “나는 거대한 곳(미술 역사)이 아니라 작은 정원에서 노는 평범한 화가일 뿐”이라고.
그에게 15만 명의 관람객을 모은 비결을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이 전시를 위해 노르망디에서 매일 홀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한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며 “그 노력과 열정이 관람객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관객들이 감동받은 지점도 여기다. 아흔 살이 넘은 화가가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점,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릴지에 골몰한다는 사실에서다. 한 관람객(아이디 holor****)은 인터파크에 “아흔한 살의 나이에도 힘껏 달리고 있는 미셸은 그 자체가 감동이고 교훈이고 위대함이었다”는 관람 후기를 남겼다. 다른 관람객은 “90대 노인도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나도 용기를 내서 힘껏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름다웠던 동심
가벼운 붓터치와 파스텔톤 색채로 완성한 들라크루아의 화풍은 극사실주의와 거리가 멀다. 풍경 역시 실존한 파리의 모습이 아니다. 화가의 기억 속에 있는 다양한 시대의 파리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재구성해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기법이 한국인은 물론 재한 프랑스인들에게까지 호평받았다. 루도빅 기요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참사관은 “2019년 화재로 불탄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 등 기억 속에 있는 옛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다”고 했다.특유의 화풍은 들라크루아가 스스로 고안한 것이다.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순수한 본능과 직관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이것도 이해하지 못하냐”며 관람객을 위압하는 듯한 현대미술 전시와 대조적인 따뜻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내 그림을 보고 관람객들이 예전에 잊은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