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순이익 16년만에 최저…이대로 괜찮나 [강진규의 BOK워치]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반토막 났다. 이익이 1조원 넘게 줄면서 지난 2008년 흑자전환한 이후 16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1조362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2년 2조5452억원보다 1조1830억원 줄었다. 이같은 당기순이익 규모는 2007년 4447억원 순손실에서 2008년 3조4029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한 뒤 가장 적은 수준이다.

총수익이 19조4469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5478억원 감소한 가운데 총비용은 17조5829억원으로 이보다 수익 감소폭보다 훨씬 적은 1153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수익 감소는 외환 매매와 유가증권 매매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 매매익(9655억원)이 1조3414억원, 유가증권 매매익(4조7509억원)이 1조9847억원 감소했다. 순이익 가운데 30%(4087억원)의 법정적립금 등을 제외한 9221억원은 정부 세입으로 처리됐다.

이덕배 한은 예산회계팀장은 기자설명회에서 "국내 금리가 상승하다 보니 한은이 보유한 외화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외환 매매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2년 환율 변동폭 확대로 외환 매매익이 많이 발생했다가 지난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유가증권 매매익도 줄어 총수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큰 폭의 순이익 감소에도 한은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이 팀장은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통화신용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자산과 부채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해가 날 경우 적립금을 당겨쓰거나 정부의 자금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어 이익을 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36조4019억원으로 2022년 말(582조8261억원)보다 46조4242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지원 조치의 종료에 따른 금융중개지원대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어음대출(19조5262억원)이 21조4488억원 줄었다. 아울러 부채(514조9018억원)도 46조47억원 감소했다. 유동성 조절 규모가 축소되면서 환매조건부매각증권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 가운데 7.2%는 현금성 자산, 68.5%는 직접투자자산, 24.3%는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긴 위탁자산이었다. 현금성 자산 비중이 10.0%에서 줄어든 반면 정부채 비중 39.4%에서 44.8%로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신중한 운용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정부채 비중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