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 수 있겠어?" 속전속결 진행된 부담금 개편 '막전막후'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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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제도 개편이 과연 가능하긴 합니까? 예산실도 반대할 텐데요”
법정부담금 개편을 주도했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관계자들이 이번 작업 과정에서 다른 부처 관계자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얘기다.
정부는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 91개 중 40%에 달하는 36개를 폐지·감면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담겼다. 이를 통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기업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부담금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1961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63년 만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엄두를 못 냈던 부담금 개편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개편은 기재부가 지난 1월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담금 원점 재검토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개편 과정에서 부처 간 갈등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세제 개편 등 다른 굵직한 현안에 밀려 부담금 개편은 주목받지 못했다. 경제정책방향 수립을 진두지휘했던 기재부 경제정책국도 주요 핵심 과제에서 부담금 개편을 후순위에 배치했다. 당초 원점 재검토도 여유를 두고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지 보도(1월 8일자 A1, 10면 참조)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부담금 제도를 전면 손질하라고 주문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주무 부서인 기재부 재정관리국은 윤 대통령 지시 후 즉각 관계 부처와 협의에 나섰다. 기재부조차도 처음엔 부담금 개편이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수십 년 간 부담금을 관행적으로 걷어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는 데다 국회 통제를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부담금은 일반회계 대신 기금 또는 특별회계에 귀속돼 사업비 확보가 쉽다.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 예산실도 부담금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시간을 끌수록 부처들의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봤다. 부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개혁의 동력이 생긴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부담금 개편 작업도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부처에서 개편 대상 부담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재부가 먼저 개편이 필요한 부담금을 제시한 것이다.
기재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제정한 뒤 매년 부과 타당성 등 운용 현황도 평가해 왔다. 문제는 평가 결과 이행에 소관 부처가 소극적이었다는 뜻이다. 부담금의 존속 여부도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후 기재부 및 부담금관리위원회에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는 국민과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부담금 제도를 개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초반에 해당 부처 관계자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부처 반발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부처에서 ‘부담금 개편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같은 조직 내 기재부 예산실도 설득 대상이었다.
최 부총리를 필두로 김언성 기재부 재정관리관(1급·차관보)이 총대를 멨다. 김 관리관은 직접 일대일 협상에서 각 부처 관계자들과 만났다. 기재부 안을 먼저 제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해당 부처에서 대안을 가져와 달라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최 부총리도 기재부 실무 담당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영화 관람객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징수하는 영화입장권부과금은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여권 발급 시 1만5000원을 걷던 국제교류기여금은 올 하반기부터 1만2000원으로 인하된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관광진흥(1만원)과 국제질병 퇴치(1000원) 명목으로 징수해온 출국납부금은 내년부터 7000원으로 인하된다. 출국납부금 전액 면제 대상도 기존 만 2세에서 12세로 확대한다.
다만 이번 부담금 개편 과정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분명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과 최 부총리가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며 “향후 업무 과정에서 이 정도의 추진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담금 개편에 따라 2조원가량이 줄어드는 재원 충당은 여전히 숙제다. 기재부는 일반회계 등 재정 투입 및 기금 효율화를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원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담금 개편 과정에서 앙금이 남아 있는 다른 부처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박상용/허세민/이광식 기자
법정부담금 개편을 주도했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관계자들이 이번 작업 과정에서 다른 부처 관계자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얘기다.
정부는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 91개 중 40%에 달하는 36개를 폐지·감면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담겼다. 이를 통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기업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부담금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1961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63년 만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엄두를 못 냈던 부담금 개편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개편은 기재부가 지난 1월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담금 원점 재검토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개편 과정에서 부처 간 갈등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부처 반발에도 두 달 만에 마무리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91개 부담금을 원점 재검토해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무분별한 신설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리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담금 개편을 통한 투자 여건을 개선해 역동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지가 담겼다.하지만 당시엔 세제 개편 등 다른 굵직한 현안에 밀려 부담금 개편은 주목받지 못했다. 경제정책방향 수립을 진두지휘했던 기재부 경제정책국도 주요 핵심 과제에서 부담금 개편을 후순위에 배치했다. 당초 원점 재검토도 여유를 두고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지 보도(1월 8일자 A1, 10면 참조)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부담금 제도를 전면 손질하라고 주문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주무 부서인 기재부 재정관리국은 윤 대통령 지시 후 즉각 관계 부처와 협의에 나섰다. 기재부조차도 처음엔 부담금 개편이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수십 년 간 부담금을 관행적으로 걷어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는 데다 국회 통제를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부담금은 일반회계 대신 기금 또는 특별회계에 귀속돼 사업비 확보가 쉽다.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 예산실도 부담금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시간을 끌수록 부처들의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봤다. 부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개혁의 동력이 생긴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부담금 개편 작업도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부처에서 개편 대상 부담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재부가 먼저 개편이 필요한 부담금을 제시한 것이다.
기재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제정한 뒤 매년 부과 타당성 등 운용 현황도 평가해 왔다. 문제는 평가 결과 이행에 소관 부처가 소극적이었다는 뜻이다. 부담금의 존속 여부도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후 기재부 및 부담금관리위원회에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는 국민과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부담금 제도를 개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총대 맨 최 부총리
예상대로 실무 협의 초반부터 다른 부처와의 갈등은 시작부터 불거졌다.기재부는 초반에 해당 부처 관계자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부처 반발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부처에서 ‘부담금 개편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같은 조직 내 기재부 예산실도 설득 대상이었다.
최 부총리를 필두로 김언성 기재부 재정관리관(1급·차관보)이 총대를 멨다. 김 관리관은 직접 일대일 협상에서 각 부처 관계자들과 만났다. 기재부 안을 먼저 제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해당 부처에서 대안을 가져와 달라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최 부총리도 기재부 실무 담당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영화 관람객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징수하는 영화입장권부과금은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여권 발급 시 1만5000원을 걷던 국제교류기여금은 올 하반기부터 1만2000원으로 인하된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관광진흥(1만원)과 국제질병 퇴치(1000원) 명목으로 징수해온 출국납부금은 내년부터 7000원으로 인하된다. 출국납부금 전액 면제 대상도 기존 만 2세에서 12세로 확대한다.
다만 이번 부담금 개편 과정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분명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과 최 부총리가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며 “향후 업무 과정에서 이 정도의 추진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담금 개편에 따라 2조원가량이 줄어드는 재원 충당은 여전히 숙제다. 기재부는 일반회계 등 재정 투입 및 기금 효율화를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원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담금 개편 과정에서 앙금이 남아 있는 다른 부처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박상용/허세민/이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