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일하다 다치면…출장인지 파견인지부터 따져야 할 판" [김대영의 노무스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해외근무자, 산재 분쟁 지속
파견·출장 따라 산재 여부 달라
국내선 산재보험 미가입자 보상
해외파견자는 보험 가입해야
파견·출장 따라 산재 여부 달라
국내선 산재보험 미가입자 보상
해외파견자는 보험 가입해야
해외 진출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현지에서 일하다 다친 근무자들의 산업재해 처리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근무 중 다친 근로자들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거부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법원은 해외근무 형태가 출장인지, 파견인지에 따라 산재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A씨는 일용직 근로자로 2019년 7월 B업체와 중국 우시에서 설비 반입·설치 업무를 1개월간 수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업체는 중국 우시에 있는 LG화학 양극재 공장 소성공정 설비를 제작·설치하는 업무를 재하도급받은 상태였다.
A씨는 근로계약 체결 후 중국으로 넘어가 B업체의 부장 직위를 달고 직원 5명과 설비 설치 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8월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이다 사흘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단 결과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산재라고 판단해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뇌경색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면서도 "요양급여는 지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가 해외파견근로자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해외근무자가 국내에 있는 사용자의 지휘를 받아 근무할 경우 산재보험상 보험관계가 유지된다고 본다. 국내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는 사실상 해외출장 형태라면 산재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사용자가 아닌 해외 사업장에서 지휘·명령을 받는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 해외파견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어야만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
1심은 A씨가 현지에 있던 도급업체가 아니라 국내에 있는 B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봤다. A씨가 현지 도급업체와 소위 '갑을관계'에 있기는 했지만 사용자처럼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혜정 판사는 "도급업체가 감리·감독·업무 공유 차원에서 B업체 현장 대리인인 A씨에게 설치 업무에 관한 구체적 요구나 지시를 한 것일 뿐, 사용자로서 지휘·감독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A씨를 해고하거나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B업체고 휴가 등 인사 관리도 B업체가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C씨 유족은 급여가 국내 법인에서 지급됐다고 항변했다. 또 인사명령, 근무평가, 국내복귀 명령 등이 국내 법인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도 공단과 다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삼성전자) 중국 법인은 기본적으로 법인장 지휘 하에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C씨가 파견을 간 이후 국내 법인 인사팀이나 메모리기술팀이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C씨가 국내 법인에 직접 업무보고를 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근무자 산재 적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쉽사리 사그라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 판결이 근무 형태와 실상에 따라 엇갈리고 있고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로 판세가 좌우되는 탓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에선 산재가 발생할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근무자는 다르다. A씨도 산재 발생 이후에야 해외파견자 산재보험에 가입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지 못했다.
A씨를 대리한 노일선 법률사무소 도안 변호사는 "아무래도 입증이 어렵다 보니 공단을 상대로 한 산재 소송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며 "국내 기업 간에 발생한 산재라면 국내에서 발생한 산재처럼 (동일하게)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근로복지공단, 해외근무자 산재 신청 '불승인'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우시 LG화학 양극재 공장 소성공정 설비 설치 업무를 하던 A씨와 공단 간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9-1행정부는 다음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A씨는 일용직 근로자로 2019년 7월 B업체와 중국 우시에서 설비 반입·설치 업무를 1개월간 수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업체는 중국 우시에 있는 LG화학 양극재 공장 소성공정 설비를 제작·설치하는 업무를 재하도급받은 상태였다.
A씨는 근로계약 체결 후 중국으로 넘어가 B업체의 부장 직위를 달고 직원 5명과 설비 설치 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8월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이다 사흘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단 결과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산재라고 판단해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뇌경색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면서도 "요양급여는 지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가 해외파견근로자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해외근무자가 국내에 있는 사용자의 지휘를 받아 근무할 경우 산재보험상 보험관계가 유지된다고 본다. 국내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는 사실상 해외출장 형태라면 산재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사용자가 아닌 해외 사업장에서 지휘·명령을 받는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 해외파견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어야만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
1심은 A씨가 현지에 있던 도급업체가 아니라 국내에 있는 B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봤다. A씨가 현지 도급업체와 소위 '갑을관계'에 있기는 했지만 사용자처럼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혜정 판사는 "도급업체가 감리·감독·업무 공유 차원에서 B업체 현장 대리인인 A씨에게 설치 업무에 관한 구체적 요구나 지시를 한 것일 뿐, 사용자로서 지휘·감독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A씨를 해고하거나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B업체고 휴가 등 인사 관리도 B업체가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 미가입자, 국내선 보상·해외선 불가
반면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일하다 뇌경색으로 사망한 C씨는 산재 적용을 받지 못했다. C씨 유족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외 법인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현지 취업규칙과 인사관리를 적용받는다는 이유에서다.C씨 유족은 급여가 국내 법인에서 지급됐다고 항변했다. 또 인사명령, 근무평가, 국내복귀 명령 등이 국내 법인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도 공단과 다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삼성전자) 중국 법인은 기본적으로 법인장 지휘 하에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C씨가 파견을 간 이후 국내 법인 인사팀이나 메모리기술팀이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C씨가 국내 법인에 직접 업무보고를 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근무자 산재 적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쉽사리 사그라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 판결이 근무 형태와 실상에 따라 엇갈리고 있고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로 판세가 좌우되는 탓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에선 산재가 발생할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근무자는 다르다. A씨도 산재 발생 이후에야 해외파견자 산재보험에 가입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지 못했다.
A씨를 대리한 노일선 법률사무소 도안 변호사는 "아무래도 입증이 어렵다 보니 공단을 상대로 한 산재 소송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며 "국내 기업 간에 발생한 산재라면 국내에서 발생한 산재처럼 (동일하게)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