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열린 통영국제음악제(TIMF)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제 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의 말대로 22년 차를 맞이한 이 음악제의 과제 중 하나는 '저변 넓히기'다. 통영음악제는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새 음악'이 초연되고, 정상급 단체들이 찾는 글로벌 음악 축제로 성장했지만, 관객의 70% 이상이 외지인. 로컬 관객보다는 소수의 음악애호가가 통영을 찾는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7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 연주는 음악제가 그동안 추구해온 혁신성과 퀄리티, 여기에 접근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무대였다. 개막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레퍼토리 중 당대 '혁신적 관현악법'으로 이름 날린 작품들이다. 평소처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축제의 포문을 열었고, 독일 하노버 NDR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스타니슬라프 코차놉스키가 지휘봉을 잡았다.
타메스티, 독특한 퍼포먼스로 비올라 매력 극대화
이탈리아의 해럴드는 협주곡 같은 교향곡이다. 교향곡 형식이지만, 비올라 솔로가 중심이 되는 협주곡 성격이 짙은 작품.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베를리오즈에 곡을 의뢰해 만들어졌다. 파가니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를 구입했고, 이 악기를 위한 화려한 곡을 원했고, 베를리오즈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썼다.
2악장에서는 주요 멜로디를 연주하는 호른 근처에서, 중반부 더블베이스가 피치카토(현을 튕기며 연주하는 주법)를 할 때는 더블베이스 쪽으로 옮겨가며 연주했다. 이처럼 전체 4악장이 진행되는 동안 티메스티는 마치 오케스트라 안에서 작은 실내악을 선보이듯 자리를 옮겨가며 파트별로 합을 맞췄다. 다른 연주자들과 ‘오프 스테이지’(무대 바깥으로 나가서 연주) 장면도 연출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지금 어떤 파트가 연주의 핵심인지 집중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다.
스타 연주자로 주목받는 타메스티는 167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로 연주했는데, 첼로만큼 묵직하고 바이올린보다 화려한 '이중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앙코르 연주로 들려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과 힌데미트의 비올라 무반주 소나타 1번 4악장에서는 비올라의 양가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주로 탄성을 자아냈다. 바흐에서는 묵직하고 깊이 있는 음향을, 힌데미트에서는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보다 현란한 테크닉과 격정적인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비올라라는 악기의 편견을 깬 그의 화려한 연주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페스티벌 악단 장점 극대화한 셰에라자드
2부의 셰에라자드는 이번 음악제 통틀어 가장 대중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중동 설화집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를 토대로 만든 이 곡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한계는 덜고, 강점은 극대화하기 적절한 레퍼토리였다.곡은 왕과 셰에라자드를 표현한 두 가지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1악장 도입부에 나오는 트롬본, 튜바 등 금관을 중심으로 한 묵직한 음형은 위협적인 왕의 모습이라면 곧이어 등장하는 바이올린 주제 선율은 셰에라자드다. 이 선율은 전체 4개 악장에서 조금씩 변형되며 파트별로 등장한다. 이는 각 단원의 기량을 선보이기 효과적이었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는 매번 구성이 달라지는 프로젝트성 악단인 만큼 안정감보다는 각 단원의 개성과 기량이 돋보이는 연주를 선보였다. 합주의 측면에서 연주자들간 호흡이 완벽하게 맞는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지휘자 코차놉스키는 페스티벌 악단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과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듯했다. TFO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의 사례를 따라 국내외 여러 연주자를 모아 만든 악단이다. 올해는 홍콩 신포니에타를 비롯해 TIMF 앙상블 단원, 객원 솔리스트 등 90여 명으로 꾸려졌다.
통영=최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