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3 RWD(후륜구동). 지난 4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사진=백수전 기자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3 RWD(후륜구동). 지난 4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사진=백수전 기자
“아내가 지난 10년간 일하느라 고생했다고 새 차 한 대 뽑으라고 합니다. 예산으로 5000만원 결재받았습니다. 테슬라가 눈에 들어오는데 신형 모델3와 SUV 모델Y 중 어떤 차를 살지 고민이 큽니다. 네 살 딸아이 하나 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경기 동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의 인생 최대 고민 사연입니다. 최근 테슬라 차주 커뮤니티에선 비슷한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지난 4일 국내 출시한 새 모델3 때문입니다. 준중형 세단 모델3는 프로젝트 ‘하이랜드’란 이름으로 외관과 성능이 신차 수준으로 개선돼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 지난해 가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장엔 다소 뒤늦게 상륙한 셈입니다.

관심을 모았던 출시 가격은 △후륜구동(RWD)트림 5199만원 △사륜구동 롱레인지 트림 5999만원입니다. 정부 보조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합칠 경우 모델3 RWD 실구매가는 4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한국경제 <테슬람이 간다>는 국내 언론 최초로 모델3 하이랜드 시승기를 전합니다. 지난달 25~26일 이틀에 걸쳐 서울 역삼~일산 킨텍스~파주까지 총 250㎞를 달렸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지난 수년간 국내 출시한 테슬라 대부분 모델을 타봤습니다. (△2023년 7월 29일·8월 5일 △2023년 4월 29일·5월 6일 △2022년 7월 9일·16일자 시승기 참조) 새 모델3를 운전하면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Y와 장단점을 비교해봤습니다.
지난 4일 국내 출시한 새 모델3 롱레인지 트림. 테슬라가 새로 선보인 '울트라 레드' 색상이다. /백수전 기자
지난 4일 국내 출시한 새 모델3 롱레인지 트림. 테슬라가 새로 선보인 '울트라 레드' 색상이다. /백수전 기자

모델3 하이랜드 첫인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테슬라코리아 본사. 지하 주차장에 빨강, 파랑, 흰색의 새 모델3 시승차가 준비됐습니다. 기자가 배정받은 차량은 파란색 모델3 후륜구동(RWD)으로 기본 트림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인가요. 빨간색의 롱레인지 트림 차량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번 모델3에 새로 추가된 ‘울트라 레드’ 색상입니다. 이미 다른 리뷰어에게 배정됐다는 말에 아쉽게 눈을 돌렸습니다.

하이랜드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지난 10년간 테슬라가 유지했던 기존 모델S·X·3·Y 라인의 디자인 코드와 결이 다릅니다. 가장 확연하게 바뀐 건 전조등 부분입니다. 기존의 통통하고 동글한 얼굴이 살을 뺀 듯 날렵하게 바뀌었습니다. 앞 범퍼 밑의 안개등은 삭제됐습니다. 너무 많이 덜어낸 걸까요. 앞부분이 다소 밋밋해진 느낌입니다. 최근 다른 완성차들의 화려한 전면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면 뒷부분은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졌습니다. 테일램프가 트렁크 문과 일체형인 게 눈에 띕니다.
테슬라 새 모델3 실내 모습. 기존 모델의 운전대 좌우에 달렸던 기어 및 깜빡이등 레버가 사라졌다. /백수전 기자
테슬라 새 모델3 실내 모습. 기존 모델의 운전대 좌우에 달렸던 기어 및 깜빡이등 레버가 사라졌다. /백수전 기자
차 문을 열고 실내에 앉아봅니다. 인테리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테슬라 최초로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됐습니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색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앞좌석엔 드디어 통풍 시트가 적용됐습니다. 기본형 차량임에도 뒷좌석엔 모델S처럼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는 물론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에어컨 및 온도 조절도 가능합니다. 아이를 태우는 아빠에겐 반가운 변화입니다.

뒷좌석은 넓지도 좁지도 않은 준중형 세단의 공간입니다. 180㎝ 이상의 성인 남성에겐 낮은 천장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생 이하 아이들을 태운다면 패밀리카로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에 발을 뻗고 누울 수 있습니다. 두 명 정도 차박도 가능해 보이지만 ‘굳이 이 차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에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다. 성인 남성 2명에겐 다소 좁은 공간이다. /백수전 기자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에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다. 성인 남성 2명에겐 다소 좁은 공간이다. /백수전 기자

제로백 6.1초 '달리는 맛' 살아 있네

이제 출발할 시간입니다. 테슬라 차량엔 시동 버튼이 없습니다. 기어를 ‘D’로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그만입니다. 개선된 모델3는 모델S처럼 운전대 양옆에 기어와 좌우 깜빡이등을 조작하는 레버가 없습니다. 주차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디스플레이 왼쪽에 전진과 후진 표시가 뜨고 휴대폰 화면을 밀어내듯 변경합니다. 모델S를 시승할 때만큼 당황스럽진 않았지만 어색한 건 여전합니다. 다만 운전대에 달린 좌우 깜빡이 버튼은 생각보다 편합니다.

모델3가 강남 도로 한복판에 나왔습니다. 운전석 중앙의 15.4인치 디스플레이에 후방 및 좌우 카메라 화면이 동시에 뜹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새 모델3엔 자율주행 칩 하드웨어 4.0(HW4.0)이 장착됐습니다. 카메라 화질이 구형 모델3보다 뛰어나지만, 모델Y RWD와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화면엔 배터리 100%라고 떴습니다. 터치하니 주행가능 거리 463㎞가 뜹니다. 모델3 RWD는 국내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382㎞로 공인받았습니다. 모델Y 350㎞보다 10%가량 더 갈 수 있습니다. 모델3 롱레인지 트림은 488㎞입니다.
테슬라 차량 펜더엔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새 모델3엔 자율주행 칩 하드웨어 4.0(HW 4.0)을 상징하는 빨간 카메라 렌즈가 확인된다. /백수전 기자
테슬라 차량 펜더엔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새 모델3엔 자율주행 칩 하드웨어 4.0(HW 4.0)을 상징하는 빨간 카메라 렌즈가 확인된다. /백수전 기자
액셀에서 발을 떼면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가속페달을 발에서 떼면 제동)이 느껴집니다. 기자가 테슬라에 익숙해진 걸까요. 감속이 상당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기존의 테슬라 차량은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모델Y 2023년형부터 그 기능이 빠졌습니다. 회생제동은 익숙해지면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운전 피로도가 줄어듭니다.

어느새 하이랜드는 반포대교를 건너 강변북로에 오릅니다. 일산 방향으로 마포를 지나자 차량 흐름이 쾌적해졌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봅니다. 과거 시승했던 모델S나 모델3 롱레인지는 무서울 정도로 차량이 달려 나갔습니다. 모델3 RWD 역시 빠르긴 했지만, 내연기관차를 압도할 정도는 아닙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6.1초.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물론 가격 차가 1700만원에 달합니다).

단일모터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5000만원대 가격에서 이런 속도를 내는 차량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이오닉5보다 도로에 착 깔리는 느낌입니다. 모델Y RWD와 비교해도 훨씬 가벼워서 달리는 맛이 살아있습니다. 모델3 RWD의 공차중량은 1760㎏, 모델Y RWD는 1910㎏입니다. 물론 ‘달리는 전기차’ 테슬라를 제대로 느끼려면 듀얼 모터 롱레인지(제로백 4.4초) 트림으로 가야겠지요.
새 모델3엔 테슬라 차량 최초로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됐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색을 선택할 수 있다. /백수전 기자
새 모델3엔 테슬라 차량 최초로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됐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색을 선택할 수 있다. /백수전 기자

확실히 개선된 승차감

일산에 들러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웠습니다. 승차감을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예전부터 승차감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옛 미국산 모델Y는 돌덩이 위에 탄 듯한 딱딱한 승차감으로 차주들에게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2023년형을 거쳐 작년 출시한 모델Y RWD는 훨씬 편하게 개선됐지만, 뒷좌석이 여전히 노면을 제법 타고 통통 튀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새 모델3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개선된 승차감을 꼽았습니다. 실제 기자가 체감하기에도 운전석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승차감이 안 좋은 차는 1시간 이상 운전하면 허리와 골반이 부담스러운데, 하이랜드는 크게 피로하지 않았습니다. 노면의 잔진동을 많이 걸렀고 도로 둔턱을 넘을 때도 기존처럼 들썩이지 않고 잘 넘어갑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춰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의 절충점을 잘 찾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테슬라의 ‘스포츠 감성’은 다소 희석된 느낌도 듭니다.
새 모델3 뒷좌석엔 모델S처럼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유튜브, 넷플릭스 및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에겐 최고의 기능이다. /백수전 기자
새 모델3 뒷좌석엔 모델S처럼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유튜브, 넷플릭스 및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에겐 최고의 기능이다. /백수전 기자
그렇다면 뒷좌석은 어떨까요. 기자가 테슬라 차량을 시승하면서 늘 함께했던 아이들은 새 모델3 승차감이 모델Y RWD보다 훨씬 좋다고 평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세단이 SUV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이들은 지난해 모델X나 모델Y 모두 전기 모노레일을 탄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하이랜드는 내연기관차 세단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승차감과 관련, 과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얽힌 일화가 있습니다. 2009년 모델S 개발 당시 한 엔지니어는 머스크에게 차량 서스펜션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BMW처럼 날렵함을 강조할까요, 렉서스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줄까요?” 이에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대꾸했습니다. “나는 차를 엄청 많이 팔아치울 겁니다. 그러니 많이 팔릴 만한 차에 알맞은 서스펜션을 사용하라고, 알아들었소?”(팀 히긴스「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 테슬라의 승차감이 꾸준히 개선된 이유라 할까요. 이 회사는 올해 전 세계 200만대 판매가 예상됩니다.
새 모델3(왼쪽)와 모델Y가 함께 전시돼 있다. 전조등 디자인으로 신형과 구형이 확실히 구분된다. /테슬라 일본 X
새 모델3(왼쪽)와 모델Y가 함께 전시돼 있다. 전조등 디자인으로 신형과 구형이 확실히 구분된다. /테슬라 일본 X

모델3냐, 모델Y냐

선택의 시간입니다. 모델Y는 지난해 전기차 최초로 글로벌 차량 판매 1위에 오른 베스트셀링카입니다. 그만큼 검증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SUV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넉넉한 실내 공간에 승차감도 좋아지면서 세단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모델Y가 구버전이란 점입니다. 내년께 ‘주니퍼’란 코드명으로 새 업그레이드 차량이 나올 전망입니다. 지금 모델Y를 산다면 구형이 되는 건 시간 문제란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주니퍼를 기다리자니 하이랜드처럼 국내 출시는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로선 상품성이 높아진 새 모델3에 눈이 갈 수밖에 없겠지요. 가격도 200만원 저렴합니다.

앞서 A씨의 고민은 기본적으로 SUV냐 세단이냐의 문제입니다. 패밀리카로 다양한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려 한다면 공간 활용성이 높은 모델Y입니다. 나 홀로 차 혹은 아빠의 출퇴근차로 주말에 가족들과 이용한다면 가성비 높은 모델3가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요. 완연한 봄입니다. 벚꽃 날리는 퇴근길 달리는 차를 원한다면 후자를 추천합니다.

→2편 ‘논란의 오토파일럿 집중 체험’서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