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피아노거장의 '시간여행'…"혁신적인 작품으로 한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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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다닐 트리포노프
1~2일 롯데콘서트홀·예술의전당
"한국 청중 수용력 뛰어나" 기대
1~2일 롯데콘서트홀·예술의전당
"한국 청중 수용력 뛰어나" 기대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21세기 피아노의 거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러시아 출신 연주자가 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적수 없는 실력을 과시한 천재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사진)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피아노 부문 우승과 함께 그랑프리(전체 대상)를 수상한 피아니스트로도 기록돼 있다. 외신 또는 거장의 입을 빌리자면 그는 ‘모든 것을, 혹은 그 이상을 갖춘 피아니스트(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이자 ‘틀림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영국 더 타임스)’다.
30대 초반 나이로 국제무대를 제패했다는 평을 듣는 트리포노프가 한국을 찾는다. 1일(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 ‘데케이드(Decades)’에서 베르크와 바르톡 등 1900~1980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2일(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데케이드’ 공연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뤄진 ‘시간여행’”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20세기 작품들을 가끔 다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도전한 프로그램인 만큼 공연 자체가 ‘자신에 대한 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곡가가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들여다보는 데 중점을 둔 작품들이거든요. 그 시대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정취와 소리를 온전히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함머클라비어’ 공연 프로그램 중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이 가장 각별하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전부 취소됐을 때 집에서 매일같이 쳤던 곡이에요. 그전에도 알고 있었던 곡이지만, 당시엔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작품 연구에 매달렸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제게 가장 강력한 영감을 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난 독특한 기억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때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콩쿠르 사냥꾼’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쇼팽 콩쿠르(3위), 차이콥스키 콩쿠르(1위), 루빈스타인 콩쿠르(1위) 등 보통의 연주자는 평생에 한 번 입상할까 말까 한 국제적 권위의 피아노 대회를 모두 휩쓸면서다. 그에게 콩쿠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장단점이 분명한 자리”란 답을 들려줬다. “콩쿠르는 연주자의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릴 기회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빠르게 익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연주를 이어가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죠. 다만 우승만을 목적으로 콩쿠르 참가가 일상이 되거나 똑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한다면 독이 될 수 있겠죠.”
끝으로 트리포노프는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청중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연주자에겐 마치 큰 선물을 받는 것과도 같은 값진 경험이죠. 한국에선 그러한 ‘감정적 지지’를 더 강하게 느낍니다. 청중의 수용력이 매우 뛰어난 만큼 이번 내한 리사이틀도 제게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30대 초반 나이로 국제무대를 제패했다는 평을 듣는 트리포노프가 한국을 찾는다. 1일(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 ‘데케이드(Decades)’에서 베르크와 바르톡 등 1900~1980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2일(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데케이드’ 공연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뤄진 ‘시간여행’”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20세기 작품들을 가끔 다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도전한 프로그램인 만큼 공연 자체가 ‘자신에 대한 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곡가가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들여다보는 데 중점을 둔 작품들이거든요. 그 시대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정취와 소리를 온전히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함머클라비어’ 공연 프로그램 중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이 가장 각별하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전부 취소됐을 때 집에서 매일같이 쳤던 곡이에요. 그전에도 알고 있었던 곡이지만, 당시엔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작품 연구에 매달렸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제게 가장 강력한 영감을 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난 독특한 기억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때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콩쿠르 사냥꾼’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쇼팽 콩쿠르(3위), 차이콥스키 콩쿠르(1위), 루빈스타인 콩쿠르(1위) 등 보통의 연주자는 평생에 한 번 입상할까 말까 한 국제적 권위의 피아노 대회를 모두 휩쓸면서다. 그에게 콩쿠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장단점이 분명한 자리”란 답을 들려줬다. “콩쿠르는 연주자의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릴 기회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빠르게 익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연주를 이어가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죠. 다만 우승만을 목적으로 콩쿠르 참가가 일상이 되거나 똑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한다면 독이 될 수 있겠죠.”
끝으로 트리포노프는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청중과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연주자에겐 마치 큰 선물을 받는 것과도 같은 값진 경험이죠. 한국에선 그러한 ‘감정적 지지’를 더 강하게 느낍니다. 청중의 수용력이 매우 뛰어난 만큼 이번 내한 리사이틀도 제게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