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체 79곳 중 21곳의 지난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1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저축은행 4곳 중 1곳꼴로 부실채권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한 탓도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가 큰 요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저축은행 상위 10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대출(건설·PF 포함) 연체율은 8.2%였다. 1년 새 2.2%에서 4배 가까이 뛰었다. 건설·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14.5%에 달했다. 하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연체율이 23%를 넘은 저축은행도 있고, PF 대출 연체율이 30%를 넘은 곳도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평균 연체율이 20%대였음을 감안하면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들의 PF 연체율은 올 1분기에 더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락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1분기 연체율 집계가 나오는 이달 중순께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을 한다니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건설사와 금융사를 뒤흔들 진짜 위험이 총선 이후 닥쳐올 거라는 ‘4월 위기설’에 대해 정부도, 금융권도 “근거 없는 낭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묵살이 능사는 아니다. 오늘부터 저축은행중앙회가 새로 마련한 표준규정에 따라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가 강화돼 그만큼 부실채권 정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추가적인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도 나왔다. 그럼에도 시장에 여전히 불안감이 감도는 것은 여러 가지로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보다는 낫다지만 여전히 우량한 PF 사업장조차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솟은 공사비에 더해 고금리까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사가 많다. 고위험 PF 대출을 안고 있는 저축은행 문제에 제대로 잘 대처해야 한다. 감독당국도, 저축은행 외 다른 금융업계도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