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밀히 美 성장 도왔다…파월이 외면한 불편한 진실 [美증시 주간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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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이민 증가율 압도적 1위…'게임체인저' vs '시한폭탄'
이민 효과 보여줄 '고용보고서'…들쑥날쑥한 신규 일자리 주목
이민 효과 보여줄 '고용보고서'…들쑥날쑥한 신규 일자리 주목
올들어 미국 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빠지지 않고 보도하는 뉴스가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려 들어온다는 소식입니다. 지난해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전하던 뉴스가 방송사들의 단골 아이템이 된 건 그만큼 흔하디 흔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불법이민입니다. 정확하게는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모호한 '경계인 상태'(twilight status)의 신분입니다. 중국 이민자들은 미국 내 이민의 핵심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인도를 앞질러 증가율 면에선 압도적 1위입니다. 중국 견제 심리와 '반(反) 이민'정서가 합쳐져 중국계 이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이민자들이 내 세금과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전체 이민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 대선 정국에서 이민에 대한 관심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민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찬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여러 이민자들이 미국 노동시장을 탄탄하게 만들었고 미국 경제를 더 성장시켰다는 긍정론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민이 증가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민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이민이 미국 경제를 불사조로 만든 '게임체인저'일까요. 아니면 미국인들의 세금을 축내는 '돈먹는 하마'일까요.
때마침 이번 주엔 미국 노동시장 내 이민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3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이민의 명암을 중심으로 4월 첫째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합법적 이민이 아닌 불법 이민이나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들입니다. 이들이 중국을 뒤로 하고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정치 종교적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 국경에서 체포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성경을 보여주며 '종교적 박해'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통제가 너무 강해진 부작용입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 중국의 전면적인 봉쇄에 실망한 이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경제적 요인도 망명을 감행한 배경입니다. 중국 내에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합니다.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 노동시장은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반면 미국엔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중국인 우모씨는 CNN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중고 BMW를 팔고 지인들로부터 1만 위안(1450달러)를 빌렸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국인 여성은 CBS에 "미국 방문비용 1만4000달러를 충당하기 위해 집을 팔았다"고 했습니다. 전재산을 털어 이들이 택한 경로는 에콰도르에서 시작하는 중남미 대장정입니다. 에콰도르는 중국과 무비자 협약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지난해에만 중국인 4만5000명이 에콰도르행 항공기를 탔습니다. 에콰도르에 내리는 순간부터 고행은 시작됩니다. 에콰도르와 미국 국경과의 거리는 3700㎞(2300마일)에 달합니다.
그 거리를 대부분 도보로 이동합니다. 버스와 배를 타기도 하지만 중남미 정글과 밀림에선 무작정 걸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죽고, 다치고, 사기와 소매치기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가장 큰 고비는 콜롬비아와 파나마 국경이 있는 정글에서 맞습니다. 다리엔 갭(Darien Gap)으로 불리는 이 정글을 지나면 7부 능선을 넘습니다.
실제 2021 회계연도에 중국인 중 미국 방문 비자를 거부당한 비율은 80%에 달했습니다. 2022년 이후에 조금 나아졌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해 비자 승인 비율은 90%나 떨어졌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이민에 대해 관대해진 것도 중국인들이 불법에 가까운 육로를 택한 배경이 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엔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는 '타이틀 42'가 발효돼 미 국경 검문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타이틀 42'를 사실상 사문화하고 이민자들을 일단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틈을 이용해 미국 망명 신청을 했습니다. 망명을 신청하면 일단 수용 시설을 이용하며 180일 동안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라큐스 대학에 따르면 중국 망명 신청자들이 수용되는 비율은 67%에 달했습니다.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추방하려고 해도 그 때는 대부분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로 남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2년 이후 망명을 신청한 중국 국적자는 85만명을 넘었습니다. 미국은 최대 망명 수용국이 되고 있습니다. 망명 수용과 난민 지위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수만 공식 통계로만 15만명을 넘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적극적으로 이민 효과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이민 유입으로 25세와 54세 사이의 노동자 공급이 증가해 강한 노동시장이 유지됐다"거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1%를 기록한 것은 이민 증가 등의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단어만 바꿨을 뿐 미 의회 청문회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각종 인터뷰에서 연거푸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민으로 인해 소비가 늘었고 빡빡한 노동시장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은행(IB)들도 이민 예찬론에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민 효과로 인해 올 4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4%에서 2.7%로 올렸습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 노동력이 2024년엔 170만명, 2033년엔 520만명 더 늘어나며, 연간 성장률은 2.1%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으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10년간 총 7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주에 나오는 고용지표가 이민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을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구체적으로 2일(현지시간)에 나오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5일 공개되는 '3월 고용보고서'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민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식고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증가 추세는 약해지는 한편 실업률도 다소 올라가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장에선 3월 신규 일자리 수는 2월(27만5000개)보다 9만5000개 적은 18만개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3.9%에서 3.8%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규 일자리 수는 들쑥날쑥하고 있습니다.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해 쇼크를 일으켰던 올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수는 처음에 35만3000개로 발표됐지만 한 달 뒤 22만9000개로 수정됐습니다. 처음에 21만6000개로 집계됐던 지난해 12월 신규 일자리 수도 올 2월에 33만3000개로 바뀌었다가 지난달 다시 29만개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수치도 두 차례(26만3000개→17만3000개→18만2000개)에 걸쳐 조정됐습니다. 신규 일자리 수도 GDP처럼 잠정치, 수정치, 확정치로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시장 영향력이 커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중국계 이민자가 범죄에 연루되면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 이민 여론이 들끓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이민자가 급증하고 국경 심사 관문에 허점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이민에 대한 관심도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 유권자의 20%가 이민을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 비율은 13%였습니다. 미국인 중 80%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올해 대선에서 이민이 핵심 쟁점이 될 것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선 이민의 순기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치 영역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민이 인플레이션 완화과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이작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 이민과 난민을 양산하는 국경 관리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이 점을 모르지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세계 경제 대통령'이기에 이민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이민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 상황은 뒤바뀔 공산이 큽니다. 특히 중국계 이민 문제가 미·중 갈등과 얽히면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1882년에 중국 이민을 거부한 '중국인 배제법'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이 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주적으로 등장하면서 1943년에야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아시아계 혐오 현상도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민이 미국 경제에 복덩이가 될 지 시한폭탄이 될 지 계속 지켜봐야할 이유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이들은 대부분 불법이민입니다. 정확하게는 합법과 불법의 구분이 모호한 '경계인 상태'(twilight status)의 신분입니다. 중국 이민자들은 미국 내 이민의 핵심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인도를 앞질러 증가율 면에선 압도적 1위입니다. 중국 견제 심리와 '반(反) 이민'정서가 합쳐져 중국계 이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이민자들이 내 세금과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전체 이민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 대선 정국에서 이민에 대한 관심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민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찬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여러 이민자들이 미국 노동시장을 탄탄하게 만들었고 미국 경제를 더 성장시켰다는 긍정론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민이 증가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민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이민이 미국 경제를 불사조로 만든 '게임체인저'일까요. 아니면 미국인들의 세금을 축내는 '돈먹는 하마'일까요.
때마침 이번 주엔 미국 노동시장 내 이민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3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이민의 명암을 중심으로 4월 첫째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시진핑 때문에 못 살겠다"…4000㎞ 대장정 감행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인 숫자는 폭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중국 인 수는 3만7000여명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이들은 대부분 합법적 이민이 아닌 불법 이민이나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들입니다. 이들이 중국을 뒤로 하고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정치 종교적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 국경에서 체포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성경을 보여주며 '종교적 박해'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통제가 너무 강해진 부작용입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 중국의 전면적인 봉쇄에 실망한 이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경제적 요인도 망명을 감행한 배경입니다. 중국 내에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합니다.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 노동시장은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반면 미국엔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중국인 우모씨는 CNN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중고 BMW를 팔고 지인들로부터 1만 위안(1450달러)를 빌렸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국인 여성은 CBS에 "미국 방문비용 1만4000달러를 충당하기 위해 집을 팔았다"고 했습니다. 전재산을 털어 이들이 택한 경로는 에콰도르에서 시작하는 중남미 대장정입니다. 에콰도르는 중국과 무비자 협약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지난해에만 중국인 4만5000명이 에콰도르행 항공기를 탔습니다. 에콰도르에 내리는 순간부터 고행은 시작됩니다. 에콰도르와 미국 국경과의 거리는 3700㎞(2300마일)에 달합니다.
그 거리를 대부분 도보로 이동합니다. 버스와 배를 타기도 하지만 중남미 정글과 밀림에선 무작정 걸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죽고, 다치고, 사기와 소매치기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가장 큰 고비는 콜롬비아와 파나마 국경이 있는 정글에서 맞습니다. 다리엔 갭(Darien Gap)으로 불리는 이 정글을 지나면 7부 능선을 넘습니다.
합법이 막히자 불법으로…이민의 풍선효과
이들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택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비자를 받는 게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빡빡해진 비자심사와 미·중 갈등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중국인이 미국의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획득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실제 2021 회계연도에 중국인 중 미국 방문 비자를 거부당한 비율은 80%에 달했습니다. 2022년 이후에 조금 나아졌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해 비자 승인 비율은 90%나 떨어졌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이민에 대해 관대해진 것도 중국인들이 불법에 가까운 육로를 택한 배경이 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엔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는 '타이틀 42'가 발효돼 미 국경 검문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타이틀 42'를 사실상 사문화하고 이민자들을 일단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틈을 이용해 미국 망명 신청을 했습니다. 망명을 신청하면 일단 수용 시설을 이용하며 180일 동안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라큐스 대학에 따르면 중국 망명 신청자들이 수용되는 비율은 67%에 달했습니다.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추방하려고 해도 그 때는 대부분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로 남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2년 이후 망명을 신청한 중국 국적자는 85만명을 넘었습니다. 미국은 최대 망명 수용국이 되고 있습니다. 망명 수용과 난민 지위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수만 공식 통계로만 15만명을 넘었습니다.
3월 고용보고서, 이민효과 재확인하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 남부 국경에서만 300만명의 이민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망명과 난민, 가석방 등 비자 없이 미국에 들어오는 이들만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약 370만명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에서 취업 자격을 획득했다고 집계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조기은퇴로 미국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36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 때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미국의 노동력은 400만명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더이상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민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웠기 때문입니다파월 의장은 적극적으로 이민 효과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이민 유입으로 25세와 54세 사이의 노동자 공급이 증가해 강한 노동시장이 유지됐다"거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1%를 기록한 것은 이민 증가 등의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단어만 바꿨을 뿐 미 의회 청문회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각종 인터뷰에서 연거푸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민으로 인해 소비가 늘었고 빡빡한 노동시장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은행(IB)들도 이민 예찬론에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민 효과로 인해 올 4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4%에서 2.7%로 올렸습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 노동력이 2024년엔 170만명, 2033년엔 520만명 더 늘어나며, 연간 성장률은 2.1%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으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10년간 총 7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주에 나오는 고용지표가 이민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을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구체적으로 2일(현지시간)에 나오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5일 공개되는 '3월 고용보고서'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민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식고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증가 추세는 약해지는 한편 실업률도 다소 올라가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장에선 3월 신규 일자리 수는 2월(27만5000개)보다 9만5000개 적은 18만개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3.9%에서 3.8%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규 일자리 수는 들쑥날쑥하고 있습니다.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해 쇼크를 일으켰던 올 1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수는 처음에 35만3000개로 발표됐지만 한 달 뒤 22만9000개로 수정됐습니다. 처음에 21만6000개로 집계됐던 지난해 12월 신규 일자리 수도 올 2월에 33만3000개로 바뀌었다가 지난달 다시 29만개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수치도 두 차례(26만3000개→17만3000개→18만2000개)에 걸쳐 조정됐습니다. 신규 일자리 수도 GDP처럼 잠정치, 수정치, 확정치로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시장 영향력이 커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선정국서 커질 이민의 그림자
중국 이민이 급증하고 있지만 중남미 히스패닉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멕시코는 부동의 1위 이민국입니다. 미·중 갈등을 비집고 이민 수를 늘리고 있는 인도가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흑인이자 인도계인 해리 해리스 부통령이 나오고 인도계 이민자 출신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전한 것도 인도 이민자 증가와 무관치 않습니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이민이 늘면서 미국 노동시장에서 무시 못할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외국 태생 노동자는 미국 노동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5명 중 1명이 이민자 출신이란 얘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엔 그 비율이 17.3%였습니다. 이민자 급증은 기득권을 위협합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지만 이미 유럽계 이민자들은 3대 정도를 거치면서 토착 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자 중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획득한 이들도 이민자 증가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는 "이민 증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며 "그들의 시간당 임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대선 유세를 통해 지난달 조지아대에서 발생한 여학생 살해사건의 용의자가 베네수엘라 출신의 불법 이주민으로 드러나면서 불법 이민의 단속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만약 중국계 이민자가 범죄에 연루되면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 이민 여론이 들끓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이민자가 급증하고 국경 심사 관문에 허점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이민에 대한 관심도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 유권자의 20%가 이민을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 비율은 13%였습니다. 미국인 중 80%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올해 대선에서 이민이 핵심 쟁점이 될 것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선 이민의 순기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치 영역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민이 인플레이션 완화과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이작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 이민과 난민을 양산하는 국경 관리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이 점을 모르지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세계 경제 대통령'이기에 이민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이민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 상황은 뒤바뀔 공산이 큽니다. 특히 중국계 이민 문제가 미·중 갈등과 얽히면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1882년에 중국 이민을 거부한 '중국인 배제법'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이 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주적으로 등장하면서 1943년에야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아시아계 혐오 현상도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민이 미국 경제에 복덩이가 될 지 시한폭탄이 될 지 계속 지켜봐야할 이유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