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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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킹스칼리지의 채플(예배당)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공사가 최근 끝났다. 500년 된 성당의 지붕에 설치된 패널은 438개에 이른다. 역사적 유서 깊은 건물의 외관을 해친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203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영국 국교회(성교회)는 이 파격 실험을 전국의 1만6000여 개 성당에서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성당이 부활절을 맞이해 옥상 태양광 설치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예배당은 영화 '천일의 앤'의 모티브가 된 16세기 영국의 절대 군주 헨리 8세가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1963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합창단의 캐롤을 방송하면서 예배당은 더욱 유명해졌다. 방송의 첫 장면이 예배당의 전경을 담고 있어서다.

하지만 앞으로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예배당이 방송으로 송출될 전망이다. 킹스칼리지의 질리언 테트 학장은 "헨리8세가 예배당을 세웠을 때만 해도 이런 특별한 지붕이 입혀질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교회들로 하여금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상상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국교회의 건물들은 전통적으로 동쪽을 향하고 있는 동시에 지붕의 한쪽 면은 남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태양열을 흡수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교회의 그레이엄 어셔 환경 담당 수석 주교는 "우리 교회가 세운 203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LED 조명, 타이머 전등, 외풍 차단기 설치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국교회의 7% 가량이 탄소배출량 제로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하지만 이는 대부분 가스발전 장치 등이 설치된 게 없는 시골의 중세 건물 덕분"이라며 "도시의 성당들은 예배가 아닌 목적으로도 늘 사용되기 때문에 더 많은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의 친환경 개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의 존 닐 개발 자문 책임자는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예배당의 개방형 난간은 정말 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특징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난간을 통해 보이는 것은 태양광 패널과 패널에 반사되는 태양빛"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건물이 지닌 역사적 특성과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며 "눈에 잘 띄는 지붕에 이런 패널을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