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다 끊기게 생겼다"…잘나가던 홀덤펍 '초비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드권 환전행위 대응할 것"
칼 빼든 정부 앞 '추풍낙엽' 홀덤펍
칼 빼든 정부 앞 '추풍낙엽' 홀덤펍
국내 최대 규모 홀덤 대회사인 APL이 시드권(홀덤 대회 참가권) 발행을 중지했다. 정부 합동 '홀덤펍 불법대응TF'가 시드권을 통한 간접 베팅이 불법 현금베팅에 해당하는 지 법적 검토에 나서면서 업계가 자체적으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현금거래가 이뤄졌던 시드권을 이용해 몇십억원 상당의 대회를 매달 개최해왔다. 이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홀덤펍 내 불법행위 신고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히며 경찰과 함께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APL은 현재 국내 1위 홀덤프랜차이즈인 WFP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후 업계 관계자에게 신뢰받는 '대장주'와 같은 시드권이다. APL은 지난달 2일 총상금 24억원에 달하는 홀덤 대회를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이때 거래된 시드권의 액수는 최소 34억원 상당으로 파악된다.
대회 당일 정부 차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개인 간 시드권 거래도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최소 15장의 시드권(150만원 상당)이 필요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대회장 내 시드권 판매자들이 모인 일명 '비밀의 방'에 구매자들이 몰린 배경이다. 당시 폭발한 시드권 수요에 실거래가격은 액면가보다 높은 10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발행 중지된 APL 시드권은 거래가 위축돼 8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장주'로 불리는 APL 시드권 발행이 중지되며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수급 부족으로 인해 당장 홀덤펍의 '밥줄'로 알려진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약 2000개의 홀덤펍은 매일 시드권을 우승 상품으로 건 대회를 열며 손님을 모아왔다. 상금 대신 지급되는 시드권의 액면가는 10만원이 기본이지만, 100만원에서부터 2000만원까지 홀덤펍의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APL 시드권 발행 중지로 이를 우승 상품으로 내걸어 영업했던 홀덤펍 들의 영업활동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시드권의 위법성을 들여다보는 만큼 업계 전체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25억 상금을 내걸고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 홀덤대회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대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시드권 대회를 열지 못하자 홀덤펍들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전국 각지에 매장을 두고 있는 A 홀덤펍 프랜차이즈는 홍보를 위해 개설한 카카오채팅방에서 "시드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드권 시상 대회를 중지하고 '매장이용권'으로만 대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매장이용권은 해당 이용권을 발행한 홀덤펍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일종의 상품권이다. 시드권과 같이 광범위한 현금거래가 이뤄지진 않지만, 매장 내에서 일부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는 수사 당국이 홀덤펍 불법행위 적발에 난항을 겪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드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홀덤펍 내 시드권을 두고 이뤄지는 행위들을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든 만큼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사감위는 홀덤펍 내 불법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카지노업 유사행위 신고자에게는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카지노업 유사행위는 홀덤과 같은 카지노 서비스로 이용자의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다. 적발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지난 2월 이뤄진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해당 법 개정을 통해 홀덤펍 내 시드권 거래 행위가 유사 카지노행위로 규정돼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드권은 사실상 현금 거래가 이뤄지기에 이를 두고 하는 모든 홀덤펍 내 행위들이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감위는 현금거래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홀덤 대회 시드권을 두고 하는 모든 행위는 앞으로 카지노업 유사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한국경제신문에 지난달 22일 밝혔다.
▶ 본지 3월 22일자 기사 참조
사감위는 경찰과 연계한 단속지원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홀덤펍 등 각종 영업장의 불법 도박행위 집중 점검을 시작했다. 지난달 법 개정으로 사감위는 경찰과 함께 카지노업 유사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정부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진식 사감위 사무처장은 "시드권 현금 환전행위 등 홀덤펍 내 불법행위 대응을 통해 홀덤 문제가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대장주 발행 중지…업계는 '초비상'
1일 홀덤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홀덤대회 운영사인 APL이 시드권 발행을 중지했다. 전국 제휴 홀덤펍에서 대회 상금 대신 APL의 상위대회 참가권 격인 '시드권'을 지급해왔다.APL은 현재 국내 1위 홀덤프랜차이즈인 WFP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후 업계 관계자에게 신뢰받는 '대장주'와 같은 시드권이다. APL은 지난달 2일 총상금 24억원에 달하는 홀덤 대회를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이때 거래된 시드권의 액수는 최소 34억원 상당으로 파악된다.
대회 당일 정부 차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개인 간 시드권 거래도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최소 15장의 시드권(150만원 상당)이 필요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대회장 내 시드권 판매자들이 모인 일명 '비밀의 방'에 구매자들이 몰린 배경이다. 당시 폭발한 시드권 수요에 실거래가격은 액면가보다 높은 10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발행 중지된 APL 시드권은 거래가 위축돼 8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장주'로 불리는 APL 시드권 발행이 중지되며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수급 부족으로 인해 당장 홀덤펍의 '밥줄'로 알려진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약 2000개의 홀덤펍은 매일 시드권을 우승 상품으로 건 대회를 열며 손님을 모아왔다. 상금 대신 지급되는 시드권의 액면가는 10만원이 기본이지만, 100만원에서부터 2000만원까지 홀덤펍의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APL 시드권 발행 중지로 이를 우승 상품으로 내걸어 영업했던 홀덤펍 들의 영업활동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시드권의 위법성을 들여다보는 만큼 업계 전체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올해 8월, 25억 상금을 내걸고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 홀덤대회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대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시드권 대회를 열지 못하자 홀덤펍들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전국 각지에 매장을 두고 있는 A 홀덤펍 프랜차이즈는 홍보를 위해 개설한 카카오채팅방에서 "시드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드권 시상 대회를 중지하고 '매장이용권'으로만 대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매장이용권은 해당 이용권을 발행한 홀덤펍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일종의 상품권이다. 시드권과 같이 광범위한 현금거래가 이뤄지진 않지만, 매장 내에서 일부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계속된 꼼수 영업…드디어 철퇴 맞나
홀덤업계는 일선 홀덤펍에서 우승 상품으로 현금 대신 시드권을 지급해오며 여태껏 '꼼수 영업'을 지속해왔다. 업계는 시드권을 단순히 상위 홀덤 대회 참가 티켓으로 규정하며 '현금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드권을 두고 이뤄지는 모든 홀덤펍 내 행위들에 대해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 혹은 재산상의 이익을 걸고 홀덤 게임과 같은 '우연한 승부'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시드권의 경우 현금 가치가 없어 재물이나 재산이 아니라고 판단됐다.이는 수사 당국이 홀덤펍 불법행위 적발에 난항을 겪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드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나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홀덤펍 내 시드권을 두고 이뤄지는 행위들을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든 만큼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사감위는 홀덤펍 내 불법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카지노업 유사행위 신고자에게는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카지노업 유사행위는 홀덤과 같은 카지노 서비스로 이용자의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다. 적발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지난 2월 이뤄진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해당 법 개정을 통해 홀덤펍 내 시드권 거래 행위가 유사 카지노행위로 규정돼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드권은 사실상 현금 거래가 이뤄지기에 이를 두고 하는 모든 홀덤펍 내 행위들이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감위는 현금거래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홀덤 대회 시드권을 두고 하는 모든 행위는 앞으로 카지노업 유사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한국경제신문에 지난달 22일 밝혔다.
▶ 본지 3월 22일자 기사 참조
사감위는 경찰과 연계한 단속지원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홀덤펍 등 각종 영업장의 불법 도박행위 집중 점검을 시작했다. 지난달 법 개정으로 사감위는 경찰과 함께 카지노업 유사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정부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진식 사감위 사무처장은 "시드권 현금 환전행위 등 홀덤펍 내 불법행위 대응을 통해 홀덤 문제가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