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유조차 한 대가 미국 유타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AP
지난해 7월 유조차 한 대가 미국 유타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AP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트럭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도로를 달린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기업 오로라이노베이션(이하 오로라)은 올해 말까지 자율주행 트럭 20대를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와 휴스턴 사이 386㎞ 도로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미국 전역에서 수천 대의 자율주행트럭을 운영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유타주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 코디악 로보틱스 역시 올해 텍사스주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운행하기로 했다.

오로라에 따르면 미 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네바다 등 24개주는 무인차량 운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16개 주에는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없다. 캘리포니아·사추세츠·뉴욕 등 10개 주는 주 안에서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자율주행 기능 전환 유무, 사고 기록계 설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원칙적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최근 자율주행차를 규제하는 주가 늘고 있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와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샌프란시스코주는 제네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자율주행택시 운행을 허가한지 두 달만인 지난해 10월 다시 운행을 금지했다. 그 사이 크루즈 차량이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고 6m 정도 끌고 가는 등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 트럭 운전사 지역 노조인 팀스터스 856의 피터 핀 부회장은 "작은 차량에서도 재앙이 일어났다"라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대형 트럭에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정말 무섭다"고 지적했다.
AP통신 기자가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서 크루즈의 자율주행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다. /AP
AP통신 기자가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서 크루즈의 자율주행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다. /AP
냇 보이스 오로라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자율주행트럭 업계가 엄격한 안전 표준을 채택하고 기술을 배포하는 데 "체계적"이라며 무인 차량 전체를 리콜한 크루즈 등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전직 임원들이 2017년 설립한 오로라는 2020년부터 텍사스에서 무인 트럭 자율주행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오로라 차량들은 일주일에 100건가량 우버프라이트, 페덱스 등의 소포와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화물업계 종사자들은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27년째 텍사스주에서 트럭을 몰고 있는 리처드 개스킬(50)은 "자율주행 기술은 너무 새로워 신뢰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미국 국토교통부는 2021년 보고서를 통해 2026년까지 장거리 운전자 인력의 2%인 1만1000명이 해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