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걱정의 벽' 타고 오른 코스피…위험관리에 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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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걱정의 벽' 타고 오른 코스피…위험관리에 초점을
[마켓칼럼] '걱정의 벽' 타고 오른 코스피…위험관리에 초점을
유상록 아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지표 제약에도…금리인하 앞선 자산 가격 강세

주식시장이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는 느낌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4% 상승하며 작년 고점을 넘어섰다.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반도체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금융업종이 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의약품 업종도 힘을 보태는 양상이었다. 지난 2월 7조원 이상 순매수했던 외국인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미국의 FOMC 전후로 재차 매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물가 하락세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의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상황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상승 사이클의 저점은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2022년 9월 2100 포인트(p) 수준이었다. 미국,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보다 부진해서 그렇지 지난 1년 반 동안 코스피지수도 30% 가까이 올랐다. 반도체 등 주도주들의 상승 폭은 훨씬 컸고, 공모주 시장은 계속해서 높은 경쟁률과 초기 투자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인도 등의 주식시장은 물론 비트코인과 금 역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 증시 정도가 부진했으나, 다양한 부양 정책이 나오며 하단에서 지지되는 형국이다. 요컨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올랐다.

미국의 물가 하락세는 둔화되고 있다. 이달 발표될 미국의 3월 CPI 예상치는 3.4%, 1월을 저점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핵심 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속도가 더디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내년 물가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고, 그에 따라 적정 기준금리 전망도 3.6%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는 시작하겠지만 인하 폭에 대해서는 시장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다. 미·중 경쟁구도,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두드러진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매크로 지표의 중장기 제약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 가격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상향 조정 변수 남았다…수출 반등·밸류업 주목

‘바텀 업(Bottom up)’ 측면에서는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을 이끌 요인들이 남아 있다. 한국 수출의 반등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기업이익 전망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주가는 올랐지만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영역에 이른 정도는 아니다. 다만 모멘텀 측면에서는 하반기에 고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10%대 초중반,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높은 한자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의 강한 반등이 나타나는 것 정도가 상향 조정 변수이다.
전년 동월 대비 한국 수출증가율 전망. /출처=Quantiwse, 아샘자산운용
전년 동월 대비 한국 수출증가율 전망. /출처=Quantiwse, 아샘자산운용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효과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이 발표된 이후 연기금의 지수 추종자금 배분, 신규 ETF 출시가 이어질 것이다. 3월에는 세제 혜택 안이 등장했는데 자사주 소각 기업에게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 인하 혹은 분리과세 도입 등이 언급되었다. 세제 변경은 입법 과정이 필요하여 이달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소액주주 1400만 명 시대에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코스피지수가 10% 추가로 상승하면 3000p를 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메모리 업황이 유지되면서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제품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어야 하며, 자동차·2차전지·바이오 업종 등이 하단을 지지해주어야 한다.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더해진다면 그 이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이 ‘AND’로 충족되기는 쉽지가 않다. 생각보다 주식시장이 더 오르네 싶을 때가 조심해야 하는 시기였던 기억이 많은데, 가까이는 작년 8월과 12월이 그러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률보다 위험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