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 사기만 하면 대박"…가격 계속 올리는 이유 있었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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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38회
가격 올리고 리셀시장 관리하는 명품들
"재판매 가치가 수요에 영향 미쳐"
가격 올리고 리셀시장 관리하는 명품들
"재판매 가치가 수요에 영향 미쳐"
"샤넬·에르메스를 사면 손해볼 일이 없어요."
패션회사에 다니는 40대 명품 마니아 서모 씨(41)는 옷이나 가방, 신발 등 새 제품을 살 때도 중고 가격을 꼼꼼히 따진다. 물건을 산 후 나중에 되팔아도 최대한 제값을 받아 손해를 줄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물건을 사러 가기 한두달 전부터 리셀 플랫폼이나 전문 커뮤니티에 들어가 틈틈이 시세를 확인한다. 대체로 새 제품보다 중고가격이 10% 이상 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구입한다.
지난달에는 오래 전 구입했던 샤넬 백팩을 하나 팔아 샤넬 반지갑과 에르메스 신발, 디올 티셔츠 등을 샀는데, 되레 돈이 약간 남았다고 했다. 서씨는 “색상과 디자인이 희소한 편이라 종전에 샀던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며 “옷이나 가방을 입고 쓰다가 중고로 팔아도 원래 샀던 가격보다 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득이다. 리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브랜드는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추세에 명품 시장도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초고가 브랜드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명품족들 사이에 ‘손해보지 않는 제품을 사겠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가격이 비싼 브랜드에 수요가 더 몰리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의 실적 성장세와 대비된다. 지난해 4분기 LVMH는 전년 대비 10%, 에르메스는 17.5%의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루이비통과 티파니, 셀린느 등을 보유하고 있는 LVMH 패션·가죽 등 명품 브랜드의 선전 속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르메스는 공급 부족으로 더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됐다고 판단해 오히려 생산 시설을 늘리는 실정이다. 샤넬도 두자릿 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유층 전문지 롭 리포트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이 매체에선 ”에르메스의 중고 가방은 새 가방보다 25% 비싸다”고 했다. 샤넬과 에르메스를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는 재판매 할 경우 가치가 급락한다고 봤다. 지난 1년간 구찌의 중고품 가치는 10% 하락했다.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는 각각 14%, 23% 내렸다. 크리스찬 디올의 재판매 가치는 거의 새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명품시장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에르메스의 ‘간판’인 버킨백은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정가(1500만원)의 두 배 이상인 3000만원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1000만원대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2000만원대에 거래된다. 샤넬 클래식 백도 정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구찌, 프라다 등은 대부분 새 제품보다 20~3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추세다.
인상에 앞서 가격 조정 소식이 시장에 먼저 전해지면서 리셀가도 함께 치솟은 것으로 전해진다. 에르메스도 버킨백 가격을 연초 1년에 한번 씩 조정하고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샤넬은 리셀 플랫폼과의 소송전을 통해서도 리셀시장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최근 샤넬은 리셀기업인 WGACA를 샤넬 브랜드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광고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고소해 승소했다.
판결에 따라 WGACA는 상표권 침해로 400만달러(약 54억원)의 배상금을 샤넬에 지급해야 한다. 시장에선 샤넬의 리셀 제품 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셔니스타는 ”가격에 대한 입소문이 쉽게 퍼지고 투자 상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어 명품 브랜드는 희소성을 높여 가격 독점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 남성과의 인터뷰로 리셀 가격과 수요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펜실베니아 출신의 55세 남성은 첫 명품 가방으로 루이비통 30 스피디를 구입했다. 당시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팁으로 150달러에 샀다. 그는 시장에서 리셀가치가 60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 팔았는데 현재는 15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항상 주식에 투자했지만 명품 가방의 수익성이 그 어느 투자자산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패션회사에 다니는 40대 명품 마니아 서모 씨(41)는 옷이나 가방, 신발 등 새 제품을 살 때도 중고 가격을 꼼꼼히 따진다. 물건을 산 후 나중에 되팔아도 최대한 제값을 받아 손해를 줄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물건을 사러 가기 한두달 전부터 리셀 플랫폼이나 전문 커뮤니티에 들어가 틈틈이 시세를 확인한다. 대체로 새 제품보다 중고가격이 10% 이상 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구입한다.
지난달에는 오래 전 구입했던 샤넬 백팩을 하나 팔아 샤넬 반지갑과 에르메스 신발, 디올 티셔츠 등을 샀는데, 되레 돈이 약간 남았다고 했다. 서씨는 “색상과 디자인이 희소한 편이라 종전에 샀던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며 “옷이나 가방을 입고 쓰다가 중고로 팔아도 원래 샀던 가격보다 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득이다. 리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브랜드는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추세에 명품 시장도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초고가 브랜드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명품족들 사이에 ‘손해보지 않는 제품을 사겠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가격이 비싼 브랜드에 수요가 더 몰리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다.
"재판매 시 웃돈 붙는 명품 선호"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명품 구매자들한테 상품의 재판매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가치가 유지되는 브랜드가 더 인기를 끈다”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쇼핑객들 사이에선 저렴하고 대중적인 명품보다 비싸고 클래식한 하이엔드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같은 현상은 명품 브랜드 실적이 입증한다고 FT는 설명했다. FT와 로이터통신은 구찌의 모기업 케링그룹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0% 감소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케링의 영업이익 3분의 2를 차지했던 구찌 매출이 20% 넘게 급감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케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비중이 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이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의 실적 성장세와 대비된다. 지난해 4분기 LVMH는 전년 대비 10%, 에르메스는 17.5%의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루이비통과 티파니, 셀린느 등을 보유하고 있는 LVMH 패션·가죽 등 명품 브랜드의 선전 속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르메스는 공급 부족으로 더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됐다고 판단해 오히려 생산 시설을 늘리는 실정이다. 샤넬도 두자릿 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르메스 백' 사기만 하면 대박…리셀가 얼마길래
글로벌 시장에서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은 재판매 가치 측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브랜드로 평가 받는다. 패션 전문지 보그에 따르면 글로벌 리셀 플랫폼 리백의 마케팅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레인은 ”에르메스 콘스탄스나 피콘탄 백의 중고품 평균 가격은 정상 제품 판매가격의 각각 127%와 120%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샤넬 도빌 토트백이나 루이비통 네버풀 백은 각각 114%와 136%다.부유층 전문지 롭 리포트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이 매체에선 ”에르메스의 중고 가방은 새 가방보다 25% 비싸다”고 했다. 샤넬과 에르메스를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는 재판매 할 경우 가치가 급락한다고 봤다. 지난 1년간 구찌의 중고품 가치는 10% 하락했다.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는 각각 14%, 23% 내렸다. 크리스찬 디올의 재판매 가치는 거의 새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명품시장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에르메스의 ‘간판’인 버킨백은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정가(1500만원)의 두 배 이상인 3000만원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1000만원대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2000만원대에 거래된다. 샤넬 클래식 백도 정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구찌, 프라다 등은 대부분 새 제품보다 20~3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추세다.
샤넬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
‘프리미엄’이 붙는 명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고가 정책을 통해 리셀 시장에서까지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려는 브랜드도 늘었다. 미국 패션전문지 패셔니스타는 "중고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브랜드에서 직접 새 가방을 구입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사건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제한된 소비자 그룹이 접근할 수 있는 투자로 여겨지는 셈“이라고 짚었다. 샤넬과 에르메스를 포함한 초고가 명품이 경기악화 국면에서도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 인상을 지속하는 데엔 리셀 시장에서의 명성 강화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달 샤넬은 주요 제품의 가격을 6~7%가량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의 미디엄은 1450만원에서 1557만원으로, 라지는 1570만원에서 1678만원으로 올랐다. 이 외에 '뉴미니'(748만원), '보이백'(1021만원) 등 주요 제품도 가격이 상승했다.인상에 앞서 가격 조정 소식이 시장에 먼저 전해지면서 리셀가도 함께 치솟은 것으로 전해진다. 에르메스도 버킨백 가격을 연초 1년에 한번 씩 조정하고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샤넬은 리셀 플랫폼과의 소송전을 통해서도 리셀시장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최근 샤넬은 리셀기업인 WGACA를 샤넬 브랜드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광고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고소해 승소했다.
판결에 따라 WGACA는 상표권 침해로 400만달러(약 54억원)의 배상금을 샤넬에 지급해야 한다. 시장에선 샤넬의 리셀 제품 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셔니스타는 ”가격에 대한 입소문이 쉽게 퍼지고 투자 상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어 명품 브랜드는 희소성을 높여 가격 독점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 남성과의 인터뷰로 리셀 가격과 수요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펜실베니아 출신의 55세 남성은 첫 명품 가방으로 루이비통 30 스피디를 구입했다. 당시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팁으로 150달러에 샀다. 그는 시장에서 리셀가치가 60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 팔았는데 현재는 15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항상 주식에 투자했지만 명품 가방의 수익성이 그 어느 투자자산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