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주52시간 준법투쟁 방침…의료계 "병원 가동률, 큰 변화 없어"
대통령 담화에도 "갈등종식 멀었다"…부산대·계명대 의예과 1학년 전면 수업거부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준법 투쟁을 예고한 1일 일부 대학병원이 진료 일정을 수정하기는 했으나 전국 대학병원 교수들 대부분은 실제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에 따라 이날 전국 의대 교수들은 주 52시간, 개원의들은 주 40시간 축소 근로를 할 예정이었으나 저조한 참여로 의료계 전반에서 변화나 동요는 미미했다.

◇ 피로도 누적됐지만…"환자 곁 떠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충북대 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태에서 주 52시간 진료를 하면 병원은 완전히 파산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당직을 서면 벌써 48시간 근무"라며 "시술, 진료 등을 합치면 70시간은 금방 넘어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안에 대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교수들은 계속 반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부산대병원 역시 주 52시간 준법 투쟁에 나선다고 예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외래진료나 수술을 여러달 전부터 예약했던 환자들이 계속 진료받을 경우 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예상됐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일부 진료과에서는 신규 환자는 받지 않고 있다.

진료과 30여개 가운데 진료과 6∼7개는 신규 환자를 아예 받고 있지 않으며, 또 다른 6∼7개 과는 부분적으로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집행부에서도 의사들에게 본인 건강을 고려해 스케줄을 조정하라고 당부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의 한 교수는 "수술 건수와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지만 남아 있는 환자가 모두 중환자이기 때문에 격무는 여전하다"며 "일부 교수가 사직서를 내기도 했지만, 현장을 이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역시 주 52시간 근무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최근 전공의 집단 이탈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대책을 촉구했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경남 경상국립대도 진료과별로 52시간 돌입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52시간 근무 돌입에 대비해 상시 대기가 필요한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진료과별 조율 등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뿐 아직 52시간제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당장 52시간제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외래진료는 줄이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주요 대학병원도 아직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이날부터 근무 시간이나 진료·수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전공의 이탈에 따라 의대 교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단계라 병원 측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 예약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고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다만 교수들이 당직 후 수술을 하는 등 계속된 업무 부담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라 대책을 마련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가천대 길병원에서도 이날 수술이나 진료 일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 1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40명 가운데 471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전공의는 365명이다.

울산대학교병원도 아직 별다른 진료 시간 조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진료 시간 축소에 대한 논의는 내부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일부 의대 교수들이 준법 투쟁에 가담했으나 지난주 대비 주요 대학 병원 가동률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주요 대학 병원 평균 가동률'은 1주 전보다 0.1%p 감소했으며, 전날 대비 평균 가동률은 4.6%p 증가했다.

전날보다 증가한 이유로 '월요일 입원' 영향이 꼽혔다.

개원의들도 진료 축소에 대체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부산시·강원도·울산시·전북도 의사회 등은 "동네 개원의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며 집단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 4월 첫째 날, 법정 근로시간 맞춰 진료 일정 조정
강원대병원은 이날부터 일부 의료진이 주당 외래 1세션을 축소했다.

이미 예약된 진료는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불가피하게 예약을 취소해야 하면 환자 개별로 일정 조정을 유선 전화로 안내할 방침이다.

전공의 148명이 자리를 비운 충북대 의과대학 대부분 과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의사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외래 진료를 중단한다.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으나 일정 조정이 안 되는 경우 진료를 보기로 했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20여개 병동 중 5곳의 불이 꺼졌다.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평소보다 약 50% 떨어졌다.

환자들은 혹시라도 이미 예약한 진료와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충북대 의대 교수 200여명 중 8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피로도 누적으로 인해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하기로 했다.

당장 오는 5일부터 일부 과는 외래 진료를 막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의과대학은 교수 283명 중 20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 근무 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전남대병원장은 모든 의과대학 교수에게 '진료 유지 호소문'을 전송한 바 있으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제주대 의과대학도 이날부터 교수 153명이 24시간 연속 근무를 선 다음 날 주간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외래와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부터 "물리적·정신적 한계로 인해 환자의 안전한 진료가 어렵다"며 주 52시간 준법 근로 투쟁과 일부 외래 진료 축소를 본격화했다.

강원대병원에서는 정신과와 정형외과 병동 일부 운영이 축소됐다.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은 외래진료는 유지하지만, 이날부터 일반 병동 1개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강원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4일까지 내과 의국에 마련된 사직서 함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며,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도 일부 교수진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잇따르는 모양새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은 소속 교수 일부가 이날 자로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며 병원 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진료과의 경우 예정돼 있던 외래 진료 일정이 뒤로 미뤄진 상황이다.

병원 측은 한동안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접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집계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들이 오늘부터 외래 진료를 조금씩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환자를 받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며 기존에 내원하던 환자들 위주로 진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 "갈등 종식 멀었다"…윤 대통령 담화 발표에 의료계 우려 섞인 반응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의사들은 하나같이 "갈등이 증폭될 것 같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대구 지역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구체적인 처우 개선이나 해결 방안은 전혀 없고 이제까지 나왔던 통계 나열만 계속 되풀이한 걸로 보인다"라며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총선 이후에는 끝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으나 오늘 담화를 보니 (이번 사태가) 최소 1년은 갈 것 같다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아주대 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담화문 발표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정부가 양보의 여지를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내용을 듣고 나니 결국 그동안의 정부 입장을 다시 정리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이어 "이번 담화는 마치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데 왜 알아주지 않느냐'며 의사들을 훈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사태 수습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정부의 정당성만 강조하고 의사를 카르텔 집단으로 몰아가며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광주의 한 3차 병원 교수는 "대통령이 여전히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했다"며 "이렇게 되면 의사들도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의정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염려했다.

또 "이미 사직서를 모아둔 의대 교수들이 이번 담화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한 만큼 사직서를 의과대학에 제출해 실질적으로 집단행동을 강하게 할 것으로 보여 추가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천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화나 소통 없이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의사들은 오히려 더 반발심이 생기고 전공의나 전임의가 돌아오기 힘든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본다"고 했다.

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매우 실망스럽다.

의료계와의 대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응급·중환자 진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 계명대·부산대 의예과 신입생들 '수업 거부' 성명문 발표
계명대와 부산대 의예과 신입생들은 이날 오전 전공수업 거부를 넘어 교양 수업까지 포함한 "전면 수업 거부"를 한다며 성명문을 냈다.

이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죽이기로 점철된 필수 의료 패키지가 시행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고, 여러분이 꿈꾸던 사람을 구하던 의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전면 수업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대 의대 의예과 1학년도 성명문을 내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를 표명하며 목소리를 내는 예과 1학년이 모였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비록 학생 신분이지만 예비 의료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환자 곁 못 떠났다"…의대교수·개원의 참여 미미(종합2보)
(박주영 박철홍 형민우 나보배 김솔 장지현 박정헌 강태현 홍현기 백나용 천경환 박성제 김선형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