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른만큼 지원금 뿌리면, 모두 金사과 사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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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사과 한 개 1만원 가까이 치솟아
野, 1인당 25만원 지급 등 공약
기본소득으로 물가 잡는다?
지원금 뿌린만큼 통화량 증가
수요 늘지만 생산량은 그대로
화폐가치 떨어지고 물가만 올라
사과 한 개 1만원 가까이 치솟아
野, 1인당 25만원 지급 등 공약
기본소득으로 물가 잡는다?
지원금 뿌린만큼 통화량 증가
수요 늘지만 생산량은 그대로
화폐가치 떨어지고 물가만 올라
사과 한 개가 한때 1만원에 가까웠다. 라면에 김밥을 먹으려 해도 1만원은 있어야 한다. 소득이 물가를 못 따라간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친다. 그래서 물가를 따라잡을 수 있게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건 ‘민생 회복 지원금’이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물가가 올랐으니 소득도 늘어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다. 그러나 소득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구상이 현실화했을 때 실제 일어날 결과는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날 이 나라에 새 대통령이 당선돼 이렇게 선언했다. “사과가 너무 비싸 국민 여러분이 고통받고 있으니 1인당 2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덕분에 솔로 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이 다 같이 높아졌다. 영수는 1만2000원, 상철은 9000원, 현숙은 7000원, 옥순은 5000원을 갖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사과 생산량이 3개에서 4개로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과 생산량은 계속 3개고 영수 상철 현숙 옥순 중 누군가는 여전히 사과를 먹을 수 없다.
한 가지가 달라지기는 한다. 사과 가격이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엔 영수 상철 현숙만 사과 가격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옥순도 소득이 늘었으니 사과를 사려고 할 것이다. 사과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증가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사과 가격은 7000원으로 오른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뿌렸다고 해 보자. 길에서 돈을 주운 사람들은 이 돈을 어딘가에 쓰려고 할 것이다. 외식을 할 수 있고 옷을 살 수도 있다. 은행에 예금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돈을 대출받아 쓸 것이다. 화폐 공급을 늘린 결과 재화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한 만큼 물가가 오른다.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나타낸 것이 화폐수량 방정식 M×V=P×Y다. 20세기 전반기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고안했다. 여기서 M은 통화량, V는 화폐유통속도, P는 재화 가격, Y는 재화 생산량이다. 이 가운데 화폐유통속도와 생산량은 단기적으로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등한 여파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좋은 사례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 정보 포털 참가격을 보면 냉면 비빔밥 삼겹살 등 8대 외식 품목의 가격(서울 기준)이 5년 전보다 평균 2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18.1% 오른 최저임금이 인건비 비중이 큰 개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저한 <경제학 원론>에는 “통화량 증가 원인이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데 있다면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과다한 재정 지출에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기보다 재정적 현상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는 구절이 나온다.
정말로 물가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면 민생 회복 지원금을 뿌릴 게 아니라 불필요한 정부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솔로 나라의 소득과 물가
‘솔로 나라’라는 가상의 국가가 있다. 이 나라에선 사과가 1년에 3개 생산되는데, 사과 한 개 가격은 5000원이다. 이 나라엔 영수 상철 현숙 옥순이 살고 있다. 이들의 연소득은 영수 1만원, 상철 7000원, 현숙 5000원, 옥순 3000원이다. 영수 상철 현숙은 사과를 사 먹을 수 있지만 옥순은 그럴 수 없다.어느 날 이 나라에 새 대통령이 당선돼 이렇게 선언했다. “사과가 너무 비싸 국민 여러분이 고통받고 있으니 1인당 2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덕분에 솔로 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이 다 같이 높아졌다. 영수는 1만2000원, 상철은 9000원, 현숙은 7000원, 옥순은 5000원을 갖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사과 생산량이 3개에서 4개로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과 생산량은 계속 3개고 영수 상철 현숙 옥순 중 누군가는 여전히 사과를 먹을 수 없다.
한 가지가 달라지기는 한다. 사과 가격이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엔 영수 상철 현숙만 사과 가격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옥순도 소득이 늘었으니 사과를 사려고 할 것이다. 사과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증가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사과 가격은 7000원으로 오른다.
돈 양과 물가의 관계
솔로 나라의 사과 가격이 오른 것은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기본소득이 한 나라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 즉 통화량을 늘린 것과 같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나라의 통화량이 돈의 가치를 결정하며 통화량 증가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이론이 화폐수량설이다.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뿌렸다고 해 보자. 길에서 돈을 주운 사람들은 이 돈을 어딘가에 쓰려고 할 것이다. 외식을 할 수 있고 옷을 살 수도 있다. 은행에 예금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돈을 대출받아 쓸 것이다. 화폐 공급을 늘린 결과 재화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한 만큼 물가가 오른다.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보다 간명하게 나타낸 것이 화폐수량 방정식 M×V=P×Y다. 20세기 전반기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고안했다. 여기서 M은 통화량, V는 화폐유통속도, P는 재화 가격, Y는 재화 생산량이다. 이 가운데 화폐유통속도와 생산량은 단기적으로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
외식 물가가 급등한 이유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도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늘어난 소득이 물가를 더 밀어 올린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인위적인 임금 인상과 무분별한 돈 풀기라면 더욱 그렇다.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등한 여파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좋은 사례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 정보 포털 참가격을 보면 냉면 비빔밥 삼겹살 등 8대 외식 품목의 가격(서울 기준)이 5년 전보다 평균 2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18.1% 오른 최저임금이 인건비 비중이 큰 개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저한 <경제학 원론>에는 “통화량 증가 원인이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데 있다면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과다한 재정 지출에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기보다 재정적 현상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는 구절이 나온다.
정말로 물가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면 민생 회복 지원금을 뿌릴 게 아니라 불필요한 정부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