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의원마저 ‘단축진료’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1일부터 일부 개원의도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들어갔다. 이날 경기 성남시 한 동네의원에서 관계자가 단축 진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 동네의원마저 ‘단축진료’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1일부터 일부 개원의도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들어갔다. 이날 경기 성남시 한 동네의원에서 관계자가 단축 진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51분간 의료개혁을 직접 설명하는 정공법을 택했지만 의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윤 대통령이 의료계에서 합리적 단일안을 가져오면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는데도 의사들은 ‘입장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형 대학병원에 남은 교수들이 추가 진료시간 단축에까지 나서면서 당분간 환자 불편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협·전공의 “입장 없음”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대통령 담화에 대한 입장은 ‘입장 없다’가 공식입장”이라며 “이유조차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개인 SNS에 “대통령 담화에 대한 입장문, 입장 없음”이라고 남겼다.

사태의 중심에 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나 여당, 야당과의 물밑 접촉도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의료계에서 단일안을 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 눈에 다 같아 보일지 몰라도 의대생은 그냥 학생이고, 전공의는 착취 받는 노동자, 의대 교수는 교육자이고, 개원의는 자영업자”라고 했다.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취지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000명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답답하다. 숫자에 대한 후퇴는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걸 정해둔 채로 여러 단체가 모여 협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대학병원, 5일부터 외래 중단

일부 대학병원 교수는 외래 진료 중단을 선언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주 금요일부터 대부분 진료과에서 외래 진료를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병원 교수들은 일부 대학병원 등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엔 참여하지 않았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하루 휴식하는 진료 단축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국 119구급대 등에 이날 오전부터 신경외과 뇌출혈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안과 응급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조차 전문의가 없어 심근경색 중재술, 위장관 응급내시경 환자를 보지 못한다고 공지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암 진단을 받아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급한 환자들이 6월 이후에나 치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병원 월 손실만 300억원”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는 다른 직종의 직원들은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노동조합 대표들은 이날 “의사들이 자리를 비워 수련병원 외래 환자는 10~20%, 병상 가동률은 30~50% 줄었다”고 했다.

병원마다 월 300억~500억원 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간호사 수백 명이 무급 휴가를 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날 순천향대천안병원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박형국 병원장은 “자금난이 1개월만 더 지속되거나 비상진료 체계마저 무너지면 병원 존립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