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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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지표가 '깜짝' 반등하자 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3%포인트 급등한 4.32%를 기록했다. Fed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0.09%포인트 오른 4.7%까지 올라섰다. 2주만에 최고치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제조업 지표가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면서 미국 국채 금리를 끌여올렸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8.1을 웃도는 것은 물론 전월의 47.8보다 높았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로 접어든 것이다. 이 지수가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은 건 17개월 만이다.

지난달 29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졌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벳증권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제조업 지표는 지난주의 파월 발언과 이어지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저녁 8시 10분 기준 105.04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5를 넘어섰다. 이는 연중 최고치다.

시장에선 6월 Fed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8% 수준에 그친다. 한달 전만 해도 70%를 웃돌았는데 10%포인트 넘게 낮아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Fed 금리 결정을 예측하는 스와프 계약이 이날 한때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50% 미만으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호세 토레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Fed가 다시 매파적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Fed의 첫 금리 인하는 결국 하반기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올해 6월 인하 가능성은 동전 던지기 확률(5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엔화로 미국 국채를 샀던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손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엔화 가치와 미국 국채 가격이 동시에 올라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증시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순매수 금액만 약 4억4640만달러(약 6042억원)에 달한다. 해당 ETF는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 장기채권 투자 상품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해당 ETF 가격은 지난해 12월 28일(1370.6) 대비 이날(1279)까지 약 6.68% 하락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