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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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의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스타트업 링크샵스. 15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넥스트 유니콘’으로 거론됐던 업체지만 지난달 폐업했다. ‘광저우 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패션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회사 측은 사업이 급격히 기운 탓에 새로운 투자 유치도 기업 매각도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훅 꺾인 이커머스 초기 투자

한국경제신문이 2일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를 통해 최근 6개월(2023년 10월~2024년 3월)간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시리즈A 투자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이커머스 분야 전체 투자액은 306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투자액(999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22건에서 9건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낙폭은 더 크다. 2021년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이커머스 시리즈A 투자액은 2913억원이었다. 최근 6개월 투자액의 10배 수준이다. 이때는 투자 건수도 30건에 달했다.

‘벤처투자의 꽃’이라고 불리는 시리즈A 투자는 사업화 단계 스타트업이 20억~50억원가량의 자금을 유치하는 단계다. 벤처투자 업계가 해당 업종의 성장 잠재력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이커머스 투자가 급감한 것은 이 시장의 전망을 좋게 보고 있는 벤처캐피털(VC)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최근 6개월간 인공지능(AI) 분야 시리즈A 투자는 1072억원(18건)으로 전년 동기인 630억(14건)보다 80%가량 늘었다. AI 전환(AX) 트렌드에 힘입은 제조업 분야 투자도 같은 기간 1743억원에서 2158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커머스 플랫폼에 몰렸던 돈이 AI와 딥테크 쪽으로 옮겨온 것”이라며 “지금 이커머스 초기 투자는 사실상 멸종한 수준”이라고 했다.

“드론배송급 아니면 투자 안 해”

링크샵스 같은 중견 이커머스 스타트업의 폐업도 줄을 잇고 있다. 화훼시장 새벽 배송을 했던 오늘의꽃,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인 오늘회(오늘식탁)가 문을 닫았다.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도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IPO 투자까지 받은 컬리가 아직도 적자인 것처럼 이커머스는 수익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업종”이라며 “벤처 혹한기를 맞은 투자자들이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고 설명한다. 쿠팡, G마켓 등 종합 커머스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컬리 에이블리 등 버티컬 스타트업도 적지 않아 신규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알테쉬(알리·테무·쉬인)’라고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한 VC 심사역은 “드론으로 배송하는 수준의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상 K커머스에 신규 진입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내 이커머스가 기술과 서비스 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리의 새벽배송, 에이블리의 AI 상품추천처럼 스타트업들이 먼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 혁신을 이끌어왔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제살깎기 경쟁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장을 뚫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최근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노태그샵(동남아 패션 커머스), 고투조이(베트남 호텔 예약 서비스), 마카롱(인도 뷰티 커머스)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