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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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내 증시의 주도 업종이 과거 대비 크게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테마였던 저PBR주(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가 주춤한 뒤, 억눌려 있던 반도체와 2차전지 투자 심리가 살아나며 주도주가 없는 순환매 장세가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종 기대감보다는 개별 기업 실적을 살필 시기라고 조언한다.

'에코프로 형제' 빈자리에…자동차株도 도약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 2일~3월 29일) 국내 증시에서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상위 10대 종목 업종은 반도체(3개), 바이오(2개), 2차전지(2개), 자동차(2개), 초전도체(1개)였다. 전 분기와 작년 1분기엔 2차전지 관련 업종이 70%를 차지했던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주 포스코그룹주의 빈자리를 HLB 제주반도체 엔켐 등 ‘신인’들이 채웠다.

1위와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85조8351억원)와 SK하이닉스(36조6818억원)는 전 분기 대비 거래대금이 27조7592억원, 10조462억원 늘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와 저PBR주에 대한 기대로 주목도가 떨어졌다가, 1분기 실적 발표 시점이 가까워지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된 영향이다. 외국인은 1분기에 삼성전자를 5조5025억원, SK하이닉스를 1조7556억원 순매수했다. 매수액을 기준으로는 거래대금의 33.4%, 40.9%를 차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등이 호재가 됐다. 다른 반도체 업종 중엔 ‘온디바이스AI’ 수혜주로 불리는 제주반도체(16조463억원)가 6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현대차(18조9514억원)와 기아(15조8544억원)는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하며 순위권에 등장했다. 정부의 저PBR 정책 추진 과정에서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다. 주가는 1분기에만 각각 16.21%, 12.91% 올랐다. 최근 금융주를 중심으로 저PBR주가 힘을 못 쓰는 모습이지만, 지난달에만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리는 등 전망이 밝다. 두 회사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26조원을 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2분기 순환매 여전…"실적·정책 모멘텀 주목"

주가 하락이 거셌던 2차전지 종목 중엔 에코프로비엠(8위·15조8378억원)이 10위권을 지켰고,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긴 엔켐(9위·15조7491억원)이 새롭게 등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년 동기 삼성전자에 이어 거래대금 2위, 지난 분기 에코프로에 뒤이어 5위에 오른 종목이다. 당시 10위권에 포진했던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케미칼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상장 소식에 기관을 중심으로 관심이 남은 모습이다. 전해액 전문 업체인 엔켐은 개미 투자자에게 인기였다. 1분기 매수액 기준 거래대금은 81.8%가 개인이었고, 이들 순매수액도 429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73.16% 뛰어 지난 2월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고금리·저PBR 장세에서 소외됐던 바이오주는 개별 호재로 움직였다. 5위 HLB(17조1407억원)와 10위 알테오젠(15조177억원)은 1분기 코스닥시장을 견인한 대표 주자였다. HLB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1차 치료제 허가 여부, 알테오젠은 지난달 미국 머크(MSD)와 체결한 피하주사 제형 변형 플랫폼 공급 계약이 재료가 됐다. 분산된 매수·매도 흐름은 ‘초전도체 테마주’ 신성델타테크(17조9065억원)를 4위에 앉히기도 했다. 매수액을 기준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84.9%를 개인이 차지한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 주도주가 고정되지 않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2분기가 시작된 이달 들어서도 투자자들 관심주는 계속 변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거래대금 10위권엔 한미반도체(2위·1조411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6위·7762억원)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분기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져 혼란스러운 순환매 장세가 펼쳐졌다”며 “2분기까진 경기 둔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어 이달엔 실적 중심의 대형 반도체주, 다음 달엔 다시 밸류업 정책 수혜주, 하반기엔 2차전지·바이오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순환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