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모유 수유' 단축 근무 가능…"일회성 아닌 지속적 지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에 이어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이탈리아에서 국가 평균(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1.2명)을 웃도는 출산율을 유지하는 지역이 있어서 그 비결이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자치 정부의 가족 친화적인 정책으로 수십 년간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은 트렌티노-알토아디제(남티롤) 자치주의 알토아디제 지역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토아디제의 최대 도시 볼차노에서 자녀 6명을 양육하는 스테파노 발도(38)·티치아나 발차마(39) 씨 부부는 매달 자녀 1인당 3살 때까지 200유로(약 3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는 중앙 정부가 주는 월 1천900유로(약 275만 원)와는 별도로 지급되는 것이다.
또한 발도 씨 가족은 주 정부에서 3자녀 이상 가족에 발급하는 '패밀리 플러스' 카드로 각종 생활 물품을 2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이 카드가 유통 체인 데스파르(Despar)의 이 지역 지점과도 연계돼 있어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대중교통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발차마 씨는 설명했다.
이 밖에 전기료, 방과 후 활동비, 여름 캠프 참가비, 건강관리비 부문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가족에 대한 자치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출산율을 떠받치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인구통계학자인 아녜세 비탈리 트렌토대 부교수는 대부분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중앙 정부와는 달리 알토아디제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며 "일회성 정책에 따라 자녀를 가질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알토아디제가 시행 중인 '카사 빔보'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보육교사들이 그들의 집을 소형 보육 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자치 정부는 보육 교사를 인증·등록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같은 정책은 특히 농촌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신생아가 태어나면 '모유 수유 휴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일종의 단축 근무 제도로 아빠도 적용 대상이다.
이같이 두텁고 촘촘한 가족 친화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온 알토아디제의 노력이 높은 출산율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알토아디제 지역과 알토아디제의 주도인 볼차노 시의 경우 합계 출산율은 2021년 기준 각각 1.57명, 1.71명으로 같은 시기 이탈리아 전체 합계 출산율 1.25명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
이 밖에 NYT는 알토 아디제의 역사적 배경에 따른 문화적 특성에도 주목했다.
오스트리아 국경과 접해 있는 이 지역은 1900년대 초 이탈리아에 합병될 될 때까지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독일어를 사용하고 파스타보다는 젬멜크뇌델(Semmelknoedel·빵을 우유 등에 적셔 만든 덤플링)을 더 좋아하는 등 이탈리아 주류 문화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왔다.
이런 역사적 분쟁 지역의 소수 문화가 적극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이 지역 정책의 뿌리가 된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인구통계학자인 알렉산드로 로시나는 "(출산율에) 현지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는 '수출'이 어려운 이 지역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