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대량의 가짜 SNS 계정을 이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미국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나왔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도 대대적인 허위 정보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인인 척 바이든 비방…대선 파고드는 中 '가짜 SNS'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포함해 반미(反美) 성향 게시글을 지속해서 유포하는 170개 페이스북 계정을 밝혀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이 계정들이 ‘스패무플라주’ 방식으로 생성됐다고 분석했다. 스패무플라주는 스팸(spam)과 위장(camouflage)의 합성어로, 스팸 게시물을 통해 가짜 정보를 위장하는 수법을 뜻한다. 중국 정부의 여론 조작 캠페인을 칭하는 용어로 알려졌다.

일례로 지난 2월 한 X(옛 트위터) 계정에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에 네오나치 갱단을 보냈다는 내용의 영상이 게시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팔로어가 220만 명에 달하는 유명 팟캐스터가 공유해 널리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2024’라는 문구가 달린 이 계정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43세 남성이 주인인 것처럼 꾸며졌다. 그러나 프로필 사진이 도용됐고, 14년 전 첫 개설 이후 작년 4월에 와서야 첫 공개 게시물이 올라온 정황 등에 근거해 스패무플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ISD는 비슷한 계정이 최소 4개 더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의 반미 정보 공작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중국어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몇 년 전부터 영어로 된 비방글이 게시되기 시작한 계정도 다수였다.

워싱턴DC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은 타국의 내정에 대해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법이 러시아와 비슷하며, 더욱 높은 강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보 공작에 한창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