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5년 ‘꿈의 메모리’로 불리는 3차원(3D) D램을 공개한다. 반도체업계 최초다. 3D D램은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을 지금처럼 수평으로 배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단위 면적당 용량을 세 배 키운 제품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시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가 3D D램을 앞세워 ‘기술 초격차’에 다시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달 26~28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3D D램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3D D램은 D램 내부에 있는 셀을 수직으로 쌓은 한 개의 D램이라는 점에서 D램 완제품을 여러 개 쌓아 용량을 늘린 HBM과는 다른 개념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삼성은 2025년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 기술을 활용한 초기 버전의 3D D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VCT는 셀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자가 흐르는 통로인 채널을 수직으로 세우고 이를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이트로 감싸는 기술이다. 커패시터를 포함한 전체 셀을 쌓아 올린 ‘적층 D램’은 2030년께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D램은 기판에 최대 620억 개에 달하는 셀을 수평으로 배열하는데, 촘촘하게 트랜지스터를 넣다 보니 전류 간섭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셀을 수직으로 쌓으면 트랜지스터 간격이 넓어져 간섭 현상이 줄어든다. 같은 면적에 셀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용량도 크게 늘어난다. 3D D램의 기본 용량은 100Gb(기가비트)로 현재 가장 용량이 큰 D램(36Gb)의 세 배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내준 주도권을 3D D램을 통해 되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1분기 반도체 부문 흑자 전환도 확실시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66% 오른 8만5000원에 마감했다.

황정수/김채연/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