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모크 인' 행사에서 사람들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 사진=AP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스모크 인' 행사에서 사람들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 사진=AP
독일이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했다. 다만 대마초 판매 및 미성년자 흡연은 불법이며 한국 국적자가 현지에서 흡연할 경우도 대한민국 법에 따라 처벌된다.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앞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축하하는 단체 흡연 행사가 열렸다. 약 1500명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1일 0시가 되자 일제히 대마초에 불을 붙이고 흡연을 하기 시작했다.

2016년 베를린 대마초 클럽을 설립해 합법화 운동을 해온 토르스텐 디트리히는 대마초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을 자전거에 싣고 와 광장에 설치했다. 그는 "오늘은 수백만 독일 시민이 자유를 얻은 역사적인 날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날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시며 대마초를 폈다. 광장 바로 앞 브란덴부르크문역 지하철 승강장까지 대마초 냄새가 가득했다.

지난 2월 독일 정부는 암시장에서 대마초 유통을 억제하고 18세 미만 청소년의 대마초 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앞으로 18세 이상 성인은 대마초를 최대 25g까지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지할 수 있고 집에서 3그루까지 재배 가능하다. 일종의 공동재배 모임인 '대마초 클럽'에 가입하면 한 달 최대 50g까지 대마초를 구할 수 있다. 대마초클럽은 7월 1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그러나 대마초 판매 자체는 불법이며 직접 재배하거나 비영리 단체인 대마초클럽을 통해서만 구매해야 한다.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하는 인구는 400만∼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미 대마초가 널리 퍼져있는 만큼 이를 양지로 끌어올려 암시장 부작용을 막고, 청소년도 보호하자는 게 이번 합법화의 취지다.

언제 어디서나 대마초를 피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건물과 체육시설 반경 100m 안에서 대마초 흡연을 금지하고 보행자 전용도로에서도 오후 8시 이전에는 피울 수 없다는 제한을 뒀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필요하면 법을 다시 손보게 된다.

또한, 한국 국적자가 독일에서 대마초를 피우면 한국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독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단 한 번이더라도 각종 검사를 통해 대마 성분이 검출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 대마 성분이 포함된 담배·음료·케이크 등을 자신도 모르게 흡연·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