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갈등 격화…브렌트유 배럴당 90달러 육박 [오늘의 유가]
지정학적 갈등이 유가 상승 부추겨
WTI·브렌트유 5개월만 최고가


중동 지역 확전 위기가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갈등이 유가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 대비 1.44달러(1.72%) 상승한 배럴당 85.15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 대비 1.77달러(2.02%) 오른 89.19달러에 장을 마치며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다. 모두 작년 10월 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 국제 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개월 국제 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자 유가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란은 전날 정오 무렵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이 이스라엘군에서 쏜 미사일 6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포함한 7명이 숨졌다.

이란은 곧장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성명을 통해 “혐오스러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우두머리들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별관 공습 현장(사진=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별관 공습 현장(사진=AFP연합뉴스)
빌 웨더번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상품 분석가는 “가자지구 전쟁으로 지금까지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지만, 분쟁이 격화될 경우 이 지역의 주요 산유국들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정유시설에 지속해서 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타르스탄 공화국 수장 루스탐 민니하노프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오늘 아침 타타르스탄 옐라부가와 니즈네캄스크에서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정유공장은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화재가 발생했지만 20분 만에 진압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 회사 에너지 애스펙트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수석 담당은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해 “지난 몇 주 동안 모멘텀이 쌓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 정유소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이 선박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이 1년 전보다 덜 안정적이라는 일반적인 인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 추운 날씨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이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공급이 약간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