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예술도 예외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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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피터 겔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총감독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페라 관객 감소
젊은 관객 공략위해 현대극 비중 확대 승부수
실험 성공적 평가…유료 관객비중 더 늘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페라 관객 감소
젊은 관객 공략위해 현대극 비중 확대 승부수
실험 성공적 평가…유료 관객비중 더 늘어
전 세계 공연 예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분야로 꼽힌다. 팬데믹 기간 사실상 문을 닫았고, 이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도 예전만큼의 티켓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졌다. 관객들이 집 안에서 즐기는 OTT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익숙해지면서다. 특히 오페라의 경우 팬데믹으로 입은 상처가 너무 컸다.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고령층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 가운데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총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2006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그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메트 오페라에 따르면 2023년 공연의 티켓 구매자 가운데 76%가 시즌권이 아닌 공연 한편의 관람권만 구입하는 싱글 티켓 구매자였다. 전체 평균 연령은 50세이지만 이들 싱글티켓 구매자 평균 연령은 44세였다. 고령층은 오페라 시즌권을, 젊은 층은 오페라 개별 공연의 티켓을 구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페라 관객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티켓 구입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겔브 총감독은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현대극에 훨씬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겔브 총감독은 2023~2024시즌부터 2027~2028시즌까지 총 17편의 현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엔 한 시즌당 선보이는 현대극 수는 3편 이하에 불과했다.
그의 실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데드맨워킹’,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엑스의 삶을 그린 ‘X’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겔브 총감독은 “현대극의 관객 수가 고전극의 수를 이미 능가하고 있으며,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메트 오페라 관객 수도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했다. 3월 기준 유료 관객 비중은 72.6%로 팬데믹 이전인 2019~2020시즌 같은 시기의 71.2%를 넘어섰다.
그는 “대중화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겼다기보다 어떻게해서든 예술 장르로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팬데믹 이후 우리가 다시 공연장을 열었을 때 오페라의 활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며 “오페라가 유행에서 벗어난 예술 형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베르디와 바그너 등이 만든 고전 작품에 더 익숙한 상황에서 현대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오페라단으로선 상당한 리스크를 안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겔브 총감독은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는 예술 형식을 반드시 죽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겔브 감독은 메트 오페라를 맡기 전 소니 클래식 레이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오페라를 예술 산업으로써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경험 덕분이다. 그는 “은행과 제조업 등 모든 종류의 산업에서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업들이 실패하고, 변화하는 것을 봐왔다”며 “누구도 진일보할 수 있는 무임승차권은 없기 때문에 혁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겔브 총감독은 최근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흐름과 관련해선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작곡가가 AI를 활용하는 영리한 방법을 알아낸다면 안될게 뭐 있냐”며 “오히려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이 가운데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총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2006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그가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기부금 도움받아
지난달 28일 뉴욕 맨해튼 65번가 웨스트 150번지에 있는 메트 오페라의 사무실에서 겔브 총감독을 만났다. 사무실이 1층에 위치한 탓에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창문은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었다. 평소 그의 눈길은 책상 정면에 있는 실시간 무대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집중된다. 이날도 그는 서류 업무 중간 중간에 무대 위 리허설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는 중이었다. 겔브 총감독은 메트 오페라단도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소규모 공연장 혹은 오페라단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메트 오페라는 규모가 커서 지원금을 받을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겔브 총감독이 이룬 혁신인 ‘더 메트 라이브 인 HD’ 서비스도 어려움을 겪었다. ‘더 메트 라이브 인 HD’는 메트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서비스다. 2006년 선보인 뒤 큰 성공을 거뒀으며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약 70개국, 2000여 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극장들도 문을 닫으면서 이마저도 수익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메트 오페라는 한 때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쌓아둔 기부금 가운데 3000만 달러를 사용하기도 했다.코로나 이후 관객 연령 젊어져
겔브 감독은 팬데믹이 잦아들고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으면서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다. 관객 연령층이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다. 팬데믹 기간 경험할 수 없었던 공연 여행 등에 소비하는 젊은 층이 많아진 데다, 오페라와 전시회 관람 등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이들도 늘어난 영향이다.메트 오페라에 따르면 2023년 공연의 티켓 구매자 가운데 76%가 시즌권이 아닌 공연 한편의 관람권만 구입하는 싱글 티켓 구매자였다. 전체 평균 연령은 50세이지만 이들 싱글티켓 구매자 평균 연령은 44세였다. 고령층은 오페라 시즌권을, 젊은 층은 오페라 개별 공연의 티켓을 구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페라 관객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티켓 구입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겔브 총감독은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현대극에 훨씬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겔브 총감독은 2023~2024시즌부터 2027~2028시즌까지 총 17편의 현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엔 한 시즌당 선보이는 현대극 수는 3편 이하에 불과했다.
그의 실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데드맨워킹’,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엑스의 삶을 그린 ‘X’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겔브 총감독은 “현대극의 관객 수가 고전극의 수를 이미 능가하고 있으며,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메트 오페라 관객 수도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했다. 3월 기준 유료 관객 비중은 72.6%로 팬데믹 이전인 2019~2020시즌 같은 시기의 71.2%를 넘어섰다.
“변화하지 않는 예술은 반드시 죽어”
겔브 총감독은 팬데믹으로 경영난을 겪었지만 전화위복의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오랜 기간 고전극에만 의존해왔던 오페라가 팬데믹으로 인해 현대극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그는 “대중화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겼다기보다 어떻게해서든 예술 장르로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팬데믹 이후 우리가 다시 공연장을 열었을 때 오페라의 활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며 “오페라가 유행에서 벗어난 예술 형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베르디와 바그너 등이 만든 고전 작품에 더 익숙한 상황에서 현대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오페라단으로선 상당한 리스크를 안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겔브 총감독은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는 예술 형식을 반드시 죽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겔브 감독은 메트 오페라를 맡기 전 소니 클래식 레이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오페라를 예술 산업으로써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경험 덕분이다. 그는 “은행과 제조업 등 모든 종류의 산업에서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업들이 실패하고, 변화하는 것을 봐왔다”며 “누구도 진일보할 수 있는 무임승차권은 없기 때문에 혁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겔브 총감독은 최근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흐름과 관련해선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작곡가가 AI를 활용하는 영리한 방법을 알아낸다면 안될게 뭐 있냐”며 “오히려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