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망자의 49일간 여정 단계적 표현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죽음 아닌 삶의 성찰 계기되길"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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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신작 '사자의 서'가 오는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김 단장은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은 '죽음'에 관한 것이 아닌 '죽음과 삶'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첩된 결과물로 바라봤다고 했다.

'사자의 서'는 인간이 죽은 뒤 사후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지침서인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그려낸다.

김 단장은 "망자가 느끼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과 삶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의 서사와 서정(감정)을 명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작품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복선이 나오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죽음 아닌 삶의 성찰 계기되길"
'사자의 서'는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살아있는 자들의 통곡이 몸짓과 소리로 표현된다.

2장 '상념의 바다'는 망자의 회상이 주를 이룬다.

소년기의 천진난만한 장면, 청년기의 사랑과 이별, 장년기의 결혼 등이 파노라마처럼 무대에서 펼쳐진다.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김 단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데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그는 "하나였던 혼불이 여러 개로 흩어지고, 여러 개의 혼불이 하나로 모이는 장면도 있고, 무용수들이 곡을 하는 것처럼 '어∼'라고 소리를 내거나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처럼 바닥을 치는 장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작품의 중심축인 망자를 연기하는 무용수 조용진과 최호종도 눈길을 끈다.

조용진은 죽음을 맞이한 망자, 최호종은 삶을 회상의 망자를 연기한다.

1장에서는 조용진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추는 독무가 7분간 이어진다.

조용진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저승으로 가는 길이 편안하게 표출됐다"며 "어떤 감정을 내려고 애쓰지 않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고 말했다.

최호종은 "저는 반대로 음악이 모던하고 전자음으로 구성돼 있어 감정을 쉽사리 넣기 힘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세상 속 망자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내가 더 열정적으로 저항할수록 죽음이 더 드러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죽음 아닌 삶의 성찰 계기되길"
음악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산조'의 음악을 작곡한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황진아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경험해 보지 못하고 유추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감정선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죽음과 삶이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음악도 상반된 것들이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특한 악기를 쓰지는 않았지만, 친숙한 악기의 연주법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현악기 파트는 활로 연주하는 보잉이 아닌 현을 거칠게 듣는 피치카토를 사용했고, 연주자들이 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나 숨소리도 그대로 넣었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죽음 아닌 삶의 성찰 계기되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