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백수였던 '이 남자'…'공유 그옷' 회사 임원 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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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임원의 '고속 승진' 꿀팁
박봉섭 F&F 디지털 본부 이사
세아상역·신성통상 굴지 패션 기업 거쳐
R&D로 시작해 수출 영업·전략기획·마케팅 직무 경험
13년 차 직장인이 말하는 고속 승진 비결은
"생각하는 속도로 실행해라"
"기획, 개발 역량 둘 다 있던 게 필살기"
박봉섭 F&F 디지털 본부 이사
세아상역·신성통상 굴지 패션 기업 거쳐
R&D로 시작해 수출 영업·전략기획·마케팅 직무 경험
13년 차 직장인이 말하는 고속 승진 비결은
"생각하는 속도로 실행해라"
"기획, 개발 역량 둘 다 있던 게 필살기"
"소위 말해 '호구'였죠. 시키는 거 다 하는. 그때 배웠던 것들이 나중에 하나의 업무로 수렴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어도 그냥 열심히 했죠."
박봉섭 F&F 디지털 본부 이사는 3일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채널콘 2024: Let's Talk Future(이하 채널콘)'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첫 직장에서의 업무 경험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숙한 분위기가 감돌던 강연장은 박 이사의 말 한마디에 '빵' 터졌다.
그는 "패션을 전공한 내가 데이터를 만나고 삶이 달라졌다"면서 세 번의 이직과 1년 반의 백수 생활 끝에 굴지의 패션 기업의 이사 자리를 꿰찬 비결을 전했다.
F&F는 MLB, 디스커버리, 수프라 등의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박 이사는 디지털 본부 이사직을 맡고 있다.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부서다. 박 이사는 세아상역, 신성통상 등 국내 패션 기업에서 수출 영업, 경영 전략 기획, 마케팅까지 다양한 업무 역량을 쌓아온 13년 차 직장인이다. 패션을 전공했지만, 스스로 각종 컴퓨터 프로그래밍 툴을 독학한 덕에 여러 부서에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29살 첫 회사에 취업한 자신을 '평범하고 철없는 신입사원'으로 규정했다. 그는 "패션기업에서 의류 소재 연구개발(R&D), 수출 영업을 담당하는 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며 "매일 새벽까지 야근하는 극한 업무 강도를 경험했다. 그땐 나도 버티지 못해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퇴사 후 백수로 마주한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박 이사는 "업종을 아예 바꾸겠다는 포부로 퇴사했는데 놀면서 퇴직금을 다 썼다"며 "결국 다시 의류 소재 R&D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두번째 직장으로 옮긴 순간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표현했다. 퇴사할 정도로 하기 싫었던 일을 또 하게 됐으니, 이젠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 시기에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도구도 처음 익혔다.
그는 "하기 싫은 일을 알아서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MS 엑세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개발이 뭔지도 모르고 했다. 모르면 커뮤니티에 질문하고, 책 뒤져보며 공부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군분투 끝에 회사가 다루는 소재 정보를 총망라한 매출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혼자 쓰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추후 전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쓰게 됐다고. 엉겁결에 실무자가 직접 데이터 모델링을 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한 셈이다.
하지만 박 이사는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 이번엔 '일이 재미없어서'가 이유였다. 그는 "당시 (개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분출되는 도파민에 중독돼있었다"며 "목표로 삼은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니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했다"고 밝혔다.
퇴사 후 본격적으로 웹 개발을 배우고 싶어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니며 파이썬, CSS 등 웹 개발 도구를 배웠다. 퇴직금을 털어 쓰다가 다시 지금의 회사인 F&F로 입사하게 됐다는 그는 "지나고 보니 패션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한 개발자가 돼 있더라"라며 "일을 하며 동시에 개발 공부를 할 땐 '이거 배워 어디에 쓰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축적된 노력의 시간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기획과 개발을 한 번에 할 수 있었던 점이 그의 '무기'였다. 박 이사는 직장 생활 13년 만에 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직과 휴직을 반복했으니 수치로만 봤을 때는 '성실한 직장 생활'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 이사는 "업무하는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몰입했고 맡은 영역에서만큼은 최고가 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박 이사는 F&F에서 실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방안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에게도 생경한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많지만 그간 해왔던 것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일한다.
끝으로 박 이사는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고 조언했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에 관해 혼자 기획해보고 일주일 만에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보고했어요. 그게 이사 승진의 도화선이 된 것 같아요. 당장의 성과나 보상을 담보하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해보세요. 고리타분하지만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채널콘은 채널코퍼레이션이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콘퍼런스다. 이날 AI, 이커머스,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국내외 전문가가 시장 흐름과 트렌드를 짚어보는 강연에 연사로 나섰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그는 "패션을 전공한 내가 데이터를 만나고 삶이 달라졌다"면서 세 번의 이직과 1년 반의 백수 생활 끝에 굴지의 패션 기업의 이사 자리를 꿰찬 비결을 전했다.
F&F는 MLB, 디스커버리, 수프라 등의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박 이사는 디지털 본부 이사직을 맡고 있다.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부서다. 박 이사는 세아상역, 신성통상 등 국내 패션 기업에서 수출 영업, 경영 전략 기획, 마케팅까지 다양한 업무 역량을 쌓아온 13년 차 직장인이다. 패션을 전공했지만, 스스로 각종 컴퓨터 프로그래밍 툴을 독학한 덕에 여러 부서에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29살 첫 회사에 취업한 자신을 '평범하고 철없는 신입사원'으로 규정했다. 그는 "패션기업에서 의류 소재 연구개발(R&D), 수출 영업을 담당하는 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며 "매일 새벽까지 야근하는 극한 업무 강도를 경험했다. 그땐 나도 버티지 못해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퇴사 후 백수로 마주한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박 이사는 "업종을 아예 바꾸겠다는 포부로 퇴사했는데 놀면서 퇴직금을 다 썼다"며 "결국 다시 의류 소재 R&D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두번째 직장으로 옮긴 순간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표현했다. 퇴사할 정도로 하기 싫었던 일을 또 하게 됐으니, 이젠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 시기에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도구도 처음 익혔다.
그는 "하기 싫은 일을 알아서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MS 엑세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개발이 뭔지도 모르고 했다. 모르면 커뮤니티에 질문하고, 책 뒤져보며 공부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군분투 끝에 회사가 다루는 소재 정보를 총망라한 매출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혼자 쓰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추후 전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쓰게 됐다고. 엉겁결에 실무자가 직접 데이터 모델링을 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한 셈이다.
하지만 박 이사는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 이번엔 '일이 재미없어서'가 이유였다. 그는 "당시 (개발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분출되는 도파민에 중독돼있었다"며 "목표로 삼은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니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했다"고 밝혔다.
퇴사 후 본격적으로 웹 개발을 배우고 싶어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니며 파이썬, CSS 등 웹 개발 도구를 배웠다. 퇴직금을 털어 쓰다가 다시 지금의 회사인 F&F로 입사하게 됐다는 그는 "지나고 보니 패션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한 개발자가 돼 있더라"라며 "일을 하며 동시에 개발 공부를 할 땐 '이거 배워 어디에 쓰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축적된 노력의 시간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기획과 개발을 한 번에 할 수 있었던 점이 그의 '무기'였다. 박 이사는 직장 생활 13년 만에 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직과 휴직을 반복했으니 수치로만 봤을 때는 '성실한 직장 생활'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 이사는 "업무하는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몰입했고 맡은 영역에서만큼은 최고가 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박 이사는 F&F에서 실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방안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에게도 생경한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많지만 그간 해왔던 것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일한다.
끝으로 박 이사는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고 조언했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에 관해 혼자 기획해보고 일주일 만에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보고했어요. 그게 이사 승진의 도화선이 된 것 같아요. 당장의 성과나 보상을 담보하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해보세요. 고리타분하지만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채널콘은 채널코퍼레이션이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콘퍼런스다. 이날 AI, 이커머스,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국내외 전문가가 시장 흐름과 트렌드를 짚어보는 강연에 연사로 나섰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