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네덜란드 ASML의 '발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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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본사 이전 시도는
反이민법이라는 노동규제에
행동으로 반기 드는 '발 투표'
4단계 법인세·중대재해법 등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 총력전 경제전쟁 시대에
대기업 특혜 시비로 날 샐 건가
윤성민 논설위원
反이민법이라는 노동규제에
행동으로 반기 드는 '발 투표'
4단계 법인세·중대재해법 등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 총력전 경제전쟁 시대에
대기업 특혜 시비로 날 샐 건가
윤성민 논설위원
기업의 국경 탈출, ‘기업 엑소더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1980년대 스웨덴이다. 사회민주노동당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를 기치로 법인세 최고 60%, 상속세 70%의 폭압적 세금을 때리던 때다. 잘 아는 대로 제약회사 아스트라의 창업자 후손들은 상속세에 두 손을 든 채 규모가 더 작은 영국 제네카에 매각해 버렸고,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처음 상용화한 아스트라제네카다. 우유팩의 원조 테트라팩은 스위스로 ‘세금 망명’했다. 응당 스웨덴에 본사가 있을 것 같은 가구 회사 이케아도 이때 해외로 ‘본적지’를 옮겼다. 네덜란드다.
당시 네덜란드는 법인세가 스웨덴의 절반 수준이었고, 로열티 수입 등에 큰 폭의 감면 혜택까지 있는 나라다. 상속세는 20% 표면 세율에 각종 공제를 반영하면 실효 세율이 3%대에 불과하다. 세제 혜택에 더해 막강한 경영권 보호장치도 매력이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태동한 나라답게 ‘스티흐팅’이라는 재단법인을 통한 경영권 방어 제도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와 페라리, 축구단 유벤투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느리고 있는 이탈리아 엑소르그룹은 경영권 보호차원에서 2016년 고국을 등지고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했다.
그런 네덜란드가 요즘 기업 엑소더스 조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회사 ASML처럼 본사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대기업이 10곳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기업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 것은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종주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주도의 이민 제한 법안이다.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외국인 고숙련 노동자의 급여 30%에 대해 5년간 소득공제 지원을 20개월로 줄이고, 대학 정원에서 유학생 비중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네덜란드 본사 직원의 40%가 외국인인 ASML처럼 외국인 직원이 많은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은 인력 충원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커다란 노동 규제 암초를 만난 것이다.
‘발 투표(foot voting)’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개인·집단이 무엇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철회하는 등의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호불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ASML의 본사 이전 시도는 네덜란드 정치권에 발 투표로 거부권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베토벤 작전’이라고 불리는 당근책으로 ASML의 기업 망명을 일단 유예시켜 놓긴 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신속 대응 이면에는 과거 기업의 발 투표로 매운맛을 본 학습효과가 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21년 총리가 배당세 원천 징수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연정에 참여한 좌파 정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영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은 배당세 이슈에 막대한 환경규제까지 더해지자 같은 해 역시 영국으로 이전하면서 ‘로열더치’라는 네덜란드 상징 표현까지 사명에서 빼는 ‘뒤끝 작렬’의 복수를 했다. 이 두 거대 기업의 본사 이전으로 한 해 법인세 감소분만 수조원에 이른다.
기업이 떠나는 이유는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와 상통한다. 얼마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탈중국 기업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라며 보낸 서한에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장애 요인이 다 들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일의 4단계 누진 법인세, 연구원들을 실험실에서 내쫓는 경직적 주 52시간 근로제, 중대재해처벌법과 직장 괴롭힘 방지법 등 2600여 개의 최고경영자(CEO) 처벌 규정 등.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무수한 목소리는 반기업적 정치권력에 의해 번번이 차단당했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논리가 ‘부자 감세’와 ‘대기업 특혜’다.
기업은 비용이 가장 적은 곳을 찾아 움직인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세금은 물론이고 기업의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는 과다 규제 모두 비용 요인이다.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은 갈등 조정이다. 그러나 반기업적 정치권력은 되레 갈등 조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왔다. 노동과 자본의 편 가르기 산물이 바로 부자 감세와 대기업 특혜 프레임이다. 세계가 총력적 국가 대항전으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때,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당시 네덜란드는 법인세가 스웨덴의 절반 수준이었고, 로열티 수입 등에 큰 폭의 감면 혜택까지 있는 나라다. 상속세는 20% 표면 세율에 각종 공제를 반영하면 실효 세율이 3%대에 불과하다. 세제 혜택에 더해 막강한 경영권 보호장치도 매력이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태동한 나라답게 ‘스티흐팅’이라는 재단법인을 통한 경영권 방어 제도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와 페라리, 축구단 유벤투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느리고 있는 이탈리아 엑소르그룹은 경영권 보호차원에서 2016년 고국을 등지고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했다.
그런 네덜란드가 요즘 기업 엑소더스 조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회사 ASML처럼 본사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대기업이 10곳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기업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 것은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종주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주도의 이민 제한 법안이다.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외국인 고숙련 노동자의 급여 30%에 대해 5년간 소득공제 지원을 20개월로 줄이고, 대학 정원에서 유학생 비중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네덜란드 본사 직원의 40%가 외국인인 ASML처럼 외국인 직원이 많은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은 인력 충원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커다란 노동 규제 암초를 만난 것이다.
‘발 투표(foot voting)’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개인·집단이 무엇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철회하는 등의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호불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ASML의 본사 이전 시도는 네덜란드 정치권에 발 투표로 거부권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베토벤 작전’이라고 불리는 당근책으로 ASML의 기업 망명을 일단 유예시켜 놓긴 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신속 대응 이면에는 과거 기업의 발 투표로 매운맛을 본 학습효과가 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21년 총리가 배당세 원천 징수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연정에 참여한 좌파 정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영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은 배당세 이슈에 막대한 환경규제까지 더해지자 같은 해 역시 영국으로 이전하면서 ‘로열더치’라는 네덜란드 상징 표현까지 사명에서 빼는 ‘뒤끝 작렬’의 복수를 했다. 이 두 거대 기업의 본사 이전으로 한 해 법인세 감소분만 수조원에 이른다.
기업이 떠나는 이유는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와 상통한다. 얼마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탈중국 기업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라며 보낸 서한에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장애 요인이 다 들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일의 4단계 누진 법인세, 연구원들을 실험실에서 내쫓는 경직적 주 52시간 근로제, 중대재해처벌법과 직장 괴롭힘 방지법 등 2600여 개의 최고경영자(CEO) 처벌 규정 등.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무수한 목소리는 반기업적 정치권력에 의해 번번이 차단당했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논리가 ‘부자 감세’와 ‘대기업 특혜’다.
기업은 비용이 가장 적은 곳을 찾아 움직인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세금은 물론이고 기업의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는 과다 규제 모두 비용 요인이다.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은 갈등 조정이다. 그러나 반기업적 정치권력은 되레 갈등 조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왔다. 노동과 자본의 편 가르기 산물이 바로 부자 감세와 대기업 특혜 프레임이다. 세계가 총력적 국가 대항전으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때,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