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소재 융합…최근 10년간 작업 30여점 전시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 이케무라 레이코(73)는 스페인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스위스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지금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은 그의 작업에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등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섞이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이질적 소재의 융합으로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 이케무라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 '수평선 위의 빛'이 3일부터 대전의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에서 열린다.

치마 입고 눈물 흘리는 토끼…대전 헤레디움 이케무라 레이코展(종합)
회화부터 조각, 설치작품까지 지난 10년간의 작업 30여점으로 구성된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형 브론즈 조각 작품 '토끼 관음'(Usagi Kannon)이다.

풍성한 치마를 입고 손을 모은 사람과 눈물을 흘리는 토끼 머리 형상이 결합한 이 작품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귀 없이 태어난 토끼에 관한 기사에서 출발했다.

토끼 관음 역시 인간과 동물은 물론, 불교 문화와 서양 기독교의 마돈나(성모 마리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눈물을 흘리고 손을 모은 모습에서는 애도의 의미가 담겨있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치마는 일종의 피난처로도 해석된다.

치마 입고 눈물 흘리는 토끼…대전 헤레디움 이케무라 레이코展(종합)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 작품과 작품 활동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이 모든 것들이 소통하고 연결돼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내 작업은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자연, 동물이 연결돼 있다는 작가의 생각은 황마에 그린 회화 작업인 '마운틴 레이크'(Mountain Lake)에도 드러난다.

언뜻 산수화 같지만 그림 속 식물이나 바위 등에 인간인 듯 동물인 듯한 형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이 작업에는 작가의 애니미즘(정령 숭배) 세계관이 반영됐다.

치마 입고 눈물 흘리는 토끼…대전 헤레디움 이케무라 레이코展(종합)
전시에 나온 작은 유리조각 작업들에도 역시 인간과 동물, 동물과 자연이 기묘하게 융합돼 있다.

작가의 예술적 모티브인 수평선을 표현한 회화 '수평선' 연작도 전시된다.

작가는 수평선 너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은 작가에게 예술적 원천이 됐다.

전시가 열리는 헤레디움은 1922년 세워진 옛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복원한 건물이다.

지난해 9월 안젤름 키퍼 전시를 열었고 이번이 두 번째 현대미술전시다.

전시는 8월4일까지. 유료 관람.
치마 입고 눈물 흘리는 토끼…대전 헤레디움 이케무라 레이코展(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