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잇따라 나온 호재로 역대급 주가 상승률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웃음 짓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8800원(4.91%) 오른 18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본격적인 어닝 시즌을 앞두고 실적 기대감에 삼성전자도 1.43% 올랐지만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이 유독 돋보였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초 대비 현재까지 32.8% 오르면서 역대급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16.2% 오른 삼성전자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누적 1조7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도 1987억원어치를 담았다.

주가 상승 배경은 당분간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속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다지면서 투자심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칩에 필수적인 HBM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지난달 말 AI 칩 선두주자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53%, 38%를 차지하고 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도 HBM 선두 주자로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며 HBM 공급 경쟁이 시작되는 2025년에도 점유율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12단 HBM3E를 하반기부터 공급할 것이고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될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경쟁력과 수율이 경쟁사 대비 높아 HBM 시장 독주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도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는 2028년부터 현지서 HBM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23만6000원까지 상향하기도 했다. 또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DB금융투자, 신영증권 등이 최근 SK하이닉스 목표가를 줄줄이 올려잡았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메모리 수요 자극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AI 산업 확장 과정에서 HBM의 높은 수익 기여도가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경쟁력에서 앞서있는 SK하이닉스의 사이클 주도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개인 투자자들도 환호하고 있다. 국내 한 포털 종목 토론방에선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밟고 25만원까지 간다", "삼성전자가 곧 10만원 가도 부럽지 않다" "이제 실적으로만 보여주면 상승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른 종목 투자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 미리 매수한 분들 축하한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