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직접 해보니 열불나요"…유명 유튜버도 '분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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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 이야기 직접 들어보니
깜깜이 웨딩 관행에 피로감 느껴
절차마다 붙는 추가금에 결혼 비용 '눈덩이'
"가격 표시제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모니터링 필요"
깜깜이 웨딩 관행에 피로감 느껴
절차마다 붙는 추가금에 결혼 비용 '눈덩이'
"가격 표시제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모니터링 필요"
"결혼을 결심하고, 주변에서 '결혼 좋다'는 말보다 '결혼 준비 정말 힘드니까 잘 알아봐라'라며 신신당부하는 말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더 열불나요. 뭐든 작은 용기만 내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건데, 어째 혼인·출산을 장려하는 정책 기조와 정반대로 가는 느낌이네요."
3월 결혼식을 올린 유명 유튜버 '밤비걸'의 운영자 심정현(31)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심 씨의 영상엔 불합리한 웨딩 업계 관행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가 결혼을 준비하며 겪은 웨딩 업계의 업태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15만회, 인스타그램에서 2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심 씨는 영상을 통해 결혼식장의 업태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일컫는 말)' 업체의 만행들을 소개했다.
먼저 결혼식장에서는 식장 내 의자 대비 훨씬 많은 최소 보증 인원을 요구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예컨대 식장 내에 190석의 자리가 있는 예식장도 최소 300명의 식대를 담보해야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심 씨는 영상을 통해 "이런 업계 관행이 서서 보는 결혼식, 축의금 내고 바로 밥 먹는 공장식 결혼식을 양산한다"면서 "수익을 위해 하객 인원을 보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식장 안에 의자가 없는 건 너무하다"며 토로했다.
이어 결혼 앨범 사진 촬영을 위해 대여하는 스튜디오와 사진 업체와 관련된 문제도 지적했다. 액자를 끼워팔기 위해 사진을 액자에 붙여서 판매하거나, 스튜디오 대여료, 사진 촬영료와 별개로 보정을 요청할 때마다 추가로 붙는 소위 '컨펌비(보정 확인비), 보정 의뢰비' 등을 꼬집었다. 그는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해서 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야 하는데, 여기에 40분의 시간제한이 있는 식"이라며 "시간이 더 필요하면 이 또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심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결혼 준비 중에는 '안 좋은 리뷰를 적거나 따지고 들었을 때 나의 결혼 준비에 신경을 덜 써주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들기 마련"이라며 "돈을 써놓고도 부탁하는 입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웨딩 업계의 모든 업체가 이런 교묘한 마케팅 수법을 펼치는 건 아니"라면서도 "지금은 못된 업체를 거를 수 있는 체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원이나 미용실 가격이 밖에 붙어있는 것처럼 업체마다 정찰제로 시행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은 건 심 씨뿐만 아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와 한 신혼부부는 결혼식을 준비하기로 한 순간부터 자신들은 '슈퍼 을'이었다고 말했다.
3월 결혼한 30대 채모 씨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장을 한번 바꾸는 과정에서 앞선 식장의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신고까지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채 씨는 "소비자원에서 '본식 180일 전까지 전액 환불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배짱 장사하는 인기 웨딩홀들은 대부분 '계약 2주 후 환불 불가' 등의 얼토당토않은 조건을 내건다"며 "소비자원에 신고하고 내용증명까지 보내니 그제야 신고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돌려줬다"며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6월 결혼을 앞둔 20대 허모 씨는 웨딩 사진 촬영 중 스튜디오에서 간식을 돌리는 문화와 드레스 샵에서 드레스를 여러 벌 입어보는 '피팅비'를 예쁜 봉투에 담아 결제해야 하는 관습을 꼬집었다. 허 씨는 "일생일대의 이벤트인 만큼 처음에는 누군가 선의로 시작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업체는 이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팅비를 지불하고 드레스를 입어봐도, 사진을 찍지 못한다. 봐주는 친구나 남편이 그려야 한다"면서 "디자인이 유출된다는 게 이유였는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다들 영상 촬영하더라"라고 씁쓸해했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하는 30대 임모 씨는 "유선상으로 식장 예약 비용, 예약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곳은 전무한 수준"이라며 "대부분 방문을 권하고, 심지어 평이 좋은 일부 인기 웨딩홀은 웨딩 플래너를 통해야만 예약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정보를 워낙 알기 힘들어 어떤 금액이 평균인지 가늠할 수 없다. 비싼 것 같아도 '다른 데도 마찬가지예요 신부님'이라고 말하면 위축돼 따지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결혼 5년 차 이하 기혼남녀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혼 평균 비용은 약 3억474만원이었다. 신혼집 마련에 드는 2억4716만원을 제외한 결혼 준비 비용은 6298만원에 달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두손 두발 다 들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많은 웨딩 업체들이 폐업해 업체끼리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반복 소비가 드문 '결혼'이라는 행사 특성으로 자리한 업계 관행이 겹쳐 이러한 '웨딩 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 업체가 줄면서 일부 업체들이 횡포를 부려 결혼 기피 인식이 생겨나고, 이에 되려 혼인율이 줄어 웨딩 업체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예비부부의 허영을 지적하기엔 이미 업계가 양극화됐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결혼 관련 상품·서비스를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가격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막기로 했다. 웨딩 플래너 등 결혼준비대행업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면책조항이나 과도한 위약금 등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준약관 마련도 추진한다.
다만 가격표시제와 관련, 이 교수는 "웨딩 업계는 옵션이 워낙 많은 구조라 가격 표시와 동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저 '가격 표시'를 위해 기본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상담에 돌입해 고가의 옵션을 열거하면 결국 가격표시제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3월 결혼식을 올린 유명 유튜버 '밤비걸'의 운영자 심정현(31)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심 씨의 영상엔 불합리한 웨딩 업계 관행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가 결혼을 준비하며 겪은 웨딩 업계의 업태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15만회, 인스타그램에서 2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심 씨는 영상을 통해 결혼식장의 업태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일컫는 말)' 업체의 만행들을 소개했다.
먼저 결혼식장에서는 식장 내 의자 대비 훨씬 많은 최소 보증 인원을 요구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예컨대 식장 내에 190석의 자리가 있는 예식장도 최소 300명의 식대를 담보해야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심 씨는 영상을 통해 "이런 업계 관행이 서서 보는 결혼식, 축의금 내고 바로 밥 먹는 공장식 결혼식을 양산한다"면서 "수익을 위해 하객 인원을 보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식장 안에 의자가 없는 건 너무하다"며 토로했다.
이어 결혼 앨범 사진 촬영을 위해 대여하는 스튜디오와 사진 업체와 관련된 문제도 지적했다. 액자를 끼워팔기 위해 사진을 액자에 붙여서 판매하거나, 스튜디오 대여료, 사진 촬영료와 별개로 보정을 요청할 때마다 추가로 붙는 소위 '컨펌비(보정 확인비), 보정 의뢰비' 등을 꼬집었다. 그는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해서 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야 하는데, 여기에 40분의 시간제한이 있는 식"이라며 "시간이 더 필요하면 이 또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심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결혼 준비 중에는 '안 좋은 리뷰를 적거나 따지고 들었을 때 나의 결혼 준비에 신경을 덜 써주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들기 마련"이라며 "돈을 써놓고도 부탁하는 입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웨딩 업계의 모든 업체가 이런 교묘한 마케팅 수법을 펼치는 건 아니"라면서도 "지금은 못된 업체를 거를 수 있는 체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원이나 미용실 가격이 밖에 붙어있는 것처럼 업체마다 정찰제로 시행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은 건 심 씨뿐만 아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와 한 신혼부부는 결혼식을 준비하기로 한 순간부터 자신들은 '슈퍼 을'이었다고 말했다.
3월 결혼한 30대 채모 씨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장을 한번 바꾸는 과정에서 앞선 식장의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신고까지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채 씨는 "소비자원에서 '본식 180일 전까지 전액 환불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배짱 장사하는 인기 웨딩홀들은 대부분 '계약 2주 후 환불 불가' 등의 얼토당토않은 조건을 내건다"며 "소비자원에 신고하고 내용증명까지 보내니 그제야 신고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돌려줬다"며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6월 결혼을 앞둔 20대 허모 씨는 웨딩 사진 촬영 중 스튜디오에서 간식을 돌리는 문화와 드레스 샵에서 드레스를 여러 벌 입어보는 '피팅비'를 예쁜 봉투에 담아 결제해야 하는 관습을 꼬집었다. 허 씨는 "일생일대의 이벤트인 만큼 처음에는 누군가 선의로 시작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업체는 이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팅비를 지불하고 드레스를 입어봐도, 사진을 찍지 못한다. 봐주는 친구나 남편이 그려야 한다"면서 "디자인이 유출된다는 게 이유였는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다들 영상 촬영하더라"라고 씁쓸해했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하는 30대 임모 씨는 "유선상으로 식장 예약 비용, 예약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곳은 전무한 수준"이라며 "대부분 방문을 권하고, 심지어 평이 좋은 일부 인기 웨딩홀은 웨딩 플래너를 통해야만 예약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정보를 워낙 알기 힘들어 어떤 금액이 평균인지 가늠할 수 없다. 비싼 것 같아도 '다른 데도 마찬가지예요 신부님'이라고 말하면 위축돼 따지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결혼 5년 차 이하 기혼남녀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혼 평균 비용은 약 3억474만원이었다. 신혼집 마련에 드는 2억4716만원을 제외한 결혼 준비 비용은 6298만원에 달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두손 두발 다 들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많은 웨딩 업체들이 폐업해 업체끼리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반복 소비가 드문 '결혼'이라는 행사 특성으로 자리한 업계 관행이 겹쳐 이러한 '웨딩 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 업체가 줄면서 일부 업체들이 횡포를 부려 결혼 기피 인식이 생겨나고, 이에 되려 혼인율이 줄어 웨딩 업체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예비부부의 허영을 지적하기엔 이미 업계가 양극화됐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결혼 관련 상품·서비스를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가격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막기로 했다. 웨딩 플래너 등 결혼준비대행업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면책조항이나 과도한 위약금 등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준약관 마련도 추진한다.
다만 가격표시제와 관련, 이 교수는 "웨딩 업계는 옵션이 워낙 많은 구조라 가격 표시와 동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저 '가격 표시'를 위해 기본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상담에 돌입해 고가의 옵션을 열거하면 결국 가격표시제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