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도 ‘책상물림’ 비판한 조국의 ‘사회연대임금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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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4일
'사회연대임금제' 공약
대기업은 임금 인상 자제하고,
중소기업 임금은 높이자는 취지
"대기업엔 세제혜택 부여할 수도"
스웨덴, 도입 27년 만에 종료
중소기업 도산 등 부작용 속출
경제계 "노조가 수용하겠느냐"
지지층서도 반대 의견 빗발쳐
'사회연대임금제' 공약
대기업은 임금 인상 자제하고,
중소기업 임금은 높이자는 취지
"대기업엔 세제혜택 부여할 수도"
스웨덴, 도입 27년 만에 종료
중소기업 도산 등 부작용 속출
경제계 "노조가 수용하겠느냐"
지지층서도 반대 의견 빗발쳐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치며 ‘제3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4일 ‘사회연대임금제’ 공약을 꺼내들었다.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해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높이는 이른바 ‘스웨덴식 연대임금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 현실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혁신당 주요 지지층인 40대 대기업 근로자 사이에서는 “공약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조 대표는 “일할 권리 보장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겠다”며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은 물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사회연대임금제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 대표는 사회연대임금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젊은이들이 지역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임금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스스로 자제하고, 중소기업이 임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을 꼽았다. 조 대표는 “대기업이 임금을 낮추면 정부가 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준다”며 “(북유럽과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는)이렇게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노조가 큰 타결을 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에 앞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에서는 2000년대부터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스웨덴식 연대임금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연대임금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노동 문제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과 노동시장 구조가 상이한 스웨덴에서조차 실패한 연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스웨덴은 스웨덴 노총의 제안으로 1956년 연대임금제를 도입했다.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저수익 기업에 고용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스웨덴의 경우 동일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체에 대해 임금 및 노동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산별노조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정부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가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협력적인 노사관계도 연대임금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는 불과 27년 뒤인 1983년 막을 내렸다. 임금 지급 여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노동 비용 상승을 감내하지 못해 도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높은 건 강력한 정규직 노조가 연공급 등 기존 임금체계를 고수하기 때문”이라며 “세제 혜택 때문에 임금 인상을 더 못해주겠다고 하면 과연 노조가 수용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이런다고 중소기업이 돈을 더 주겠느냐” “그냥 국가에서 연봉 관리하자고 해라” “대기업은 지출 줄이고 세제 혜택도 받고 1석2조의 꿀정책” 등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국혁신당 공보단은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어떤 임금제인지는 개원 이후 정책위원회를 통해 구체안을 밝히겠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해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높이는 이른바 ‘스웨덴식 연대임금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 현실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혁신당 주요 지지층인 40대 대기업 근로자 사이에서는 “공약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스웨덴서 40년전 끝난 '연대임금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국민이 더 행복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겠다”며 사회연대임금제 공약을 발표했다.조 대표는 “일할 권리 보장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겠다”며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은 물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사회연대임금제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 대표는 사회연대임금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젊은이들이 지역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임금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스스로 자제하고, 중소기업이 임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을 꼽았다. 조 대표는 “대기업이 임금을 낮추면 정부가 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준다”며 “(북유럽과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는)이렇게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노조가 큰 타결을 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에 앞서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에서는 2000년대부터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스웨덴식 연대임금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연대임금제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노동 문제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과 노동시장 구조가 상이한 스웨덴에서조차 실패한 연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스웨덴은 스웨덴 노총의 제안으로 1956년 연대임금제를 도입했다.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저수익 기업에 고용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스웨덴의 경우 동일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체에 대해 임금 및 노동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산별노조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정부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가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협력적인 노사관계도 연대임금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는 불과 27년 뒤인 1983년 막을 내렸다. 임금 지급 여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노동 비용 상승을 감내하지 못해 도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높은 건 강력한 정규직 노조가 연공급 등 기존 임금체계를 고수하기 때문”이라며 “세제 혜택 때문에 임금 인상을 더 못해주겠다고 하면 과연 노조가 수용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지층도 "하향평준화 하자는 거냐" 비판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도 연대임금제 공약은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혁신당은 연령별로는 40대(38%),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31%)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조 대표의 공약 발표 직후 자신을 ‘30대 대기업 근무하는 월급쟁이’라고 소개한 한 지지자는 “여기서 더 월급을 줄인다면 취미활동, 아이들 교육,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는 꿈조차 꾸지 못한다”며 “왜 하향 평준화하려는 것이냐”고 했다. 다른 지지자는 “조 대표께서 현실을 모르는 책상물림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이런다고 중소기업이 돈을 더 주겠느냐” “그냥 국가에서 연봉 관리하자고 해라” “대기업은 지출 줄이고 세제 혜택도 받고 1석2조의 꿀정책” 등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국혁신당 공보단은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어떤 임금제인지는 개원 이후 정책위원회를 통해 구체안을 밝히겠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