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파·사과값, 중요하지만 '생존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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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문제' 부각된 농산물 가격
기후·재해 영향으로 변동 폭 커
'장바구니 물가' 급변 세계적 현상
산지 변화·가격 변수 홍보해야
구조적 문제 점검도 시급
PF부실 등 다른 민생문제도 중요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기후·재해 영향으로 변동 폭 커
'장바구니 물가' 급변 세계적 현상
산지 변화·가격 변수 홍보해야
구조적 문제 점검도 시급
PF부실 등 다른 민생문제도 중요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3월 사과와 배값이 1년 전보다 88% 폭등했다. 대파값은 2월 50% 올랐다가 3월엔 38% 떨어졌다. 요즘 대파와 사과는 유세 도구다. ‘대파·사과 끝장 토론’ 제안도 나온다. ‘민생 파탄 주범’으로 정부가 지목된다.
선거판에서는 모든 주장이 조금씩 과장되기 마련이다. 열기를 좀 식혀 듣는 게 좋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주로 ‘2023년 기상 재해’ 때문이다. 봄철 냉해·서리, 여름철 집중 호우, 10년 만에 최저였던 일조량 등이 작물 피해를 키웠다. 특히 대파값은 등락 폭이 유난히 크다. 2021년 3월 ㎏당 6981원까지 치솟다가 불과 넉 달 후엔 2066원으로 급락했다. 생산지가 계절별로 전국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전남, 봄철 경기·전북, 여름철 강원이다. 올해 초 대파값 급등은 지난겨울 전남지역 한파와 폭설로 출하량이 준 결과다.
장바구니 생활물가 급등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3월 미국 음식 인플레이션은 2.2% 수준이지만 2022년 9월엔 11.2%였다. 같은 기간 영국 음식 물가도 19.2%에서 4.5%로 떨어졌다. 농산물은 에너지와 함께 가격 조절이 어렵다. 공급이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춤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물가 추세를 볼 때는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빼기도 한다. 1974년 미국 중앙은행이 제안한 ‘근원 물가’ 개념이다. 그해 미국은 중동 전쟁과 흉작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11.1% 폭등했다.
2022년 7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정점까지 치솟았다. 미국(9.1%), 영국(9.6%), 유로존(10.6%) 등이 물가가 10% 안팎으로 뛰었고 국내 물가도 6.3%까지 올랐다. 하지만 책임이 정부와 한국은행에 있다며 몰아붙이진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사태,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해외 공급 요인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수요충격(임금)이 밀어 올린 인플레이션은 하방 경직성이 크다. 한 번 오른 임금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 이에 비해 공급충격(음식물·천연가스·석유 가격 인상) 인플레이션은 수급 애로가 풀리면 곧바로 진정된다. 물류 배송기간 단축, 컨테이너 선적 비용 하락, 유럽 천연가스 가격 안정, 국제 농산물 가격 하락 등이 2022년 여름부터 빠르게 진전됐다. 공급망 작동이 정상화된 영향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월 3.1%로 안정화됐다. 다만 밥상 물가는 여전히 높다. 헌법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 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헌법 제123조 4항)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국민들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 채소·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1500억원을 투입했지만, 국민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셈이다.
이런 노력에 더해 올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도 점검이 시급하다. 예컨대 주요 농산물 경작지 재배치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떤가. 농산물 주산지 북상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사과는 경북에서 충북으로, 제주 특산품 한라봉은 전남·경남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반도 기후 온난화가 반영된 ‘농수산물 수급 균형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때다.
소비자에게 농산물 수확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작년 10월 우박으로 낙과 피해가 컸다. 전체 피해 면적 163㏊ 중 사과 피해 면적이 87㏊(53%)다. 당분간 높은 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 작물 직수입은 또 다른 문제를 수반한다. 해충이 유입되면 생태계 교란 발생이 걱정된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소비자가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지는 않을 거다. 소비자도 구매 시기를 조절하면 어떨까. 대파·사과·배를 못 구한다고 생존이 위협받는 건 아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를 줄이라는 시그널이다.
민생 문제는 도처에 산적해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자칫 제2금융권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대파·사과값 못지않게 절박한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선거판에서는 모든 주장이 조금씩 과장되기 마련이다. 열기를 좀 식혀 듣는 게 좋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주로 ‘2023년 기상 재해’ 때문이다. 봄철 냉해·서리, 여름철 집중 호우, 10년 만에 최저였던 일조량 등이 작물 피해를 키웠다. 특히 대파값은 등락 폭이 유난히 크다. 2021년 3월 ㎏당 6981원까지 치솟다가 불과 넉 달 후엔 2066원으로 급락했다. 생산지가 계절별로 전국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전남, 봄철 경기·전북, 여름철 강원이다. 올해 초 대파값 급등은 지난겨울 전남지역 한파와 폭설로 출하량이 준 결과다.
장바구니 생활물가 급등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3월 미국 음식 인플레이션은 2.2% 수준이지만 2022년 9월엔 11.2%였다. 같은 기간 영국 음식 물가도 19.2%에서 4.5%로 떨어졌다. 농산물은 에너지와 함께 가격 조절이 어렵다. 공급이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춤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물가 추세를 볼 때는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빼기도 한다. 1974년 미국 중앙은행이 제안한 ‘근원 물가’ 개념이다. 그해 미국은 중동 전쟁과 흉작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11.1% 폭등했다.
2022년 7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정점까지 치솟았다. 미국(9.1%), 영국(9.6%), 유로존(10.6%) 등이 물가가 10% 안팎으로 뛰었고 국내 물가도 6.3%까지 올랐다. 하지만 책임이 정부와 한국은행에 있다며 몰아붙이진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사태,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해외 공급 요인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수요충격(임금)이 밀어 올린 인플레이션은 하방 경직성이 크다. 한 번 오른 임금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 이에 비해 공급충격(음식물·천연가스·석유 가격 인상) 인플레이션은 수급 애로가 풀리면 곧바로 진정된다. 물류 배송기간 단축, 컨테이너 선적 비용 하락, 유럽 천연가스 가격 안정, 국제 농산물 가격 하락 등이 2022년 여름부터 빠르게 진전됐다. 공급망 작동이 정상화된 영향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월 3.1%로 안정화됐다. 다만 밥상 물가는 여전히 높다. 헌법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 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헌법 제123조 4항)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국민들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 채소·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1500억원을 투입했지만, 국민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셈이다.
이런 노력에 더해 올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도 점검이 시급하다. 예컨대 주요 농산물 경작지 재배치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떤가. 농산물 주산지 북상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사과는 경북에서 충북으로, 제주 특산품 한라봉은 전남·경남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반도 기후 온난화가 반영된 ‘농수산물 수급 균형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때다.
소비자에게 농산물 수확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작년 10월 우박으로 낙과 피해가 컸다. 전체 피해 면적 163㏊ 중 사과 피해 면적이 87㏊(53%)다. 당분간 높은 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 작물 직수입은 또 다른 문제를 수반한다. 해충이 유입되면 생태계 교란 발생이 걱정된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소비자가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지는 않을 거다. 소비자도 구매 시기를 조절하면 어떨까. 대파·사과·배를 못 구한다고 생존이 위협받는 건 아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를 줄이라는 시그널이다.
민생 문제는 도처에 산적해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자칫 제2금융권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대파·사과값 못지않게 절박한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