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 잦은 지진을 겪은 대만이 수십 년간 건축물 내진 성능 보강에 힘써온 덕에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강국’ 대만의 기술력이 또 한 차례 입증됐다는 평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대만과 그 주변 해역에서 1980년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약 2000회, 규모 5.5를 넘는 지진이 100회 이상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있기 전 최대 규모인 1999년 9월 지진은 약 2400명의 사망자를 내고 건물 5만 채를 무너뜨리는 등 큰 피해를 남겼다.

1999년 대지진 이후 대만은 수년에 걸쳐 내진 설계 기준을 높이는 등 건축 법규를 개정하고 방재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지진 등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지진 대응을 전담하는 국가급 센터도 세웠다. 2019년부터는 199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3만6000동을 모두 점검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이번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은 231채에 불과했다.

우이민 국립대만대 지구과학과 교수 겸 국립방재과학기술센터 팀장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이 센터가 개발한 재난 대응 시스템은 3~5년 동안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지진 관련 온라인 게시물에 기반해 대응 자원 배분을 돕고 재난 발생 지역의 이동 신호 등을 감지해 피해 규모를 평가한다.

CNN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대만 동부 화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0명이다. 부상자는 1067명이다. 다만 38명이 실종 상태인 데다 646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