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日대기업은 지갑 열어 스타트업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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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형 벤처투자 '톱10'…日기업 5곳 싹쓸이
'스타트업 천국' 日, 비결은 CVC
미쓰비시, 918개 벤처 IPO 성공
2월엔 핀테크에 1300억원 베팅
"스타트업 성공이 결국 사회환원"
韓 규제 탓 2년새 투자 반토막
펀드 출자한도 40%→50% 추진
법안 발의했지만 국회서 '낮잠'
'스타트업 천국' 日, 비결은 CVC
미쓰비시, 918개 벤처 IPO 성공
2월엔 핀테크에 1300억원 베팅
"스타트업 성공이 결국 사회환원"
韓 규제 탓 2년새 투자 반토막
펀드 출자한도 40%→50% 추진
법안 발의했지만 국회서 '낮잠'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UFJ은행의 벤처캐피털(VC) 자회사인 미쓰비시UFJ캐피털은 지난 2월 일본 최대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웰스나비에 150억엔(약 1332억원)을 투자했다. 모기업의 금융 서비스에 웰스나비 솔루션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웰스나비는 이번 투자금으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미쓰비시UFJ캐피털은 일본의 대표적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대기업 VC)로 꼽힌다. 이 CVC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918개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미쓰비시UFJ캐피털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투자 대상(스타트업)과 성장하면서 우리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미국 스타트업 분석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투자 건수 기준 글로벌 CVC 상위 10개사의 절반을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1~3위가 모두 일본 CVC였다. 해당 기간에 미쓰비시UFJ캐피털이 22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가장 많았다. SMBC벤처캐피털(18개), 미즈호캐피털(15개) 등 다른 일본 기업도 3위권에 올랐다. 다음으로 미국(구글벤처스, 인텔캐피털)과 한국(KB인베스트먼트, 삼성넥스트)의 2개사가 10위권에 들었다.
CVC가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면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본 펀드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일본 스타트업 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투자 잔액은 97억달러로 10년 전(13억3000만달러)보다 일곱 배 이상 늘었다. 투자 잔액은 VC 펀드 중 설정을 완료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은 대기 자금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절반 정도가 CVC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CVC 투자가 늘지 못한 건 관련 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2021년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도 허용하면서 국내 CVC 설립이 늘긴 했다. 하지만 외부 자금의 출자 비중이 펀드당 40%로 제한됐다. 대기업이 외부 자금을 한도 없이 끌어오면 금융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산분리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CVC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CVC의 해외 투자를 총자산의 20% 이하로 제한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한 대기업 CVC 심사역은 “일반 VC가 총자산의 60%까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인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일반지주회사의 CVC가 결성한 펀드의 외부 자금 출자 한도를 기존 40%에서 50%로 상향하고, CVC 해외 투자 한도는 20%에서 30%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CVC 비중은 22% 정도로 미국(4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CVC 규제를 완화해 투자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 비결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인공은 CVC다. 대기업 자금이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키우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복잡한 규제로 CVC 활동에 제약이 많은 한국과는 대조적이다.4일 미국 스타트업 분석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투자 건수 기준 글로벌 CVC 상위 10개사의 절반을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1~3위가 모두 일본 CVC였다. 해당 기간에 미쓰비시UFJ캐피털이 22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가장 많았다. SMBC벤처캐피털(18개), 미즈호캐피털(15개) 등 다른 일본 기업도 3위권에 올랐다. 다음으로 미국(구글벤처스, 인텔캐피털)과 한국(KB인베스트먼트, 삼성넥스트)의 2개사가 10위권에 들었다.
CVC가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면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본 펀드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일본 스타트업 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투자 잔액은 97억달러로 10년 전(13억3000만달러)보다 일곱 배 이상 늘었다. 투자 잔액은 VC 펀드 중 설정을 완료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은 대기 자금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절반 정도가 CVC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CVC 영향력은 감소
국내에선 CVC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조사기업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CVC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1조1948억원에서 지난해 6963억원으로 41.7% 줄었다. 같은 기간 중소벤처기업부 기준 전체 벤처 투자 규모의 감소 폭(12.5%)보다 컸다. CVC의 투자 건수도 2022년 599건에서 작년 333건으로 44.4% 줄었다.국내 CVC 투자가 늘지 못한 건 관련 규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2021년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도 허용하면서 국내 CVC 설립이 늘긴 했다. 하지만 외부 자금의 출자 비중이 펀드당 40%로 제한됐다. 대기업이 외부 자금을 한도 없이 끌어오면 금융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산분리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CVC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CVC의 해외 투자를 총자산의 20% 이하로 제한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한 대기업 CVC 심사역은 “일반 VC가 총자산의 60%까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인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일반지주회사의 CVC가 결성한 펀드의 외부 자금 출자 한도를 기존 40%에서 50%로 상향하고, CVC 해외 투자 한도는 20%에서 30%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CVC 비중은 22% 정도로 미국(4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CVC 규제를 완화해 투자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