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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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의 반도체 생산 타격이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차질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반사수혜 여부도 주목된다. TSMC가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삼성전자로 파운드리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삼성전자의 D램 및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4일 중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후 TSMC는 지진에 따른 영향 평가를 실시했다. 회사 측은 일부 장비가 파손돼 생산 라인에 영향을 미쳤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TSMC는 전날 오후 10시30분께 공장 가동 현황에 대해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웨이퍼 공장 복구율이 70%를 넘었고, 새로 건설된 '제18공장' 복구율은 80% 이상"이라며 "공장 일부 장비가 손상돼 생산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모든 EUV 노광 장비 등 주요 기계는 손상이 없었다"고 했다. 제18공장 공장에서는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와 5나노급 초미세 공정 기술이 적용된다. 최근 인근 부지에 생산 시설을 증설한 바 있다.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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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진 여파로 일부 반도체 칩 생산 타격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대만 디지타임스에 "(지진으로) N3 웨이퍼 팹이 구조적 손상을 입은 것을 목격했으며 생산 라인이 중단됐다. EUV 장비가 모두 정지됐고, 연구개발(R&D) 연구소에서도 벽이 갈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또 다른 TSMC 공장 역시 파이프 파열 등 피해를 입어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TSMC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거래처로 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1위 거래처다. 아이폰15프로 등 A17 바이오닉 칩이 탑재된 경우 진공 환경에서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생산에 들어간 일부 고급 칩은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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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아이폰 제조 공장인 폭스콘은 지난 3일 지진 발생 후 검사를 위해 일부 생산 라인을 멈췄다. 업계는 지진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6000만달러(약 81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TSMC는 구체적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주문을 받는 업계 특성상 최종 납기가 늦어지면 신제품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TSMC와 경쟁구도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격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2차 공급처로 꼽힌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만 지진 이후 마이크론의 구매 계약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마이크론은 가전과 네트워크, D램 2분기 판가 협상 중 일부 계약 논의 중단을 통지했다. 물량 배분을 위한 생산 차질 영향 파악 목적도 있겠지만 공급 부족을 감안한 가격 협상력 증대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TSMC 생산 차질은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및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조5000억원 규모로 반도체 부문(DS) 이익이 1분기 대비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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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