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다음은 커피 인플레…로부스타 원두값 사상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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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당 3802달러…1년새 70% 급등
베트남·인니 등서 수확량 급감 탓
로부스타 원두(커피콩) 선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대 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커피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런던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전일 대비 3.79%(139달러) 오른 t당 3802달러에 마감했다. 로부스타 선물이 처음 거래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커피 선물 시장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이 상품의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69%가량 올랐다.
뉴욕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 역시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2달러(종가 기준)를 넘어섰다. 브라질 산지에 폭우가 내린 탓에 수확량이 줄었을 거란 우려가 반영됐다. 아라비카 선물은 고품질 원두의 기준 가격이다. 로부스타 원두가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쓰이는 반면, 아라비카는 카페 등에 주로 납품된다. 원두값 상승에는 세계 2, 3위 생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확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2023~2024년 베트남의 원두 생산량이 작년 6월 예측치보다 12% 적은 2660만자루(1자루=6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2~2023년 생산량은 2630만자루로, 역대 최저치였다. 베트남은 로부스타 원두의 최대 공급국이다.
미 농무부는 올해 인도네시아의 원두 생산량도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도 2년 연속 뒷걸음질할 거란 전망이다.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등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동남아를 덮치면서 원두 수확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태국 등에선 3월부터 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두는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기온 변화에 취약하다. 고무, 두리안 등 고온에도 비교적 잘 버티는 작물로 재배 대상을 바꾸는 커피 농가들도 나온다. 일본의 커피 수입업체 S 이시미츠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농가들이 원두 공급량 부족으로 수출업체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원두 수요는 치솟고 있다. 2023~2024년 전 세계 원두 소비량은 10년 전인 2013~2014년 대비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요가 각각 60%, 90% 뛰었고, 중국에선 무려 130%의 증가세가 나타났다. 올해 1~2월 브라질이 중국으로 수출한 원두 양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일본, 미국으로의 수출량도 87%, 37% 증가했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원두의 최대 생산국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 체인점을 보유한 나라에 등극했다.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탄생한 중국 토종 커피 체인 러킨의 매장 수는 1만6000여 개에 이른다. 또 다른 토종 브랜드 코티커피도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7000개 이상의 매장을 냈다.
경제 발전으로 아시아에서도 중산층이 탄생했고, 이들이 과거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던 커피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커피 수요 붐’은 당분간 지속될 거란 관측이다. 일본 마루베니상사의 음료 부문 책임자인 호리에 다이스케는 “커피 소매 가격이 치솟으면서 아라비카 원두를 로부스타로 대체하는 소매업체들도 나온다”며 “계속된 수급 압박은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커피 유통업체들은 마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베트남·인니 등서 수확량 급감 탓
로부스타 원두(커피콩) 선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대 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커피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런던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전일 대비 3.79%(139달러) 오른 t당 3802달러에 마감했다. 로부스타 선물이 처음 거래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커피 선물 시장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이 상품의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69%가량 올랐다.
뉴욕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 역시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2달러(종가 기준)를 넘어섰다. 브라질 산지에 폭우가 내린 탓에 수확량이 줄었을 거란 우려가 반영됐다. 아라비카 선물은 고품질 원두의 기준 가격이다. 로부스타 원두가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쓰이는 반면, 아라비카는 카페 등에 주로 납품된다. 원두값 상승에는 세계 2, 3위 생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확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2023~2024년 베트남의 원두 생산량이 작년 6월 예측치보다 12% 적은 2660만자루(1자루=6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22~2023년 생산량은 2630만자루로, 역대 최저치였다. 베트남은 로부스타 원두의 최대 공급국이다.
미 농무부는 올해 인도네시아의 원두 생산량도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도 2년 연속 뒷걸음질할 거란 전망이다.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등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동남아를 덮치면서 원두 수확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태국 등에선 3월부터 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두는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기온 변화에 취약하다. 고무, 두리안 등 고온에도 비교적 잘 버티는 작물로 재배 대상을 바꾸는 커피 농가들도 나온다. 일본의 커피 수입업체 S 이시미츠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농가들이 원두 공급량 부족으로 수출업체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원두 수요는 치솟고 있다. 2023~2024년 전 세계 원두 소비량은 10년 전인 2013~2014년 대비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요가 각각 60%, 90% 뛰었고, 중국에선 무려 130%의 증가세가 나타났다. 올해 1~2월 브라질이 중국으로 수출한 원두 양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일본, 미국으로의 수출량도 87%, 37% 증가했다. 브라질은 아라비카 원두의 최대 생산국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 체인점을 보유한 나라에 등극했다.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탄생한 중국 토종 커피 체인 러킨의 매장 수는 1만6000여 개에 이른다. 또 다른 토종 브랜드 코티커피도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7000개 이상의 매장을 냈다.
경제 발전으로 아시아에서도 중산층이 탄생했고, 이들이 과거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던 커피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커피 수요 붐’은 당분간 지속될 거란 관측이다. 일본 마루베니상사의 음료 부문 책임자인 호리에 다이스케는 “커피 소매 가격이 치솟으면서 아라비카 원두를 로부스타로 대체하는 소매업체들도 나온다”며 “계속된 수급 압박은 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커피 유통업체들은 마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