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갤러리 소리 듣던 말보로, 왜 스스로 문 닫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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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반 '말보로 갤러리'
창립 78년만에 역사 속으로
한때 세계 미술시장 풍미했지만
"상속 및 운영권이 문제"
창립 78년만에 역사 속으로
한때 세계 미술시장 풍미했지만
"상속 및 운영권이 문제"
프랜시스 베이컨, 마크 로스코 등 현대미술 대표 거장들의 작품을 취급하며 한때 세계 최고 갤러리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던 말보로 갤러리가 오는 6월 문을 닫는다. 1946년 영국 런던에 처음 문을 연 지 78년 만이다.
말보로 갤러리는 지난 4일 “올해 6월부터 갤러리를 폐쇄하고 전시와 작가 관련 활동을 모두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1946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랭크 로이드와 해리 피셔가 런던에 설립한 말보로 갤러리는 1950~1960년대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 오스카 코코슈카, 헨리 무어, 벤 니콜슨, 프랭크 아우어바흐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며 영향력을 넓혔다.1963년에는 미국 뉴욕 지점을 열고 잭슨 폴록과 필립 거스톤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 다루기 시작했다. “대서양 양쪽(영국과 미국)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게 갤러리에 대한 당시 미술계의 평가였다.
긴 세월 동안 곡절도 많았다. 1970년대 갤러리가 마크 로스코의 유작을 놓고 유족과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한풀 꺾였다. 로스코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70년 자신의 유작을 말보로갤러리에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이 불공정했으며 갤러리가 유작들을 헐값에 대량으로 팔아넘겨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었다. 재판에서 유족이 승소하면서 1975년 갤러리는 로스코의 유족에 약 600만달러를 지불하고 작품 650여점을 반환하기로 협의했다. 2020년 이사회 구성원들이 경영권을 놓고 서로 소송전을 벌이면서 갤러리가 문을 닫을 뻔한 일도 있었다.
말보로 갤러리의 이번 폐쇄 결정은 갤러리의 소유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보로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뉴스페이퍼에 “갤러리는 예술가와 갤러리스트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는 사업인데, 이사회 시스템을 통해 이를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로 인해 뉴욕, 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있는 말보로 갤러리 지점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갤러리는 향후 수 년간 재고 매각에 주력할 방침이다. 창고에 있는 작품 가치는 총 2억5000만달러(약 33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를 본 국내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때 한국 미술시장을 풍미했던 갤러리들 중 적잖은 수가 창립자의 사망 이후 문을 닫았거나, 후계자가 경영을 넘겨받은 이후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를 이어 번성하는 화랑은 많지 않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사교성 등 갤러리스트의 ‘개인기’, 네트워킹과 노하우 등 암묵지에 의존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갤러리들은 “분업이나 업무 계량화가 어렵고 경기에 따라 수입도 들쭉날쭉해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네트워크와 노하우 등을 ‘외부인 직원’에게 빼앗길 우려에 있다는 게 미술계 얘기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사거나 미술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는 사업체 상속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말보로 갤러리는 지난 4일 “올해 6월부터 갤러리를 폐쇄하고 전시와 작가 관련 활동을 모두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1946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랭크 로이드와 해리 피셔가 런던에 설립한 말보로 갤러리는 1950~1960년대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안 프로이트, 오스카 코코슈카, 헨리 무어, 벤 니콜슨, 프랭크 아우어바흐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며 영향력을 넓혔다.1963년에는 미국 뉴욕 지점을 열고 잭슨 폴록과 필립 거스톤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 다루기 시작했다. “대서양 양쪽(영국과 미국)에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게 갤러리에 대한 당시 미술계의 평가였다.
긴 세월 동안 곡절도 많았다. 1970년대 갤러리가 마크 로스코의 유작을 놓고 유족과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한풀 꺾였다. 로스코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70년 자신의 유작을 말보로갤러리에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이 불공정했으며 갤러리가 유작들을 헐값에 대량으로 팔아넘겨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었다. 재판에서 유족이 승소하면서 1975년 갤러리는 로스코의 유족에 약 600만달러를 지불하고 작품 650여점을 반환하기로 협의했다. 2020년 이사회 구성원들이 경영권을 놓고 서로 소송전을 벌이면서 갤러리가 문을 닫을 뻔한 일도 있었다.
말보로 갤러리의 이번 폐쇄 결정은 갤러리의 소유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보로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뉴스페이퍼에 “갤러리는 예술가와 갤러리스트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는 사업인데, 이사회 시스템을 통해 이를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로 인해 뉴욕, 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있는 말보로 갤러리 지점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갤러리는 향후 수 년간 재고 매각에 주력할 방침이다. 창고에 있는 작품 가치는 총 2억5000만달러(약 33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를 본 국내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때 한국 미술시장을 풍미했던 갤러리들 중 적잖은 수가 창립자의 사망 이후 문을 닫았거나, 후계자가 경영을 넘겨받은 이후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를 이어 번성하는 화랑은 많지 않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사교성 등 갤러리스트의 ‘개인기’, 네트워킹과 노하우 등 암묵지에 의존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갤러리들은 “분업이나 업무 계량화가 어렵고 경기에 따라 수입도 들쭉날쭉해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네트워크와 노하우 등을 ‘외부인 직원’에게 빼앗길 우려에 있다는 게 미술계 얘기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사거나 미술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는 사업체 상속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