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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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사흘만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연중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선호 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으로 파악된다. 엔화 가치는 모처럼 강세를 나타냈다.

환율, 3일만에 연고점 경신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70전 오른 1352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올들어 최고 수준이다. 지난 2일 1352원10전을 기록한 이후 3일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1일(1357원30전) 이후 넉달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4원90전 오른 1352원으로 개장했다. 이후 1350원 밑으로 한때 내려서기도 했지만 대체로 1350원 초반에서 횡보했다.

환율이 오른 것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위험 선호 심리 위축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원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오른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간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금리 인하가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Fed가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누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향후 환율은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등에서 경기 하강의 조짐이 보일지가 변수다.

'경상수지 흑자 → 환율 하락' 메커니즘 작동 안해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 2월 경상수지가 68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10개월 연속 흑자가 나타났다. 이같은 흑자 규모는 2017년 2월 기록한 74억4000만 달러 이후 2월 기준 가장 큰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면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하락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흑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제학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절상으로 이어져야하지만 최근 환율은 그런 메커니즘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Fed의 금리 인하 기대, 세계 각국의 경제상황에 더 많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894원50전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888원21전)보다 6원29전 오른 수준이다. 엔화 강세가 나타난 것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에 "목표가 (인플레이션) 2%의 지속적·안정적 달성이므로 이에 따라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 수준의 답을 내놨다 하지만 이와 함께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임금 인상 결과가 물가에 반영되면서 목표 달성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간다"고 평가하는 등 추가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둔 모습을 보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