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천하' 13년 만에 애플 위기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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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애프터 스티브 잡스>
잡스 사후 애플이 겪은 격동기
팀 쿡과 애플이 마주한 위기
잡스 사후 애플이 겪은 격동기
팀 쿡과 애플이 마주한 위기
애플이 쌓아 올린 견고한 성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지난 1분기 애플의 주가는 약 11% 하락해 테슬라(-30%)에 이어 두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엔 2011년부터 굳건하게 지켜 온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줬다. 2위 자리마저 엔비디아에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애플카' 개발 실패에 이어 중국 내 판매 부진, 반독점 소송 등 거센 바람이 애플을 흔들고 있다. 애플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2011년 애플의 아버지이자 정체성과 같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13년이 지났다. <애프터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애플이 겪은 격동기를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테크 전문 기자 트립 미클이 200명 이상의 전·현직 애플 임직원과 모바일 및 패션 업계 주변인 등 수많은 사람을 취재해 썼다. 총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이 기록한 애플의 고군분투는 사실상 잡스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고군분투기와도 같다. IBM과 컴팩 등에서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은 쿡은 1998년 잡스로부터 직접 스카웃돼 애플에 입사했다. 애플에 온 첫해에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경영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잡스는 그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쿡을 CEO로 승진시켰다.
쿡의 경영 스타일은 잡스와 확연히 다르다. 잡스가 직감에 의존해 본능적인 결정을 내렸던 것과 달리 쿡은 천천히 분석하기를 선호한다. 예컨대 아이폰의 크기를 키울 때 잡스라면 직원들에게 대형 아이폰 제작을 요구했겠지만, 쿡은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을 분석해서 크기별 이점을 먼저 평가해볼 것을 제안했다.
쿡은 제품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삼갔다. 잡스가 디자인과 마케팅 등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쿡은 소프트웨어 디자인팀과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잡스가 거의 매일 찾았던 디자인 스튜디오에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산업 엔지니어이자 MBA(경영전문대학원) 출신인 쿡은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잡스는 회계사와 변호사는 의사결정에 관여해선 안 되고, 사업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결정된 내용을 시행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회사 지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잡스와 달리 쿡과 그가 고용한 임원들은 부품 가격 협상 등 비용 절감을 중시했다. 쿡의 부임 이후 애플의 재무팀 권한은 강화됐고, 회계사와 운영진에게 더 많은 발언권이 주어졌다. 사내에선 이런 쿡을 두고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잡스와 방향은 달랐지만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성장을 지속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회사의 규모는 쿡이 처음 회사를 물려받았을 당시보다 두 배로 커졌다. 새로 출시한 '애플워치'는 IT업계 뿐 아니라 패션업계의 지각변동을 이끌어냈다. 증강현실 체험기기 '비전 프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또 다른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애플 뮤직과 애플 TV 등을 통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만 잡스의 '디자인 파트너' 조너선 아이브가 쿡과 불화를 겪은 끝에 회사를 나간 건 애플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점이다. 책에선 쿡 뿐 아니라 아이브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잡스와 애플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쿡과 아이브는 애플에 대한 사랑만 공유했을 뿐 그밖에 경영 등의 측면에선 맞지 않는 점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잡스 사후 애플을 지탱한 두 사람의 파트너십의 해체는 불가피한 일이었단 설명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 개발에 뒤쳐진 것도 애플의 미래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하루가 머다 하고 AI 신기술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애플카 등에 인력과 예산을 쏟아붓는 동안 AI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그간 숱한 위기를 겪어 왔다. 잡스의 사망 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엔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아이폰 사업도 침체를 겪었다가 부활한 바 있다. 쿡이 다시 한 번 위기의 파도 속에서 애플을 구해 낼 수 있을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011년 애플의 아버지이자 정체성과 같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13년이 지났다. <애프터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애플이 겪은 격동기를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테크 전문 기자 트립 미클이 200명 이상의 전·현직 애플 임직원과 모바일 및 패션 업계 주변인 등 수많은 사람을 취재해 썼다. 총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이 기록한 애플의 고군분투는 사실상 잡스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고군분투기와도 같다. IBM과 컴팩 등에서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은 쿡은 1998년 잡스로부터 직접 스카웃돼 애플에 입사했다. 애플에 온 첫해에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경영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잡스는 그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쿡을 CEO로 승진시켰다.
쿡의 경영 스타일은 잡스와 확연히 다르다. 잡스가 직감에 의존해 본능적인 결정을 내렸던 것과 달리 쿡은 천천히 분석하기를 선호한다. 예컨대 아이폰의 크기를 키울 때 잡스라면 직원들에게 대형 아이폰 제작을 요구했겠지만, 쿡은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을 분석해서 크기별 이점을 먼저 평가해볼 것을 제안했다.
쿡은 제품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삼갔다. 잡스가 디자인과 마케팅 등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쿡은 소프트웨어 디자인팀과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잡스가 거의 매일 찾았던 디자인 스튜디오에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산업 엔지니어이자 MBA(경영전문대학원) 출신인 쿡은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잡스는 회계사와 변호사는 의사결정에 관여해선 안 되고, 사업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결정된 내용을 시행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회사 지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잡스와 달리 쿡과 그가 고용한 임원들은 부품 가격 협상 등 비용 절감을 중시했다. 쿡의 부임 이후 애플의 재무팀 권한은 강화됐고, 회계사와 운영진에게 더 많은 발언권이 주어졌다. 사내에선 이런 쿡을 두고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잡스와 방향은 달랐지만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성장을 지속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회사의 규모는 쿡이 처음 회사를 물려받았을 당시보다 두 배로 커졌다. 새로 출시한 '애플워치'는 IT업계 뿐 아니라 패션업계의 지각변동을 이끌어냈다. 증강현실 체험기기 '비전 프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또 다른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애플 뮤직과 애플 TV 등을 통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만 잡스의 '디자인 파트너' 조너선 아이브가 쿡과 불화를 겪은 끝에 회사를 나간 건 애플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점이다. 책에선 쿡 뿐 아니라 아이브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잡스와 애플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쿡과 아이브는 애플에 대한 사랑만 공유했을 뿐 그밖에 경영 등의 측면에선 맞지 않는 점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잡스 사후 애플을 지탱한 두 사람의 파트너십의 해체는 불가피한 일이었단 설명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 개발에 뒤쳐진 것도 애플의 미래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하루가 머다 하고 AI 신기술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애플카 등에 인력과 예산을 쏟아붓는 동안 AI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그간 숱한 위기를 겪어 왔다. 잡스의 사망 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엔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아이폰 사업도 침체를 겪었다가 부활한 바 있다. 쿡이 다시 한 번 위기의 파도 속에서 애플을 구해 낼 수 있을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